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식과 무부동산 상팔자인가?(윤정웅)
- 효도하는 자식과 올라주는 부동산의 온도차
윤정웅. 법률, 정책, 투자, 평가/ 現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세인종합법률 사무국장
부동산, 글쎄올시다.
계약금. 얼마를 걸어야 합니까?
자식들이 부모의 속을 상하게 하거나 마음을 아프게 할 때에는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을 하던가요. 자식 키우는 과정에서 어느 부모가 신간 편할 날 있겠습니까마는,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이 없다”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수욕정이 불풍지(樹欲靜而不風止--나무가 고요히 있고자 해도 바람이 그치지 않네)”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요즘은 가지고 있는 부동산이 시세가 내려가 손해를 보게 되면 “무부동산 상팔자”라는 말을 하더군요. 개수가 많거나 대출이 많을수록 더 큰 손해를 입게 된다면서요? 시세가 내려가면 가만히 앉아서 몇 억씩을 손해 보게 된다니 “무부동산 상팔자”라는 말이 나올 듯도 합니다.
팔자타령이 나오지 않으려면 자식은 모름지기 부모에게 효도하는 자식이 돼야 할 것이고, 부동산은 시세가 올라줘야 하겠군요. 그러나 이 세상 모든 일들이 그렇게 순조롭게 흘러가는 일만 있던가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좋은 일 뒤에는 궂은일도 있는 법이라,
필자의 생각입니다. 속이 상할 때 상하더라도 자식은 있어야 하고, 설사 손해를 볼망정 부동산도 있어야 한다고 여겨지는데 여러분들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불효자식이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불효만 저지르던가요. 언젠가는 효도할 날도 있더라는 것입니다.
또 부동산도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세월 속에서 인플레를 따라 여물어지기도 하고, 개발호재를 만나거나 뉴타운 등의 업둥이가 되어 돈을 불려 주기도 하지 않던가요. 그러고 보면 자식이나 부동산이나 눈앞의 현실만 가지고는 판단할 일이 아니고 먼 훗날을 지켜본 후 판단함이 옳다고 봅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자식 하나 키워내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 키워보지 않고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겁니다. 돈 덩어리라는 표현이 맞겠지요. 지금 같은 불경기 때는 부동산을 지켜내는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는지요. 불경기 때 부동산 하나 지켜내기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고들 합디다.
--인생은 간다, 빈손으로 간다.--
불로초만 먹고 살았던 진시황제도 갔고, 독재정치하면서 산삼만 삶아 먹었던 김일성도 갔습니다. 자식도 놔두고, 권력도 버리고, 재산도 모두 뒤로한 체 빈손으로 갔겠지요. 가지고 간 게 있다면 오직 한 줌 흙이 될 썩은 육신만을 가져갔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들도 반드시 한 번은 가게 되겠군요. 올 때는 순서대로 왔지만 갈 때는 순서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자식이 잘 되는 걸 끝내 보지 못한 체 가신 분들도 계실 것이고, 결국 부동산에 재미를 보지 못한 체 가신 분들도 계실 것이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그러나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일로 접어야 하는 게 세상사 이치가 아닐는지요. 그런 걸 운명이라 해두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운명 앞에서는 새치기도 안 된다고 봐야 옳겠지요. 살아생전 이 세상 어버이 마음은 다 같다고 하더군요.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말입니다.
자식은 자신이 자식을 놔봐야 어버이 마음을 안다고 했지요? 자신은 부모에게 잘 해드리지 못하면서 자식은 잘 해 줄 것이라 믿고 계시지는 않으신지? 그 나무 밑에서 그 나무가 나오더라는 권고말씀을 아니 드릴 수가 없네요.
이번 주말은 어버이날입니다. 이 땅에 계신 젊은이들이여~! 어버이 없이 어찌 당신들이 태어날 수 있었겠습니까? 당신들을 키우느라 이마에는 주름이 패었고, 허리는 굽으셨습니다. 잔병도 꼭꼭 숨기시며 오직 당신들만이 잘 되기를 기다리신 어버이~
“자욕양이 부대친(子欲養而 不待親)”이라 하지 않던가요. “자식이 나중에야 아무리 효도를 하고자 해도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살아생전이 중요하다는 거울 같은 글귀로군요. 어버이께서 아직 생존해 계십니까? 지금 잘 하십시오. 어버이는 자식 앞에서 언제나 환하게 웃기를 좋아 하시니까요.
지금까지 열 번, 스무 번 잘 못했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최선을 다 하십시오. 지금도 어버이께서는 당신에게 물려주기 위해 시골 밭뙈기를 사자어금니 아끼듯 돌보고 계십니다. 중소형 아파트나 빌라 한 채를 물려주기 위해 잡수고 싶어도 침만 삼키시고 용돈 모아 대출이자로 감당하고 계실 것입니다.
--인생 백세에 천년 근심을 업지 말고--
오늘은 오래된 글귀를 또 하나 내놓고 싶군요. “인생불만백 상회천세우(人生不滿百 常懷千歲憂)”라는 글귀입니다. 중국 한나라 때 서문행이라는 곳에 쓴 시 구절로 “사람은 백년을 채워 살지도 못하면서 늘 천년어치의 근심을 품고 산다.” 는 뜻입니다.
자식들의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자신의 일이 얽히며 부동산 문제가 손해를 자초하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씀입니다. 백 년도 살지 못할진대 천년 어치의 근심을 어찌 품고 살겠는지요. 세월에 맡겨두면 풀려갈 때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월은 무쇠도 녹인다.”고 했으니,
요즘 우리 사회는 극과 극의 대립이 너무 심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너무 이기주의가 팽배하여 물고 뜯는 일이 많다는 것이지요. 세상일은 보는 관점과 생각하는 이치에 따라 다르건만 자신의 생각만이 옳고, 자신의 판단만이 옳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부동산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오른다고 하면 눈에 쌍불을 켜고 온갖 질 낮은 댓글로 도배를 하면서 글 쓰는 사람의 인격을 모독하는가 하면 내린다고만 하면 정책 탓, 누구 탓 하면서 원망을 하는 글들을 쓰게 되니까요.
한쪽에서는 돈이 부족하여 보금자리도 갈 수 없어 한숨을 쉬는가 하면 어느 쪽에서는 뚝뚝 떨어진 부동산 값에 한시름을 하고 있음도 문제로군요. 너무 일희일비하지 마시라는 당부를 드립니다. 마른 논에도 언젠가는 물이 고이게 되고, 이지러진 달은 반드시 차 오르더라는 경험담입니다. 걱정일랑 세월에 매달아 놓는 게 옳다고 봅니다.
어느 세월이건 나라가 안정이 되고 태평성대를 구가하려면 현군이 정치를 잘해야 하며 풍년이 들어 배가 불러야 하지 않던가요. 세계적인 경기가 태평성대 쪽으로 머리를 돌렸다는 느낌이 듭니다. 좋은 세상 속에서도 어려움은 있게 마련이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속담이 떠오를 때가 올 것입니다.
오늘은 짧게 글을 맺습니다. 자식이나 부동산이나 마음을 상하게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효도를 할 때도 있겠지요. 내 집 마련이나 갈아타기를 하실 분들은 지금의 기회가 어떤 기회인지를 잘 살펴야 할 것입니다. “기회는 눈을 뜬 사람에게만 보인다.”고 했으니, 또한 부동산을 가진 죄로 마음이 상하신 분들께서는 “막힐수록 돌아가시고 급할수록 쉬어가시라”는 권유를 드립니다. 기다리다보면 비는 오게 되고, 비가 오면 빈 독에도 물은 고일 것입니다. 어차피 잠깐 쉬었다 가는 구름 같은 인생살이~ 걱정도 팔자일까요?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학. 생활법률학)
수원 세인종합법률사무소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