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이의 생애’
김승
슬픔은 꾸역꾸역 위로 밀고 올라가는
습성이 있다
새끼 발가락 통증에서 시작한 우울증은
텅빈 눈동자를 지나 웅덩이처럼
듬성듬성 빠진 머리 위로
길 잃은 별들만 아우성이다
매일 산속을 헤매다 오는 그 남자에게선
그을음 냄새가 났다
고혈압에 당뇨병에
낙엽처럼 바스러져 가는 삶을
등산으로 메우려다
부러진 나뭇가지 떨어진 단풍잎에
숨겨둔 우울증이 옹이를 흔들었다
막내만 학교 졸업시키자는 일념으로
회사와 아내에게만 인생을 예약했지만
명퇴로 밀려난 자리는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오지로 몰았다
몸은 가끔 이유 모를 열꽃이 피었다가 꺼졌다
죽은 고목에 꽃필 리 없다는 말 증명하듯
옹이에 붙은 불은 쉽게 꺼지지 않았고
영혼은 열기를 안고 하얗게 말라갔다
굳은 슬픔을 씹으며 꾸역꾸역
아래로 내려오는 생애의 습성이 생겼다
◆ 김승 시인 약력
- 「시와편견」으로 등단
- 「시와편견」 공동 주간, 월간모던포엠 자문위원
- 시집 「속도의 이면」, 「시로 그림을 그리다」,
「오로라 &오르가즘」, 「물의 가시에 찔리다」 외
동인시집 다수 공저
- 시사모 동인회 회장
- 현대시학 작가회, 모던포엠 작가회, 시와편견 작가회 회원
- 경영학 박사
◆ 감상
김승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오로라&오르가즘’에 실린
‘옹이의생애’는
그의 시편들 중 제일 좋아하는 시 중 하나이다.
2019년 시인이 두 번째 시집을 냈을 때
시사모 동인 몇 사람이 창원을 방문했고
그의 집에서 하루 묵게 됐다.
그날 우리는 김승 시인의 아내가 내준 와인을 마시며
두 번째 시집을 돌아가며 낭독했다.
나는 ‘옹이의 생애’를 낭독했다.
이 시를 왜 좋아하게 됐을까?
당시 나 또한 매 순간 치밀어 오르는 슬픔에 지쳐있었다.
그 슬픔이 뭉쳐서 만든 옹이가
온몸을 덮고 아파서 울고 있었다.
가장 치열하게 아프고 슬펐던 시절 만났던 김승 시인의 시.
나는 오늘 독자들에게 소개하려 한다.
오늘 밤도 제발 무사하시라 기도하면서. (글 구수영 시인)
출처 : 경남연합일보(http://www.gnynews.co.kr)
첫댓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감사드립니다 참 좋은 우리의 대표일꾼 김승시인이었어요
@구수영 뵙지는 못했지만 오래오래 사람들의 마음 속에 살아 계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