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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불과 20여년 만에 디지털 기술은 일상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확고한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이렇게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생활은 보다 편리해지는 듯하지만, 그 편리함이 인간의 행복으로 귀결되는 것인지는 자신할 수가 없다. 인터넷에는 각종 정보가 넘쳐나는데, 사람들의 관심 분야는 오히려 더 좁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 이제는 스마트폰이 컴퓨터와 카메라 역할을 대체하면서, 때로는 직장인들도 그것 하나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 스스로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편리해진 만큼 우리의 삶은 행복해졌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누군가는 긍정적으로 답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보적이거나 혹은 부정적으로 대답할 것이라 예견된다.
‘플랫폼 자본주의와 테크놀로지의 유혹’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디지털 사회의 명과 암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디지털은 인간을 어떻게 조종하는가?’ 표지에 선명하게 인쇄된 이 문구처럼, 어느 사이엔가 사람들이 디지털 기술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특정 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백과사전이나 전문 서적을 뒤적거려서 필요한 내용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간단한 검색어를 타이핑하여 클릭을 하면, 웬만한 정보를 다 검색할 수 있다. 대부분의 포털에서 제공되는 백과사전을 비롯한 각종 사전은 물론이고, 각 개인들이 저술했던 서적들도 검색을 통해서 다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로 인한 정보의 격차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검색하고 유용하게 활용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아주 편리한 기능 쯤으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자신이 늘 가던 사이트와 정보만을 찾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정보나 사이트만을 방문하기에, 오히려 다양한 정보로부터 소외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유튜브나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도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분석해서, 화면에 나타나는 정보와 광고도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구성한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들이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인해 다양한 정보를 충분히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기술에 의해 종속되어 있다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아마도 저자는 그러한 상황을 일컬어 <다지털의 배신>이라 명명했다고 이해된다. 예컨대 오래 전부터 운전을 하던 친구의 차를 탄 적이 있는데, 갑자기 네비게이션에 문제가 생겨 부팅이 되지 않자 당황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알고 있기론 운전 경력이 오래되어, 지형과 도로에 대해 매우 익숙하고 굳이 네비게이션이 없더라도 운전을 잘 하던 친구였다. 하지만 네비게이션에 의지하여 운전을 하다보니, 어느 사이엔가 그게 없으면 머릿속이 멍해진다는 그의 고백을 들었던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미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지다 보니, 그에 의지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에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 하겠다.
저자는 이처럼 발달된 기술로 인해 사회는 이미 ‘플랫폼 자본주의와 테크놀로지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고 진단한다. 이 책의 목차는 모두 5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디지털 기술에 종속된 우리의 자화상을 자연스럽게 떠올리 수가 있게 된다.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한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지배하는 플랫폼 세계’의 장점과 함께, 어느 틈엔가 그에 종속된 모습을 보여주는 사용자들의 실태를 첫 번째 항목에서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 항목에서는 ‘공유 경제’로 일컬어지는 각종 플랫폼들이 펼쳐내는 ‘플랫폼 자본주의와 알고리즘의 야만성’에 노출된 대중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미 과학계에서는 인류에 의해 자연 환경이 파괴되면서, 인간으로 인해 새로운 지질 시대인 ‘인류세’로 전화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한 위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한 노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린 뉴딜’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세 번째 항목에서는 ‘그린 뉴딜과 불타는 지구’라는 제목으로 환경파괴로 인해 종말로 치닫고 있는 지구의 암울한 미래를 전망하기도 한다. 그리고 네 번째 항목에서는 ‘코로나19 펜데믹과 인포데믹’이라는 제목으로,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바로 인간들이 초래한 현실일 수밖에 없음을 주지시켜주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상황이 펼쳐지고 점차 비대면 접속이 일상회되면서, 사람들은 디지털 기술에 더욱 종속될 수밖에 없을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이와 함께 가짜뉴스의 범람 역시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한 사회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에, 그런 상황에서 ‘데이터 인권과 디지털 민주주의’에 대해서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마지막 항목에서 강조하는 내용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이른바 ‘K-방역’이 세계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렇게 확보된 개인 정보들이 오용된다면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저자는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 있다. 때문에 ‘테크노포비아와 테크노피아를 넘어’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호혜와 공생의 커먼즈’를 구축해야 한다는 당위를 역설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고 있다. 결국 그러한 정보를 활용하는 집단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 하겠다.
디지털 세계에 접속하여 클릭 수가 많을수록, 그 사람은 이미 디지털 세계에 깊이 ‘중독’된 것임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중독이 그렇듯이, 디지털 기술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상황에서 헤어날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결국 그것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결국 개개인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보도나 정보들에서는 그저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그로 인한 장점만을 나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것의 장점과 함께 단점도 제대로 인식하여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것이다. 그동안 습관적으로 디지털에 접속하여 클릭을 일삼았다면, 이제라도 인터넷의 접속과 클릭을 줄이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활용할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스스로 디지털에 중독되었다고 느끼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서 그것의 장단점을 면밀히 알아보고 스스로의 위치를 진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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