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107) 이미지의 중요성/ 시인 이승하
이미지의 중요성
네이버 블로그 - 대구 일반/분양 광고대행사 브이컴애드/파란색이미지 / 감성이미지 / 공유이미지 / 배경화면이미지
‘이미지’라는 낱말을 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쓰고 있습니다. 그 사람 이미지가 참 좋다느니, 그런 사람 때문에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다느니, 말 한마디 잘못해서 이미지를 완전히 구겼다느니 하면서 이미지란 말을 쓰고 있지요. 이미지를 쉽게 말하면 어떤 사물이나 사람한테서 받은 인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시의 이미지는 “마음속에다 언어로 그린 그림”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다시 말해 이미지란 시를 읽을 때 마음속에 그려지는 모습이나 광경입니다. 그래서 이미지를 한자로는 심상(心象)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추상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질 위험이 있는 관념을 구체적인 이미지에 의존하여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것으로 변용시키는 능력은 바로 상상력이 있습니다. 관념을 구체화하는 능력이 상상력이고, 그 도구가 이미지인 것입니다.
A. 프레밍거라는 사람이 이미지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비유적 이미지, 감각적 이미지, 상징적 이미지가 그것으로, 이미지를 활용하여 시를 써보기 위해 이들에 대해 알아봅시다. 이미지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시인은 30년을 못 채우고 죽은 이장희입니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문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봄은 고양이라소이다〉 전문
1924년 작인 이 시는 섬세한 감각과 비유법을 논할 때 흔히 인용이 되는데, 저는 이 시를 갖고 이미지를 논하고 싶습니다. 이장희는 고양이의 털과 눈, 입술과 수염을 각각 봄의 고운 향기, 미친 불길, 포근한 졸음, 푸른 생기 네 가지 이미지에 연결시켰습니다. 사물과 관념의 연결이므로 상징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졸고 있는 고양이의 몸 여러 부위에서 봄이 갖고 있는 대표적인 이미지를 도출한 솜씨가 놀랍습니다. 향기와 불길, 졸음과 생기 중에서 우리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불길 정도인데. 시인은 이런 것들을 우리 시각으로 확인 가능한 고양이의 털과 눈, 입술과 수염의 이미지로 설명해 주어 우리는 시인이 봄에 대해 느낀 것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장희는 1, 2연에서 직유법을, 3, 4,연에서 은유법을 구사, 비유가 작품 전체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의 대표작 〈봄은 고양이로소이다〉는 비유적 이미지가 잘 구현된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유·은유·제유·환유·풍유·의인화 등 각종 비유법을 이용한 이미지가 비유적 이미지입니다.
감각적 이미지는 정신적 이미지 혹은 지각적 이미지라고도 하는데 우리의 각종 감각 경험을 통해 빚어지는 이미지입니다. 인간의 감각기관에 가해진 자극으로 말미암아 생긴 현상이니까 오감(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의 이미지가 다 포함되며, 이 밖에도 근육감각 이미지·색체 이미지·역동적 이미지·정태적 이미지 등이 포함됩니다. 이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의 감각이 결합된 형태로 나타나는 이미지를 공감각적인 이미지라고 하지요. 감각적 이미지의 대가는 정지용과 김기림입니다. 이 두 시인의 후예로 감광균과 박남수를 들 수 있습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 우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 〈향수〉 부분
귀에 설은 새소리리가 새어 들어와
참한 은시계로 자근자근 얻어맞은 듯,
마음이 이 일 저 일 보살필 일로 갈라져,
수은 방울로 동글동글 나동그라져,
춥기는 하고 진정 일어나기 싫어라.
―정지용, 〈이른 봄 아침〉 부분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이란 구절은 시각적 이미지와 청각적 이미지가 어우러져 너무나 멋진 공감각적인 표현을 이루었습니다. 이른 봄 아침에 이부자리에서 들은 새소리를 정지용은 ‘지지배배’나 ‘짹짹’이라고 표현하는 대신 “참한 은시계로 자근자근 얻어맞은 듯”하다고 했습니다. 새소리란 것은 분명히 청각적 이미지인데, 시인은 이를 촉각이나 근육감각으로 표현하는 마수(魔手)를 발휘한 것입니다. 다른 시인의 감각적 이미지는 한 편씩만 예로 듭니다.
바늘
돛인
해협
배암의 잔등
처럼 살아났고
아롱진 ‘아라비아’의 의상을 둘른 젊은 산맥들
―김기림, 〈기상도〉 부분
퇴색한 성교당의 지붕 위에선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김광균, 〈와인촌〉 부분
먹구름 깔리면
하늘의 꼭지점에서 터지는
뇌성이 되어
가루 가루 가루의 음향이 된다.
―박남수, 〈종소리〉 부분
상징적 이미지는 여러 가지 이미지들이 중첩되거나 유사한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사용되면서 시 전체에 상징적 분위기를 확산시킵니다. 이 이미지는 신화나 원형, 또는 인간의 잠재의식과 관련을 맺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형(原型)이 무엇이냐구요? 원형이란 여러 나라의 문학작품에서 동일하게 반복되어 나타나는 서사 양식이나 인물 유형 혹은 이미지 들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원형은 문화인류학적인 관점에서 말하자면 범위가 더욱 넓어지는데, 인류가 오랫동안 반복하여 겪은 원초적인 경험이 신화·종교·문학 및 개인의 무의식에 반영되어 이루어진, 보편적인 사고의 방식이나 상징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 ‘시, 어떻게 쓸 것인가? 이승하 교수의 시 창작 입문(이승하, 도서출판 kim, 2017)’에서 옮겨 적음. (2020.11.03.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107) 이미지의 중요성/ 시인 이승하|작성자 화룡이의 행복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