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국민일보 신춘문예 신앙시 최우수상 / 김승철
은총 / 김승철
새가 못이 되어 날아와 박힌다.
외마디 신음만 들릴 뿐, 추락하는 그림자 사이로
달이 새파랗게 질려 보고만 있다
툭 소리에 머리칼은 깃털처럼 흔들리지만
나무는 날아가지 않는다, 도망치지 않는다
떨어지는 것들은 깃털이 아니라 그늘진 울음이 된다
쇳조각의 속박이 아닌
은색 알갱이가 스며드는 뿌리의 언약은
밑동이 잘려도 나무를 말없이 버티게 한다
금속의 차가운 시간은 되레 떠내려갔던 해를 염원한다
느슨하지만 진한 여명에
못이 새가 되어 강가에 가 목을 축인다
녹슨 부리에서 녹물이 그림자를 벗기고
핏빛으로 새어나온다, 둔탁한 쇳소리가 고인다
씻겨라, 씻어라
나무의 주인은, 물의 주인은
새와 못의 주인은 양팔을 뻗고도
은은한 강물을 영겁으로 흘러 보낸다
다만 아프다 말하지 않았다
[수상소감] 끝없이 반성하며 글 쓰겠다
어릴 적 급한 일이 생겼을 땐 전 엄마를 불러댔습니다. 엄마가 만능해결사가 아니란 걸 안 나이에, 저는 마음속으로 기도를 합니다. 용기를 달라고, 지혜를 달라고, 신념을 달라고. 이 본능적이고 가엾은 울음을 들어주시는 분은 딱 한 분입니다. 하나님, 감사드립니다. 저는 모범적으로 사는 게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다만 시를 쓰면서 끝없이 저를 반성하고 이 세계를 한 획이라도 조금씩 배워나간다는 자세로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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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사장 김성기)와 한국기독교문화예술총연합회(한문예총, 이사장 김삼환, 회장 김소엽)가 주최한 ‘제5회 신춘문예 신앙시 시상식’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 11층 그레이스홀에서 열렸다.
이날 대상 제인자, 최우수상 김승철, 우수상 정미경 유지호, 밀알상(장려상) 박점득 채수원 이수진 홍수헌 구금섭 김순길 정진미 정예영 이강천씨가 상패와 상금을 받았다.
김소엽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황폐해진 현대인의 정서를 아름답게 가꾸고, 국민 정서를 기독교 정서로 바꾸어 가기 위해 공모전을 마련했다”며 “말씀을 형상화시켜 감동을 주는 신앙시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고훈(안산제일교회) 목사는 격려사에서 “기독교문학의 알맹이는 구원이어야 한다”며 “기독시인은 감동을 뛰어넘어 영혼구원을 일깨우는 작품을 써야 하기에 그 사명이 크다”고 말했다.
김성기 사장은 축사에서 “쉽게 분노하고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현대인들에게 신앙시는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치유의 힘이 있다”며 “아름다운 신앙시를 통해 순수한 신앙을 지켜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공모전에는 시적 메타포가 풍부한 수준작들이 많이 응모됐다. 유승우 심사위원장은 “모든 사물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작품이며 그 속엔 하나님의 뜻이 숨어 있다”며 “본선에 오른 작품들은 모두 하나님의 뜻과 사람의 뜻을 말씀으로 이어낸 수준작들이었다”고 평했다. 대상을 수상한 제인자씨는 “시가 따뜻한 밥 한 공기처럼 영적으로 배고픈 사람들에게 다가가길 바란다”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한편 명성교회, 신촌성결교회, 안산제일교회의 후원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구능회 한문예총 부회장의 사회로 정재규(대석교회) 목사의 기도, 김소엽 회장의 인사말, 구본홍 CTS TV 사장과 이길원 국제펜한국본부 이사장의 축사, 유승우 시인의 심사평, 시상, 나채운(전 장신대 교수) 목사의 축도 등으로 진행됐다. 수상자들은 시상식 후 서울 여의도 한문예총 세미나실로 자리를 옮겨 시낭송 및 친교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