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전을 찾아보면, ‘디자인’이라는 항목에 ‘실용성이 있으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도록 의상이나 제품, 작품, 건축물 등을 설계하거나 도안하는 일’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이 정의에 의하면 디자인은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이들만이 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그러한 필요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고, 그들에 의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물건들의 개발이 이뤄지기도 한다. 저자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건축물이나 사물들’을 포함하여 ‘일상의 사물들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기에,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세상에 디자인 아닌 것이 없을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른 아침 눈을 뜨고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디자인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들에 디자인이 내재되어 있고,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은 편안하기도 또는 불편함을 겪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마주하는 디자인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삶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의 멋진 질문들’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으며, 일반 독자들도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 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여는 글’에서 ‘우리 삶을 바꾸는 디자인의 힘’에 대해서 안내를 시작하고 있다.
모두 5개의 장으로 구분된 목차의 첫 번째는 ‘일상으로부터’라는 제목을 붙인 1장이다. 첫 글에서 소개되고 있는 디자인은, 지금 나도 사용하고 있는 흰 몸체에 검정색의 머리와 꼬리가 달린 ‘모나미 153’ 볼펜에 관한 이야기이다. 연필과 만년필을 사용할 때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누구든지 편하게 쓸 수 있는 것이 바로 볼펜이다. 지금은 너무도 다양한 필기구들이 판매되고 있으며, 디지털 환경으로 변해가면서 예전과 달리 직접 필기를 하는 경우도 감소하고 있다. 여전히 손으로 쓰느 것을 즐기는 나에게는 연필과 함께 가장 고전적인 필기구이면서, 지금도 매우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루즈벨트의 일화로부터 탄생한 ‘테디 베어’ 등 ‘오래도록 사랑받는 디자인의 비밀’에 대해서도 소개하면서, 1장에서는 주로 디자인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가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디자인이 밝혀온 세상’이라는 제목의 2장은 기존의 관념을 뒤바꾼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들이 소개되고 있다. 특히 기존의 물건들을 재사용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발굴한다는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인’의 개념이 무척이나 흥미롭게 다가왔다. 3장에서는 ‘디자인으로 소통하다’라는 제목으로,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을 넘어선 창의적인 디자인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창의성을 설명하면서, 디자인의 과정을 모두 5단계로 정리하고 있다. 그 가운데 문제를 찾고, 그 문제들의 제약조건을 이해하는 첫 번째 단계이다. 그리고 그 문제가 일어난 환경과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관찰하고 왜 그런 문제가 일어났는지를 공감하는 것이 두 번째 단계이다. 다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공유하면서 가능성 높은 해결책에 다가서라고 조언한다. 네 번째는 가능성이 높은 해결책을 사용자 대상으로 모의 실험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실행함으로써, 디자인 발상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항상 단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또는 단계가 뒤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4장의 ‘결핍에서 시작되는 디자인 혁신’에 수록된 글들이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이었다. 특히 저자의 안내에 의해, 버려지는 것들을 재사용하는 ‘업사이클’과 ‘다운사이클’의 개념을 정확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폐기물을 다시 활용하기 위해서 물리적, 화학적 공정을 거치는 것이 다운사이클이라고 한다면’, ‘업사이클은 폐기물을 파쇄하거나 분해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해서 새로운 사용 가치를 낳는다는 재활용의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제는 각 가정에서 분리수거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으나, 때로는 멀쩡한 물건들이 버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이제는 ‘업사이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나중에 올 사람들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5장에서는 결국 환경문제에 대한중요성을 일깨우는 내용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여전히 곳곳에서 ‘보존과 개발’이라는 가치가 충돌하고 있기에, 지금의 자연은 미래 세대에게 빌려쓰고 있다는 인식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확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가 잠시 머물고 있는 환경을 ‘나중에 올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디자인의 특징과 의미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모습에 진지한 고민을 담고 있다고 여겨진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