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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함께 즐겁게 술을 마시면, 적어도 일주일 동안은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 거리가 생긴다고 한다. 술을 마시는 동안 점차로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러면서 마음을 터놓고 속에 있는 고민들을 풀어놓게 되기도 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상대방이 유난히 가까워졌다는 생각도 들고, 다음에도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술을 마시면서, 술자리에 동석한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말을 건네기도 한다. 때로는 다음날 자신이 했던 말에 대해서 후회하기도 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누군가 자신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기도 한다. 그래서 '취중진담(醉中眞談)'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것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술자리를 함께 하면서 친해진 사람들에게 더 호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취야진담(醉夜眞談)>이라고 붙였는데, 대체로 사람들이 밤에 술을 마시면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이라고 이해된다. '술 한 잔의 진심'이라는 부제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책의 내용들은 누군가와 술을 마시면서 나누는 이야기들을 웹툰 형식으로 그려낸 것이다. 그 내용으로 보아, 아마도 저자 자신의 경험이 짙게 반영되어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혼자 혹은 세 사람 이상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두 사람의 인물들이 술자리에 나란히 앉아, 술과 안주를 앞에 두고 서로의 말을 들어주고 대답하는 것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때로는 친구 사이로 제시되기도 하고, 부모와 자식이나 선배와 후배 관계이기도 하며, 연인 관계로 설정되기도 하는 등 술자리에 동참한 인물들은 다양한 관계로 그려진다.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내용들은 사소하다고 할 수 있지만, 아주 진솔하고 당사자들에게는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는 것들이다.
저자는 목차를 크게 4개로 구분하여, 다양한 예화들을 담아내고 있다. 각 항목들의 제목을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 / 관계'(1장)와 '꿈이니까 꿈꾼다 / 꿈'(2장) 그리고 '오로지 나만의 색깔 / 가치관'(3장)과 '두 개의 심장이 만났을 때 / 사랑'(4장) 등이다. 이러한 주제들은 저자가 살아가면서 느꼈던 고민들의 주요한 영역들일 것이라고 이해된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 혹은 내가 품은 꿈은 무엇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등 모든 문제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나를 규정짓는 가치관을 어떻게 세우며, 또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지 등의 문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각 장 마다 모두 10개의 에피소드가 웹툰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그 내용들은 보총 사람들이 하는 고민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울러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는 '못 다한 말'이라는 제목으로 저자가 그림을 통해서 드러내려고 했던 내용들을 글로 자세히 풀어내고 있다. 그 내용을 읽으면서, 개별 주제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형상화되었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뒤에는 저자가 추천하는 술과 안주의 조합 등을 덧붙여 놓기도 했다. 예컨대 치맥이 어울리는 순강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상황에 맞는 술과 안주를 추천하는 내용도 제시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술을 좋아하고, 무엇보다 술 그 자체보다 술을 통해서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술 한 잔 같이하자는 연락을 받으면, 꺼려지는 자리가 있고 또 금방이라도 달려 나가고 싶은 경우도 있었다. 그것 역시 술 그 자체가 아니라, 술을 통해서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과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더라도 유독 기분 좋은 술자리가 있다. 위로를 받고 싶을 때, 그저 누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기도 한다. 저자가 드러내고자 하는 바 역시 바로 그것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림을 통해서 저자가 전달하려는 주제가 충분히 느껴질 수 있었으며, 읽는 동안 술자리와 인간관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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