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자전거 도둑’을 읽고-
무인도 사회
보통 친구들에게 자전거 도둑을 아냐고 질문을 하면, “김소진 작가가 쓴거 아니야?, 그거 시험에 나온 거잖아” 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나는 박완서 작가의 ‘자전거 도둑’에 대해 쓰려고 한다. 자전거 도둑이라는 제목은 그냥 단순한 사전적 의미의 절도범이 아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남자 주인공이 실수로 외제차를 긁어서 차 주인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하였더니, 주인은 5000원이라는 거액의 수리비를 안주면 자전거를 돌려주지 않겠다면서 자전거 열쇠를 가져가 버린다. 하지만 5000원이라는 돈도 없고, 자전거가 없으면 안 되는 수남이는 엄청난 죄책감을 가진 채 자전거를 들고 달아나 평소에 자주 가던 가게를 가서 자초지종을 털어놨더니, 혼내실 줄만 알았던 주인할아버지가 “솜씨 좋네”라면서 칭찬을 해 주었다. 수남이는 생각하다가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는 걸로 끝이 난다. 나는 이 이야기에서 너무나도 우리나라의 어두운 현실을 잘 반영한 것 같다. 이 책을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내가 봐왔던 문학 소설들은 어른들은 현자였고, 대부분 생각이 올바른 사람들이 많아 사람들이나 특히 아이들에게 잘못된 점을 훈계하고, 아이들이 그 잘못을 고쳐 나가는 행태의 청소년 권장소설을 보긴 했다. 그러나 이 책은 어른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생각하건데 박완서 작가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아마도 어른들의 책임 망각과 부도덕한 현실을 고발하는 게 아닌지 생각이 든다. 어른은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거나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보이지 않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그런 어른들이 수남이의 범죄를 오히려 권장하고, 주인할아버지처럼 칭찬을 하는 행위는 비정상적이라고 본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은 빈익빈부익부인 우리나라 현실이다. 고급 외제차를 타며 궁전아파트라는 이름의 아파트에 살고, 낡은 집에 살며 낡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수남이를 보며 생각이 든 것이다. 아저씨는 딱 봐도 가난해 보이는 수남이를 보면서도 5000원을 받아내려 했다는 점에 속된 말로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내 평을 써 보자면 요즘 갈수록 세상이 삭막해져 가는 것 같다. 옆집과의 소통은 아예 없고, 아이들이 뛰어 놀라고 지어 논 놀이터에도 아무도 없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도 모르겠고, 갈수록 살기 힘든 세상인 것만은 확실하다. 난 종종 3,4년 전만이라도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가 어른이 돼서는 남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훈계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