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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의 글 속에서 간혹 소개가 되는 시들을 종종 접하다, 최근에서야 나태주의 시집과 산문집을 연이어 읽게 되었다. 특히 이번에 읽은 산문집은 저자의 일상을 담담하게 풀어내면서 쓴 내용이라, 글쓴이의 마음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었다고 여겨진다. 평생 시를 주로 썼던 저자는 ‘산문 쓰기가 어렵다’고 고백하면서도, ‘산문 쓰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특히 산문은 ‘오해가 없는 문장’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속이 들여다보이는 문장을 나의 산문에게 요구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문장이나 내용이 너무도 명징하게 다가온다.
간혹 읽으면서, 앞 뒤에 수록된 글들 사이에서 작성된 시점이 일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글에서는 50대 초반의 ‘나’가 등장하다가. 다른 글에서는 70대의 저자가 내용을 이끌어가기도 한다. 병원에서 오랫 동안 투병 생활을 하는 내용과 함께, 저자 부부가 건강하게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였다. 문득 저자가 아주 오랫동안 모아 놓았던 글을 이 시점에 출간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책의 말미에 수록된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 비로소 이 책이 그동안 저자가 출간했던 ‘산문집 가운데서 가려 뽑은 글들만 모은 책’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글에 등장하는 저자의 나이와 시점의 간극의 차가 유별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런 특성을 고려한다면, 각 글의 말미에 글을 쓴 시점도 함께 밝혔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 4개의 항목으로 나눠진 목차의 첫 번째는 ‘나처럼 살지 말고 너처럼 살아라’라는 제목으로, 모두 21개의 산문이 수록되어 있다. 나 역시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쩔 수 없이 젊은 세대들과의 세대 차이를 실감하게 된다. 내가 젊은 시절 무조건적으로 훈계를 했던 기성 세대들을 그리 좋게만 생각하지 않았던 것처럼, 지금의 젊은 세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때문에 이제는 기성세대들이 ‘나처럼 살아라’라고 강요하지 말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있는 그대로의 ‘너처럼 살아라’라고 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었다. 이제는 자식들에게도 부모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못하듯이, 사회에서 젊은 세대들의 취향과 선택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설혹 무슨 일에 도전해서 실패라는 결과를 맛보더라도, 한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젊은이들이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비록 70대에 접어든 나이지만 생각만큼은 누구보다도 더 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이미 행복한 사람’이라는 두 번째 항목들은 가족과 지인들과의 소소하지만 행복한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13개의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세 번째 항목의 ‘풀꽃의 모양은 플꽃에게 물어라’에서는, 수록된 14개의 글들을 통해서 저자가 생각하는 시와 문학에 대한 생각들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저자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알려진 시 ‘풀꽃’의 창작 배경이나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이 정리된 말미의 3편의 글들은 나에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비로소 저자가 그려내는 시 세계의 일단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우리, 함께 멀리 갑시다’라는 제목의 네 번째 항목은 주로 저자의 가족, 특히 부부의 생활을 담아내고 있는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모두 21편의 글들을 통해 풀어내는 사연들을 통해서, 저자가 살아왔던 내력과 함께 부인에 대한 애뜻함이 잘 드러나 있었다. 때로는 자식을 키우면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기도 하고, 오랜 기간 동안 투병 생활을 했던 저자의 옆을 지켜준 아내와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친구 같은 부부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날마다 이 세상 첫날처럼’ 지내면서, ‘우리 함께 멀리 갑시다’라고 아내에게 외치는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특별히 오랫동안의 잔상으로 기억되는 내용들은 그리 많지는 않지만, 담담하게 풀어내는 저자의 삶과 생각들을 접할 수 있었던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독서 경험이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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