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
(2023년 2월 21
음력 2월 초이튿 날)
쿰쿰한 메주를 씻어 햇살에 말리고
유튜브를 참고해서 소금물을
만들어 오늘 드디어 된장을 담갔다ㆍ
염도가 문제라서 이틀 전에 미리 받아둔 물에 소금을 풀고 메주를 팔며
30여분을 강의한 곡식상회 사장님의
말을 되새기며 조심조심 담갔다ㆍ
그동안 띄엄띄엄 장은 담갔으나
할 때마다 처음처럼 조심스럽다
이번 장은 5년 만이다ㆍ
국간장은 항아리에 유리처럼 되어
달큰하기까지 한데, 진즉에 장을
담가서 씨간장에 부었어야 하는데
그동안 너무 게을렀다ㆍ
바쁜 세상에 시중의 된장을 사서 먹으면 된다지만, 너무 달고 인스턴트 맛이 강해서 담백함이 없다ㆍ
여행을 하다가 명인이 만들었거나
촌로의 투박한 된장을 사서 먹기도
했지만 역시 내손으로 정성을 들인
장이 제일인 듯 하다ㆍ
친정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장이 떨어지면 그냥 달려가서 장독대 배불뚝이 항아리를 열어 푹푹 퍼서 담아오면 그만이었다
표면의 검으스름한 된장을 걷으면
드러나는 누렇고 구수한 장!
얼마나 맛있던지!
손가락으로 찍어 먹으며 입맛을
다시곤 했었다ㆍ엄마의 그늘이 좋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으니 죄송한
마음이다ㆍ
'엄마, 보고 계시지요? 엄마의 장맛은
모두가 인정하는 맛이었잖아요ㆍ'
엄마의 그 맛을 재현하려면
자주 담가야 하는데, 정월이 휘리릭
지나서야 아차 하고 시기를 놓친다
친정어머니의 장꽝 가득한 항아리마다 간장. 된장 고추장이 가득하고,
그곁의 꽃밭에는 채송아. 봉숭아.백일홍이 빠알갛게 피어 있었다ㆍ
엄마의 장꽝이 유난히 푸짐했던 것은
꽃들이 가득해서가 아닐까?
햇살에 고운 빛의 꽃을 피우고, 살래살래 바람을 실어 된장이 익도록
보내줘서 잘 익어갔을 것이다
아파트 베란다에 엄마를 흉내내어
제라늄. 다육.소철나무 화분 사이
가장 햇살이 가득한 창가에 항아리를 놓았다ㆍ
햇살은 가득한데 바람이 부족하니
3일 후부터는 뚜껑을 열어 바람이
들게 하라는 생전 우리 어머니의 말씀대로 해야겠다ㆍ
항아리 뚜껑을 열어놓고 밭으러
일 나가시며 당부하시던 그 말씀,
"연이야 비오면 장항아리 뚜껑을
꼭 닫거라ᆢㆍㆍㆍㆍ"
항아리를 바라보며 어머니를 본다
단발머리 쪼꼬만 아이가 되어ㆍ
2023.2.21 화요일
초 하룻날이라고 12층 언니가
절떡을 가져다 주었다
정월이 하루 지난 시간이다
첫댓글 장아 장아. 잘 익어라.
햇살과 바람과 시간을 타고
잘 익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