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국민일보 신춘문예 신앙시 우수상 / 권여원
봄의 첫장 / 권여원
매화나무 아래 서면
허공에 불이 켜진다
겨우내 하늘을 마시며 자란 꽃잎들
가볍고 여린 실핏줄로 터지고 있다
살점을 떼어내듯 분홍빛 지문들이 떨어지는
언덕 위의 붉은 잔
나무는 피를 흘려도 아프다 소리치지 않는다
산자의 어깨에 내리는 저 핏방울
창공에 붉은 물결 넘치는 동안
바람은 꽃망울을 넘어가기 위해 가벼워진다
차디찬 땅끝,
언약을 바라본 이들에게 온기가 돈다
꽃잎의 살점은 우리의 허물을 갚아주신
은총의 무게
내 몸 어딘가 당신을 향한
연분홍 촉수가 켜진다
[수상소감] 눈물로 기도해 주신 분들 미소 떠올라
눈 덮인 땅,
시린 바람을 견디던 뿌리는 봄을 안고 있었습니다.
땅 속 한 켠에 눈물을 저장하고 있던 내 오랜 방황은
이제 당신의 은총으로 다져지기 시작했습니다.
말씀은 내 영혼에 새순으로 돋아 꽃망울 터뜨리며
무성한 여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님이 주신 펜으로 그분의 숨결을 노래하여
풍성한 결실을 드리겠습니다.
상처나고 지친 영혼들에게 한 줄 위로가 될 수 있는,
소망으로 물든 시가 되도록 무릎으로 간구하겠습니다.
시의 뿌리를 마음껏 뻗어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손진은 교수님,
마경덕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제게 신앙시인으로 남겨지라고 귀한 상을
허락해 주신 국민일보사, 한국기독교문화예술총연합회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시편의 울타리에서 꽃밭을 일구고 계시는 두 분 선생님과
못나고 철없는 나를 위해 언제나 눈물로 기도해주시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뿌듯한 미소가 바람을 타고 건너옵니다.
귀한 달란트를 주신
왕이신 나의 예수님께 모든 영광을 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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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사장 김성기)와 한국기독교문화예술총연합회(이하 한문예총, 이사장 김삼환·회장 김소엽)가 주최한 제 4회 신춘문예 신앙시 시상식이 28일 열렸다. 1부 시상식은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 11층 그레이스홀에서, 2부 행사는 장소를 옮겨 한문예총 세미나실에서 시낭송 및 친교의 시간으로 진행됐다.
이날 시상식에서 최우수상 이원숙, 우수상 권여원 김초양, 밀알상(장려에 해당) 장은혜 선광현 윤덕남 주조아 김현민 곽휘연 유택상 서민희씨가 각각 상패와 상금을 받았다.
김소엽 회장은 인사말에서 “1997년 국민일보와 공동주최로 시작, 99년까지 진행해오다 IMF경제위기 여파로 후원이 끊겨 중단됐던 신춘 신앙시 공모를 명성교회와 신촌성결교회 후원으로 13년 만인 올해 다시 시작하게 됐다“며 공모전 배경을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번 신앙시 공모엔 560여명이 5000편 넘는 시를 보내왔다”며 “이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목말라하며 공모전을 기다려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수상한 여러분들은 기독교 문화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므로 더욱 정진해 한국의 문화를 주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대회를 후원한 신촌성결교회 이정익 목사는 축사에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문학의 혼, 예술의 혼을 부여해주셨다”며 “수상작들을 보며 어떻게 이런 표현을 이렇게 다듬어서 내놨을까하며 감탄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수상자들을 일일이 축하한 뒤 “앞으로 하나님의 모습, 사랑, 세계를 다듬고 가꾸고 아름다운 언어로 꿰어 세상에 많이 내놓아 사람들이 그 시를 볼 때마다 우주를 보고 하나님의 세계를 보고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보게 되는 작품 생활이 계속 되길 바란다”며 “이 공모전이 기독교계 뿐 아니라 일반 사회에도, 국제적으로도 알려지고 커지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축사를 한 국민일보 김성기 사장은 “공모전에 5000여편의 시가 응모됐다는 것을 알고 큰 감동을 받았다”며 “순수한 신앙을 지켜가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아름다운 신앙을 지켜가고 있는 사람이 많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앞으로 매년 공모전을 개최해 깨끗하고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을 담은 시를 온 세상에 널리 알려 국민의 정서를 함양하고 순수한 신앙의 유산을 후대에 전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우수상을 받은 이원숙씨는 “앞으로 더욱 정진해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투명하고 사랑스러운 시를 쓰겠다”고 소감을 밝힌 뒤 수상작 ‘믿음으로 가는 길’을 낭송했다. 우수상을 수상한 권여원씨는 “주님께서 제게 주신 펜으로 위로가 되는 신앙시인이 되겠다”고 밝혔고, 김초양씨는 “신앙이 생명이라면 문학은 제 삶이므로 더욱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1부 마지막은 한문예총 역대회장 등에게 감사패와 공로패를 전달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한문예총 정재규 목사, 전 사무총장 홍덕선 장로, 김소엽 유승우 나채운 김병권 김석 등 역대 회장에게는 공로패가, 한문예총 회장으로 새로 선임된 전규태 문인선교회장과 금태동 한문예총 사무총장에게는 선임패가 수여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수상자의 가족 친지를 비롯해 축가를 부른 솔리데오장로중창단과 소프라노 이숙경씨, 백수복 목사, 여류시인 이명희 YWCA 이사, 심사위원 최훈조 목사, 국제펜한국본부 이길원 이사장, 고대식 장로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