그녀는 머리를 뚜껑이라고 부르는 늙은 의사를 만났다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뚜껑을 열어야 합니다 뚜껑은 아주 조심스럽게 열어야 합니다 한치의 실수라도 생기면 뚜껑을 닫기가 어렵습니다 틈새가 벌어지면 수술을 하기 전보다 더 엉망이 됩니다 자 이제 뚜껑을 열겠습니다 뚜껑이 열리자 취한 새들이 비틀거리며 날아간다 껍질 벗은 뱀들이 기어코 기어 나온다 지느러미 떨어진 물고기들이 퍼덕거린다 난감해진 늙은 의사는 짐짓 헛기침을 하며 말한다 괜히 뚜껑만 열어 봤군요 아무 이상이 없어요 뚜껑 속에는 희고 먹음직스런 뇌수가 가득 있어요 늙은 의사는 떨리는 손으로 뚜껑을 꿰맨다 마무리로 질긴 탯줄을 한번 더 묶어준다 수술이 끝난 후 그녀는 뚜껑 속으로 스미는 시린 바람 때문에 잠을 설친다 들이치는 빗방울로 인해 출렁거린다 그녀는 깨닫는다 수술은 모든 수술은 후유증을 남긴다 결국 그녀는 뚜껑 위에 또 하나의 단단한 뚜껑을 눌러쓰고 뚜껑이 열린 세월 속을 걸어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