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월 마지막 날이자, 일요일입니다. 새해를 맞은지 어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다 갔네요. 이제 2월에는 사진예술반 장학회가 열리고,
설이 지나면 삼계탕이나 어묵탕을 을지로 거사님들에게 보시할 계획입니다.
오늘 날씨는 영하 2, 3 도지만, 체감온도는 영하 8, 9나 됩니다.
오후 동안 운경행님과 제영법사는 바나나를 봉지에 싸고, 둥굴레차와
커피물을 끓였습니다. 오늘 따비를 다 준비하고는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함께 밖을 나왔습니다.
풍물시장 길가에는 상인들이 부지런히 물건을 챙기며 철시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골목을 도는데 찬 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스치고 지나갑니다.
황학교를 지나며 건너다 보니, 청계보살이 길바닥에 앉아 있네요.
요 며칠 추운 날씨 때문인지 보이지 않더니 오늘은 길에 나와 있습니다.
청계보살은 추위를 이기려는 듯, 몸을 쉴새없이 움직였습니다.
운경행님은 일전에 회원님 중 한 분이 주신 돈으로 대신 천원을 보시했습니다.
운경행님이 보니, 무슨 까닭인지 청계보살은 지니고 다니는 가방과 짐을
자기 몸에 끈으로 묶고 있었습니다.
최근 어느 한 티브채널에서 노숙인들에게 500원을 주는 성당과 교회에
대해 보도를 했습니다. 우리는 저녁을 먹으며 이 일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수입이 전혀 없는 노숙인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의견과
부정적인 의견이 오고 갔습니다.
마침 오늘 저녁 따비에 나온 거사봉사대 중 해룡거사님과 종문 거사님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한 분은 도와주려면 확실하게 한 두 명 모아서 도와
주어야지 그렇게 하면 생색만 내는 것이 아니냐고 대답했고, 또 한 분은
그런 푼돈으로 사람들이 담배나 소주를 사니, 결과적으로 건전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하는 보시에도 긍적적인 면과 부정적인 두 측면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7, 8년 전 을지로 따비 때에 한 지나가는 행인이 저에게 이런다고 노숙자
문제가 해결되느냐고 역정을 낸 적도 있었습니다.
보시의 수단은 다양하지만, 그러나 그 어떤 수단이라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자신의 자존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교의 무주상보시는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의 마음을 쉬게 하는 보시입니다.
우리는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무주상 보시는 오랜 세월 인욕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오늘 저녁 굴다리안은 바람이 불지 않아 바깥만큼 춥지는 않았습니다.
오늘은 대략 80여분이 오셨습니다. 바나나 300개, 백설기 250쪽, 커피와
둥굴체차 각각 100여잔을 보시했습니다. 여러 거사님들이 펫트병을
가지고 와서 둥굴레차를 받아갔습니다. 오늘 둥굴레차는 맛이 각별했습니다.
오늘도 고요한 가운데 보시를 주고 받았습니다.
무주상 보시의 가르침을 남겨주신 부처님께 합장합니다.
첫댓글 돈을 오백원 준다함은 먹을 것을 나눠드림과는 다르게 마음이 불편하게 합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자존감 마저 상처 줄 수 있을 것 같기때문입니다
여운선생님의 말씀처럼 그야말로 거지취급 일 수도 있으니까요
작은손길의 따비가 더욱 의미있고 감사한 날이었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