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105) 비유, 다른 사물에 빗대자 - ② 직유/ 시인 공광규
비유, 다른 사물에 빗대자
네이버 블로그 - With_BlackJin./ 직유법.
② 직유
직유는 두 사물을 직접 비교하는 것으로 “너는 꽃잎 같다.”라는 어법입니다. 두 사물의 유사성, 상시성을 근거로 하여 본의를 구체화하는 것이지요. 언어학자 이번은 “비유 가운데 직유는 사물의 표면적 유사성을 비유하는 것이지만 때로는 표면적 유사성이 없어도 직유가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직유는 ‘~같이, ~처럼, ~듯이, ~인 양, ~같은, ~만큼’ 등의 구체적인 연결어가 구문에 드러납니다. 두 대상 사이에 동질성에 가까운 유사성을 발견했을 때 직유를 사용하게 됩니다. 직유는 은유에 비하여 직접적이고 분명하며 단정적인 언술의 성격을 지닙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한용운, 「님의 침묵」 부분)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백힌다”(정지용, 「유리창」 부분) 등이 그 예입니다.
김수영은 시 「절망」을 직유법으로 구성합니다. “풍경이 풍경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속도가 속도를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졸렬과 수치가 그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바람은 딴데서 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는 순간에 오고/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김수영, 「절망」 전문). 직유는 이처럼 강하고 분명하며 긴장된 어조를 띱니다.
직유방식은 문법적 언어 형식인 ‘~처럼’, ‘~같이’, ‘~만큼’ 등의 유사성을 알려주는 조사 유무에서 찾는 것이 확실합니다.
내 사랑
너는 어여쁘고도 어여쁘다
너울 속에 있는 네 눈이 비둘기 같고
네 머리털은 길르앗 산기슭에 누운 무리염소 같구나
네 이는 목장에서 나온 털 깎인 암양
곧 새끼 없는 것은 하나도 없이
저마다 쌍둥이를 낳은 양 같구나
네 입술은 홍색실 같고 네 입은 어여쁘고
너울 속의 네 뺨은 석류 한 쪽 같구나
네 목은 군기를 두려고 건축한 다윗의 망대
곧 일천 방패 용사의 모든 방패가 달린 망대 같고
네 두 유방은
백합화 가운데서 꼴을 먹는 쌍둥이 노루새끼 같구나
―구약성서, 「아가 4장」 부분
인용한 시는 구약성서에 나와는 아가의 부분입니다. 직유의 어법을 빌어서 절절한 사랑의 감정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육체에 대한 아름다움을 비유적인 사물을 통하여 뚜렷이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바다는 뿔뿔이
달아나려고 했다.
푸른 도마뱀떼같이
재재발랐다.
꼬리가 이루
잡히지 않았다.
흰 발톱에 찢긴
사호보다 붉고 슬픈 생채기!
가까스로 몰아다 붙이고
변죽을 둘러 손질하여 물기를 씻었다.
이 앨쓴 해도에
손을 씻고 떼었다.
찰찰 넘치도록
돌돌 구르도록
회동그라니 받쳐들었다!
지구는 연잎인 양 오므라들고…… 펴고……
―정지용, 「바다 9」 전문
흐르는 물처럼
네게로 가리.
물에 풀리는 알코올처럼
알코올에 엉키는 니코틴처럼
니코틴에 달라붙는 카페인처럼
네게로 가리.
혈관을 타고 흐르는 매독균처럼
삶을 거머잡는 죽음처럼.
―최승자, 「네게로」 전문
위 두 시는 화자의 시점이 다릅니다. 「바다」는 드러난 화자와 청자의 생략이 있고, 「네게로」는 ‘너’라는 청자만 있습니다. 두 시는 직유를 사용하고 있으며 「바다」는 ‘도마뱀같이’, ‘연잎인 양’이, 「네게로」는 ‘물처럼’ ‘알콜처럼’ 등등이 직유의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바다」는 묘사 중심의 감각적 직유방식, 「네게로」는 서술 중심의 관념적 직유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다」의 경우 언술형태는 묘사이며, 구조는 심상적 구조이고, 시점은 고정시점이며, 진술종류는 객관적 묘사이며, 주된 비유는 직유입니다. 아래 「네게로」의 경우 시의 언술형태는 진술이고, 구조는 독백적 구조이며, 시점은 기원적 시점이며, 진술 종류는 직접적 진술입니다.
비유는 동일성의 개념뿐만 아니라, 아래 시와 같이 차이가 있는 두 사물을 결합시켜 비유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차이성 속의 유사성을 발견하여 결합시키는 것입니다.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해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기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스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저린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전문
주제를 내포한 대표적인 문장이나 구절을 제목으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 시는 가장 핵심인 주제문(Theme sentence)을 그대로 제목으로 한 경우입니다.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논리적 유추로 충분히 설명되는 표층적 역설에 속합니다. “빼앗긴 들”은 인간적, 사회적 의미에서 국토를 지칭하는 것입니다. “봄이 오는 들”은 자연으로서 들입니다. 따라서 이 시의 모순은 자연과 인위 사이에 노정되는 불합리를 언급한 것입니다. 위에 인용한 시에서 차이성에 의한 비유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논길―가르마)
㉯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종다리―아씨)
㉰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머리털―삼단)
㉱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젖가슴―흙)
위 직유들은 서로 다르면서도 닮은 것끼리의 결합입니다. 유사성의 발견은 언어의 중요한 기능이고, 여기서 비유의 시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사물들 사이에서 동일성을 찾아내는 것이 시인의 직분입니다. 사물 간의 짝을 융합하는 상상력(생각해 내는 힘)이 시인에게는 필요합니다.
백석은 시 「여승」을 통해 가난한 여인의 일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직유를 많이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지요.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 냄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웠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백석, 「여승」 전문
일제 강점기에 어려운 삶을 살았던 한 여인의 일생을 축약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1연에서는 화자가 여승을 만났습니다. 여승에게서 가지취나물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화자는 그녀를 보는 순간 서러워졌습니다. 2연에서는 여승에 대한 기억입니다. 평안도 깊은 산 금점판에서 여인을 만났습니다. 그 여인은 옥수수를 팔고 있었는데, 사는 것이 서러워서인지 아이를 때리며 서럽게 울었습니다. 3연에서는 돈 벌러 나간 지아비가 십 년이나 기다렸으나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아마 못 먹어서 영양실조나 병으로 죽어 돌무덤이 묻힌 것 같습니다. 4연에서 가난한 여인은 생계를 위해 중이 되어 머리를 깎았습니다. 머리 깎던 날 서러워진 여인의 머리카락과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직유를 많이 사용한 시입니다.
※ 원문의 내용 중에 있던 각주는 편의상 생략한 경우가 있음을 양해하시기 바람.(옮긴이)
< ‘이야기가 있는 시 창작 수업(공광규, 시인동네, 2018)’에서 옮겨 적음. (2020.11.01.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105) 비유, 다른 사물에 빗대자 - ② 직유/ 시인 공광규|작성자 화룡이의 행복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