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혜시모음 5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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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을의 가슴은 넓다
강은혜
붉은 단풍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만 꽃비처럼 흩어져 내린다
내 사랑처럼
내 사랑은 단풍보다 더 아름다웠다
가슴이 맞부딪쳐서 추억이 되었다
추억 속에서 가을이 되었다
가을은 그냥 외면하는 바람이었다
가을은 꽃이었다
그리움을 머금은 꽃이었다
가을은
외로움을 품고 억새꽃을 잉태하였다
억새는 미쳤다
하얀 머리로 나를 오라 부른다
미치지 않으면 가을이 아니지
인생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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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강가에 핀 꽃
강은혜
석양이 긴 꼬리를 내리고
강가를 서성이며
기다림에 타는 갈증으로
그리움 붉게 물들 때면
그대가 몹시 생각이 나도
보고 싶어도
석양의 눈물 긴 옷소매로 가리고
강물에 몸을 누일때
그대를 내 가슴에 누이고
무심히 흐르는 강물에
내 마음 도 누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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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나리
강은혜
이른 봄날을
울타리로 엮어 가둔
노랑나비 떼
가지마다 입덧 난 듯
봄 갈아먹는 다
봄을 갈아먹고 포식한 나비 떼는
끝내
봄을 배신 한 채
멀리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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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겨울 바다
강은혜
겨울 바다가 그리워지는 날은
그 사람이 그리워서가 아니다.
가슴까지 차 올라 토하고 싶은
아픈 추억을
찬 바닷물로 씻어
싸늘하게 식은 님의 마음을 닮은
겨울 바다에 누운 바람에
실려 보내내려 함이라
만선의 배 한 척
포구로 돌아오는데
버린 님의 아픈 사랑
어찌
뱃고동 꼬리에 매달려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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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런 사랑이고 싶다
강은혜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눈곱 낀 부스스한 눈
감은 채
입가엔 미소 한 모금
담아
잘잤어 내 사랑
말은 안 해도 좋을 그런 사랑이고 싶다
모습은 흩어져 산만해도
꽃보다 더 고운 내 사랑
힘들 땐 가만히 볼 비비며
당신이 있어 행복해
우린 할 수 있어
당신이 앞서가면 나는 뒤에서
밀어 줄게요 할 수 있는 사랑이고 싶다
상심할 때 는
괜찮아 괜찮아
하며 무언의 포옹
기쁠 때 는 나보다 더 기뻐하는 당신
너가 넌지 내가 난지
알송 달송한 한 마음
그런 사랑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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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런 줄만 알았어
강은혜
이 세상이
다
날 버려도
너 만은 내 맘 인줄 알았어
내 아픔이 네 아픔인줄 알았어
내 편에 서있는 나무 인줄 알았어
왜냐하면
네가 아풀 때
내가 아팠으니까
언제나
네 편에 서있는 나무였으니까
그런 줄만 알았어
내가 괴로울 때 네 등 보았는데
네가 괴로우면
왜
눈물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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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리운 바다
강은혜
먼 수평선
한 점 구름 걸려 있다.
파도가 따라 가는
만선의 쪽배 하나
해수를 저어간다.
나선형 날개 짓 속에
동그란 얼굴하나 걸려 있다.
바다 보다
그 얼굴이 늘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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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리움
강은혜
가지 끝에 숨은
바람의 방화범
가지 끝까지 불 지르고
불 지른 천지를 불꽃으로
수놓는 갈 가을이
산등성으로 붉게 밀려간다.
설운 눈가에 맺힌 이슬
이젠 접어야 할 사랑
가슴에 안고 돌아서는 길엔
언제 피었는지 하얀 들꽃 웃음이
핏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바람의 발자국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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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기다림
강은혜
비인 길가 나신裸身의 나무들
두 팔 사이 냉기 스며들면
몸을 떠는 아픔이 그리움 풀어
누구를 그리 사무치게 기다리는 것일까
칼바람 저만치 홀로선 낙엽을
잠시 끌어안았다 무심히 떠난 자리엔
앙상한 가지 파란 하늘 휘저어
구름 점점이 띄워 보내고
떠나간 구름 속에 고운 임 얼굴 가리고
시린 웃음 하나씩 떨구고 있구나
시린 웃음 앞서 간 세월의 허상에서
사랑했든 추억 나도 몰래 끄집어내어
가냘픈 날개로 비상하려 하지만
날개는 기다림에 지쳐 부상하지 못한 채
깊은 신음 하나씩 잠재우고 있다.
재우려 하지만 불면으로 서성이는 그리움
그 임도 알고나 있을까
진정 모른다 해도 마음에 품은 당신
저미는 그리움 이별의 치유할 수 없는 상처
해산의 산통처럼 아픈 것을 알기에
내 모습 이대로
당신을 기다리렵니다.
꿈을 잊듯이 바람이 지나간 자리처럼
까마게 잊어 흔적조차 없어도
당신의 언약 안고
당신이 오실 그 날까지 기다리렵니다.
설령 오지 않는다 해도
그 자리에 망부석이 되어
당신의 그림자로 서 있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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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깊은 밤
강은혜
별빛도 아스라이
졸리 운 듯 희미한데
멀리
바람의 옷자락 사이로
사랑하는 사람의 호흡소리 들리면
호흡이 멎어 버릴 듯한 순간
흐르는 밤의 정적을 깨고 일어선 언어
그리워
흘러 고 흘러도 다시 흘러 고 푼 욕망의 강가에서
그대 그리운 밤엔
가슴 깊은 심연의
붉은 비둘기 날려보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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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꼼짝 마
강은혜
손들어
입 막고 움직이지 마 거리 두기 해
집에만 가만히 있어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복종한다
투명한 밧줄로 꽁꽁 묽어
음압실로 내동댕이친다
그리고 출입 금지
경험해 보지 못한 별에 감금시킨다
그리고는 열 올리고
숨 못 쉬게 하고 장난친다
무엇이든 잘한다고 자랑하며
교만이 하늘을 찌르는 인간들
뭐해요
神 이 없는 것처럼 악을 밥먹듯 하더니
뿔 30개 달린 코로나가 왔구나
꼼짝 마
잘못 걸리면 죽어
횡포를 부려도 아무도 대들지 못한다
어둠의 사자 코로나
불 밝히면
꼼짝 마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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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꽃으로 불리 울 당신
강은혜
내가 슬프고 외로울 때
마음 시리도록 아플 때
당신은 내게로 와서
향기로운
꽃이 되었습니다.
피운 꽃 시들어 아파 할까봐
조바심에 긴 밤새운 것은
당신이 내 뜰 안에
꽃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꽃으로 피어있는 행복이란 말은
꽃말에는 없습니다.
꽃말에는 없어도
꽃으로 불리 울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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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남자의 눈물
강은혜
하늘 보다 더 무거울까
남자의 눈물
땅 보다 더 넓을까
남자의 가슴
남자는 눈물이 없는 줄 알았다
남자의 맘은 무쇠로 만든
강철인 줄 알았다
아니다
남자의 맘은
깊은 바위 속에 숨은 물처럼
여리고 연약하다는 걸
어느 날
남자의 통곡을 들었을 때
알았다
남자는
사자의 눈물처럼
속으로는 울부짖는다.
밤이슬처럼 운다.
아니면
음주를 하고 헛웃음으로
울음을 대신 한다
남자의 눈물 누가 만들었을까
욕망일까
아니면
세상일까
사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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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능소화
강은혜
누군가에 담벼락에
붉은 꽃 피어있다
가만히 보니 꽃 속에서
한 여인이 붉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눈물방울이
다시 꽃을 피웠다
여러 해 동안 지지 못한 꽃
담장에서 고개 내밀고
오늘도 기다린다
무심한 해는 오늘도 말없이 지나간다
한마디만 해다오
올 것이라고
꼭 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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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다 잊으렵니다
강은혜
오래 전에 꾼 꿈같이
다 잊으렵니다.
꿈속에 환희의 불꽃
산화 못한 투명한 아픔
미처 사르지 못한 연정
다 잊으렵니다.
세월의 강가에 꽃잎 하나 떨구었다고
지나가는 바람에 낙엽 한잎 떨구었다고
그 누가 아파하리오
낙화한 시든 꽃잎
낙엽의 슬픈 노래
세월은
무언의 상념
여명 밝히니…
바람을 잊듯이
꿈을 잊듯이
다 잊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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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당신은 나의 꽃
강은혜
기쁨도
소망도
생명도 꽃으로 피울 수 있다면
어떤 꽃이 될까
어떤 꽃으로 피어
기쁨으로 울고
소망으로 웃고
생명으로 말할까
꽃보다 아름다운 것
달리 없을까
없음으로 그리움 속에서 피는
당신은 나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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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당신은 나의 하늘
강은혜
강이 산을 안고 살듯
산이 강을 품고 살듯
살면서 서로
사랑을 나누듯
사랑하는
당신은 하늘
하늘 바라기로 천년
산이되랴
산과 강이 되어
당신 품에서 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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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마지막 잎 새
강은혜
바람의 입질에도
슬피 운다.
가지마다 흔드는
별리
그 이별 앞에 하고 서면
나도
잎 새로 찍은 발자국 따라 걷는
이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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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바다 예찬
강은혜
밤새 달려간 이름 모를 바닷가
푸른 새벽의 기상은 번개처럼 번쩍이고
연인의 가슴에서 꽃잎은 나비처럼 펄럭이고 있었다.
흑암의 침묵 깨우는 파도의 몸부림이
긴 행렬의 아우성처럼 처절하지는 않았지만
눈 뜨는 만상의 기다림은 시작되고
기다림은 못내 붉은 가슴에 불을 질렀다.
둥둥 붉은 해 용트림처럼 꿈틀 거리며
어둠을 찢고 뚫고 일어서는 황홀감
위대한 자연의 신비로움에
심장의 뜨거운 피 끓어오른다.
순백의 갈매기 깃털에
반짝이는 정금의 햇살
우리네 동공에도 달려오는 아득한 정경
해변은 일제히 생명감에 요동하고
붉은 빛깔 사이로 현현하는 물상
한순간 증오심은 밝은 빛에 소멸된다.
바다는 뜨거운 해를 토해 내고도
자연의 이법 거스르지 않고
푸른 깃발을 펄럭이며
세상의 고통을 모성의 영혼으로
저렇게 끓어 안고 잠재우고 있다.
우리는 작지도 크지도 않은 배를 타고
찬란히 빛나는 벽과 벽 사이를 뚫고
힘겹게 겪어낸 한 날의 노동으로
가벼운 풍선처럼 바람에 날아오른다.
작은 등대 하나 푸른 빛 틈새로 걸어오고
작은 범선은 역풍에 미끄러지고
검푸른 하늘은 하얗게 이를 더러 내고
아득한 수평선에 입맞춤 한다.
겨울바다의 한 모서리
외로운 사람들이 버리고 간 슬픔의 편린을
백사장은 외투 속에 꾸겨넣고
여름바다 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사랑의 이름으로 가슴에 담는다.
가슴 깊이 간직했던 소중한 사랑
누군가의 슬픈 가슴에 넣어주는 행위
저마다 주머니 속에서 희망이라는 진주를 꺼내
절망의 늪으로 추락한 새들의 입에
물려주는 눈물겨운 작업 지켜보면
비록 입 열어 바다는 말하지 않지만
정녕 우리는 인생의 항해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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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바다의 눈물
강은혜
너의 얼굴은
푸르름으로 충일한데
너의 심성은 어떠니
어머니 품같이 한없이 넓은 그니
그럼 왜
업겁에 세월 빗기 치는 파도
오열하며 울부짖다
갯바위에 얼굴을 묻고
하얀 머리를 하늘로 풀어대고 있는 그니
어두운 어물 속에 방치한
어느 여인의 끈 떨어진 두레박처럼
묻어 두었던 한을 삭히는
거친 몸부림이 피워낸
눈물 꽃이더냐
오늘도
그 여인은
밤 별 하나이고
무인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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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벼랑 위에 핀 꽃
강은혜
바람이 부는 황량한 광야에
서보지 못한 사람은
그 심정을 모른다.
그곳에 서서
밤을 새워보지 못한 사람은
그 심정을 더더욱 모른다.
온갖 고행으로 탈출해
꽃피는 동산으로
돌아 올 수 있었던 사람이 아니면
그 기쁨 모른다
누구나 다 광야 에 설 수 있지만
다
승리 할 수 는 없다
의지와 투지 노력이 함께 할 때
분명히 신도 참여한다 .
벼랑 위에 핀 꽃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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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별을 볼 수 없는 날에는
강은혜
문득
별이 보고 싶어 하늘을 보니
하늘엔 희색 양떼들 귀천중이다
귀천 하는 양떼 속에서
별 하나 울고있다
우는 별 보다
더 아픈 건 너의 마음일까
아니면
내 마음일까
구름 속에 숨어 우는 너
오늘은 너를 볼 수 없을 것 같아
눈물이 난다
혹여
눈물이 은하수에 닿으면
그 길로 네가 오지 않을 까
와서
내 눈물 닦아주지 않을 까
눈물 방울 속에
슬픈 미소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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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별이 보고 싶은 날
강은혜
별이 보고 싶은 날엔
외로움이 별보다 더
많이 떴다
많이 떠서
손톱을 세우고
가슴을 후벼 갉아 댄다
아픈 가슴의 흉벽엔
그대 흉상이 새겨져 있다
별이 보고싶은 날엔
외로움을 둘러쓴 흉상이
웃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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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보고 싶어도
강은혜
석양이 긴 꼬리를 내리고
강가를 서성이며
기다림에 타는 갈증으로
그리움 붉게 물들 때면
그대가 몹시 생각이 나도
보고 싶어도
석양의 눈물
긴 옷소매로 가리고
강물에 몸을 누일때
그대를 내 가슴에 누이고
무심히 흐르는 강물에
내 마음 도 누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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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보고싶어요
강은혜
가을 단풍보다
더 붉게 탄 마음이 뜨거워서도 아닙니다
하늘 공원에 억새가 밤 새 울어
슬퍼진 것도 아닙니다
소슬바람에 낙엽하나 외로워
고독해졌기 때문도 아닙니다
다만
못 견디게 님들이 그리워서입니다
보고싶어서 입니다
붉게탄 단풍으로 꽃불 만들면
저 뜨거운 태양보다
더 뜨그운 사랑으로 님들을 만날 그에요
만나
꽃불이 될 그에요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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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봄의 소리
강은혜
자꾸만 부른다
점점 커져서
지금은 외침이다
온 대지가
바람이 났나 보다
아무나 부르는 것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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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봄의 연가
강은혜
아무도 교만을 허락지 않는다
그는 연하디 연한 순으로 와서
숲을 만들고 숨결로 잠재운다
아무도 아름답 단 말 못하리라
꽁꽁 얼엇었던 대지를 풀고
봄바람으로 칼바람을 잠재우고
꽃향기로 온천지를 점령한 너
속삭이지마
너의 향기에 취해
100년이 하루같은 오늘
나를 찾지마
꽃향기가 되어 온천지 날다
너의 숨결 그 곳에서 만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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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부서진 이름 하나
강은혜
부서진 이름 하나
비에 젖는다.
이름으론 부를 수 없는
얼굴 하나도 함께 젖는다.
지워 버릴 수도
돌아서 버릴 수도 없는
함께 젖어 울음 되는
이름 하나
끝내
성한 이름으로 되돌릴 수도
되돌려 불러 볼 수도 없는
산산이 부서진
이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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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사랑의 기쁨
강은혜
불꽃의 승화
혹은 승화된 불꽃
사랑은 그렇게 태운 가슴이고
가슴을 태우면 그렇게
사랑이 된다
언제나 불꽃이고 싶어
불꽃으로 달군 사랑은
사랑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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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사랑의 불꽃은
강은혜
불꽃이 아름다운 것은
머리를 풀고
하늘로만 하늘로만
승화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마음을 열어
아낌없이 자아를 내려놓고
희생의 불꽃으로 승화하기 때문입니다 .
희생의 불꽃은
고뇌의 늪에 신음하는 슬픔을
하나씩 터뜨려
기쁨으로 승화하는
불꽃이 됩니다 .
나는
희생이 낳은 진실과
희열로 승화하는
사랑의 기쁨
잉태하는
불꽃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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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사랑의 조건
강은혜
깊은 산 속에
솟아오르는 옹달샘 처럼
고요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
사랑을 받는다
벌과 꽃처럼
서로를 내어 주면 서도
아픔이 없는 그런 사랑이었음 더욱 좋겠다
서로의 고통을 감싸안고
같이 울어줄 수 있는 한 마음 이면
족하지 않을까
사랑은 모든 허물을 덮는 보자기
그 보자기가 크면 클수록
사랑을 많이 받고
보자기가 작으면 작을 수록
제몸 하나 가리기도
힘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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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사랑이란
강은혜
암흑 속에서 헤매는
나그네의 웃음이 되고
찢어진 상처 입고
기진한 철새의 쉼터가 되고
아무도 봐 주지 않는
호젓한 산모퉁이 들꽃의 웃음도
담을 수 있는 그릇
보상을 바라지 않는
깨끗한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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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사랑하나봐
강은혜
오늘은
유난히 당신이 생각납니다.
푸른 하늘에
당신의 웃음이 구름 타고 살아져갑니다 .
정원 나뭇가지에
그리움 하나 걸려있고
창가에
스치는 바람에
당신의 음성이 작은 새의
노래로 가슴을 적셔옵니다.
길가다 스치는
인연들이
당신 모습으로 비칠 때 면
수줍은 듯 미소 지어봅니다.
친구와의 수다 속에
숨어있고
모든 일상에 숨어서
날 오라 부르는 음성에
한 달음 달려갑니다
세상에서 가장행복한날은
임을 만나려 가는 길가에
풀잎 한 잎이라도 아름답고
온 세상 가득 핑크 장미뿐
마음은 바람을 타고 님에게로
두둥실 날아가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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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사랑하는 내 친구
강은혜
눈을 감지 않아도 늘 생각나는
들국화 향 같은 친구는
옛 고향 실개천에 흐르는 물처럼
맑고
오월에 피는 진한 라일락 향기는 아닐지라도
은은한 들풀같이 편안한
친구가 있다
오월의 아카시아 향이 유혹을 하는 지
친구에게 전화를 든다 .
뭐해
응
그래……
누구도 할 수 없는 말
할 수 있는 내 사랑하는 친구야
너는
곶감처럼 달고
백합처럼 곱고
진달래처럼 수즙은 내 맘의 단한송이 꽃
외로울 때나
질곡의 아픔 찬 서리 내릴 때면
저 따스한 봄볕처럼 품어주는 너
너의 아픔이 내 아픔으로 전해지는 것은
아마도 몰래 붉은 꽃 한 송이
심어 놓았기 때 문 일거야
독감으로 휘청 그리는 하루지만
요즈음 심신이 지치고 아픈 친구에게
무엇이 되고 싶다.
별이지는 어느 숲 속에 고요를 깨는
맑은 새소리 이고 싶고
노도같이 밀려오는 일출의 웅장함으로
네 앞에서고 싶지만
봄 따라온 실개천 실버들처럼
푹 내려 앉아 지나는 바람에 흔들릴지라도
내 맘은 밤하늘 여는 별처럼
네 어두움 소멸하는 여명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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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산유수
강은혜
어느 깊은
산골짝에서 왔길래
화장은 고사하고
누렇게 황달이 뜬 걸 보면
보릿고개 겪으며
배곯이 했나보다
허나
배보다 더 고픈 건
사랑의 시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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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세월은 산을 넘어 갔을까
강은혜
세월은
꽃잎 사이로 길을 내어
계절을 밟고 갔을까
가지 가지 사이로
길을 내어
산을 넘어 갔을까
세월 따라 함께 걷는
행려
나는 시방
이마로 길을 걸어 세월 쫓는
편려의 행려자다
☆★☆★☆★☆★☆★☆★☆★☆★☆★☆★☆★☆★
《37》
슬픈 웃음
강은혜
뜨거운 가슴 주체 못해
그리움의 강물로 풀어놓고
차가운 가슴 견디다 못해
그리워하는 모닥불로
지펴놓고
몰래 가슴으로 키워온
사랑 꺼내 놓고
지어 보는 슬픈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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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아름다운 사람은
강은혜
아 다운 사람은
생각과
마음 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미의 얼굴로 악한 생각이
마음 잡으려 할 때
나도 몰래 덜렁 손잡으려고 하다
잠깐
생각을 깊이 하는 사람입니다
악 이라고 단정하면
만금이라도
강물에 던질 수 있는 사람입니다
화 는 가슴으로 먹고
화 가 나를 먹지 못하게 하는 사람입니다
원수 사랑하는 것처럼
사랑이
아프다는 걸 아는 사람입니다
알면서도 가슴에 촛불을 켜서
자신을 태우는 사람입니다
☆★☆★☆★☆★☆★☆★☆★☆★☆★☆★☆★☆★
《39》
아픔 없이는
강은혜
아픔 없이 슬픔 있을까?
슬픔 없이 기쁨이 있을까?
절망 없는 희망
사랑 없이 이별 있을까?
산고 없는 잉태 없듯이
아픔 없이는 사랑할 수 없습니다.
사랑은
거미가 육신을 자식에게
내어 주듯이 내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는 것이기에
사랑한다, 는 말
아프다.
☆★☆★☆★☆★☆★☆★☆★☆★☆★☆★☆★☆★
《40》
애잔한 빗소리
강은혜
밤새 들리는 빗소리
님 기다리다 지친
울음인가
새벽에 들리는 빗소리
님 떠나보낸
신음 이련가
마음으로 보낸님
정말 보낸 것은 아닙니다
끝내 보내지 못해
흐느끼는 애잔한 빗소리와 함께
마음에 흐르는 눈물
너 비야 !
너의 울음이 나의 울음이 되어
밤새워 흘리는 눈물 되고
끝끝내 보내지 못하고
잡아두어야 할 영혼의 사랑
너는 아는지
밤새워 흐느끼는 애잔한
그리움 의 빗소리를……
☆★☆★☆★☆★☆★☆★☆★☆★☆★☆★☆★☆★
《41》
어느 노숙자의 고백
강은혜
머리엔
흰눈이 내렸나 봅니다
머리 속이 은보다 더
하얀걸 보면
뼈 속까지 파고드는 칼바람
인정 없이 온 몸을
얼음 코일로 칭칭 감습니다
따뜻한 둥지 간 곳 없고
중풍 걸린 영등포 역
날 버리고 간 아내의 울음인 듯
저 기적소리 들레지 마라
혹시라도 아낸가 하고
오가는 사람 시선 부디칠 때
사슴처럼 슬픈 눈망울일까
아니면
벼랑 끝에선 경악하는 눈망울일가
그도 아니면
내일 없는 낙오자의 눈망울일까
활처럼 휘어진 허리사이로
차디찬 냉기는 떠나버린 아내의
시선보다 더 따뜻합니다
춥다
구걸한 술 한병 목구멍 젖시는
짜릿한 쾌감 만이 나를 덮어
슬픔 잊으려 하지만 저기 서 있는 군상들
나무 들이다 무관심이다
따듯한 방 바가지 걱는 아내
꽃같은 새끼들 어둠속에서
웃는다 운다
육신은 얼음 인양
이젠 머리까지 얼고
생각이
하얗게 얼었습니다
누구없소
당신은 일어 설 수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해주오
한조각 빵보다 더 귀한
당신손 내밀어 주오
어디선가 들리는 희미한 음성
내가 너를 사랑하노라고
넌 일어 설 수 있다고
너도 용서하라고
그분이 누군지 알 수 없지만
"하나님"하고 입속에서 맴돌다
가숨속에 메아리로 살아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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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어머니
강은혜
어머니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바로 당신입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꽃은
처음 보았습니다
어머니
이제 울어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 지요
모든 산이 다 무너져 내리고
하늘이 무너져 마음을 짖눌려
숨을 쉴 수 가 없습니다
불러도 불러도 대답이 없는
사슴의 눈물 가득한 큰 눈으로
말씀하셨던 어머니
사랑한다고
어머니
아름다운꽃을 좋은 정원에 심지못하고
거칠은 자갈밭에심고 물도 주지못하고
이 불효 자식을 용서 하소서
이제
그 아름다운 꽃 볼 수 가 없어서
어머니의
무덤을 가슴에 만들고
절대로 고운님을
보내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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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영원의 의미
강은혜
잊혀진 꽃
세월이 머리에 꽂아주고 간
갈대꽃
바람으로
보내고 맞는 생의 어디 쯤에
중년이란 이름으로 서 있는
여인 하나
바람이었던가
촘촘히 꿈을 꼬아 역은 그물로
영예도 잡을 줄 알았는데
거물엔
허영 하나 걸려있고
얼굴에 총총히 얽힌 거미줄에
세월도 걸려
빠져나가지 못할 줄 알았는데
거미줄엔
내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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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외로운 강가에서
강은혜
그리운 날 엔
강가에 서본다
님 이 보고 싶은 날에도
강가에 서 본다.
선채로 갈대가 되어
손을 흔드는 이별
당신의 강인 저쪽을
나는 이쪽을 걷는
被岸(피안)의 사람 바라기
노가 있어도 저어 오지
못하는
저어 거서도 안 되는
강
이쪽과 저쪽을 걷는
피안 인
님 이 그리운 날엔
강가에 서서
갈대가 되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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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우리의 만남은
강은혜
우리의 만남은
푸른 꿈을 만드는
푸른 하늘
푸른 하늘에
언약이 별처럼
가슴에 새겨지면
우리가
그립고 보고싶을 때
하늘을 보렵니다
하늘을 보니
님들의 얼굴이
흰 구름처럼 환하게
웃네요
그 웃음이
세상 고뇌 풀어주는
심장에 핀 한 송이 꽃 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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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인생의 그 길에는
강은혜
그 길에는 꽃들이 만개한
큰 소망 고운 무지개로
큰 별을 딸 수 있는
환상의 길인 줄 알았습니다
등불로 바램을 삼고
한 발자 마다
행복을 숨겨 놓은 줄 알았습니다
행복 잡으려고 하면 다라 나고
잡아보면 양파 껍질처럼
뒤져보아도 행복은 없고
무심히 하품을 합니다
그 길에는 하늘 끝에 헛웃음이
짖은 눈물 자욱 한올 한올이
주마등처럼 바람에 흔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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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인생의 밤
강은혜
빨간 망토로 얼굴 가리고
피의 이빨도 감춘 채
드라큘라가
회색 어둠의 동굴로 들어선다.
오늘밤엔 또
몇이나 피를 흘리며 죽어 갈까
얼마나 많은 꿈들이
아침과 함께 사산死産할까
밤은 사산의 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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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존재의 의미
강은혜
지는 꽃을 낙화라 했던가
피고 지고
지면 다시 피는 것이
무위의 법도
어찌 꽃뿐이랴
해도 지면 기울고
기울었다 다시 되돌아오고
강물도 쓸 물로 빠져나갔다
밀물로 밀려오는 것을
생이라고 다르랴
삶과 죽음이 맞물려
되풀이되는 것을
무위의 법도 앞에 하면
나도
꽂지는 날에 꽃잎 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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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첫사랑
강은혜
내 어찌
당신의 가슴을 만져볼 수 있을까
당신을 만난 후로는 생각에 젖어
하루에 짐을 내려놓을
길을 열어 놓는다
작은 풀잎하나
지나는 바람결에도
당신의 웃음이 묻어있고
앉으나 서나
언제나 당신생각으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
언제나 따뜻한 당신의 품속
사랑의 중량과 명암을 근심하며
행복의 문을 열어 보고
너무 너무 사랑하는 마음
햇빛에 꺼내본다
당신의 여문 싹이
어느덧 내 가슴에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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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코스모스
강은혜
가을 보다 먼저 피었다가
이별 보다 먼저 갔다.
먼저 가기 위해
길가에 피었던 연유를
낙엽은 알지 못했다.
이별 앞에 하고
이별에 등 밀려 떠나야 했던
손짓들
어디로 돌아갔을까
귀천歸天
아니면
꽃끼리 모여 사는 화혼촌化魂村
코스모스는
그렇게 피었다
그렇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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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하루만 피는 꽃
강은혜
천상의 천사의
날개가 떨어졌나
날개가 떨어지면서
붉게 피멍이 들었나
선인장 푸른 가시에
찔리어
붉게 물들었나
붉은 미소 천상의 황후
세상이 너무 더러워서
하루 만에 가는가
하루의 짧은 만남 과 긴이별
선악과를 먹은 하와처럼
고개 숙인
고운 여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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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하얀 밤
강은혜
갈대 우는 소리가
밤을 잠재우지 않는다
살아있는 밤은
바람도 별도 달도 뜬눈이다
그림자는 온 동네를 배회하고
세계를 쥐락펴락하면서
모래성을 쌓고 있다
모래성이 보물섬으로 변해도
무엇하리
네가 없는 세상은
이미
빛을 잃었다
하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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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함께 있고 싶은 사람
강은혜
그대를 만나던 날
참 느낌이 좋았습니다.
당신의 눈빛은 아기같이
선하고 그 마음은
거짓이 없어 보였습니다 .
모습은 온유하고 기품 있게 아름다웠고
꼬옥 안아주고 싶고 뭐든지 주고싶은
그대의
한없는 겸손과 미소에
나라는 존재가 높이 상승하는 것 같았고
한없는 기쁨으로다가 왔습니다.
그대는 내 마음 에 무엇인가 이름 할 수 없는
매우 큰 것을 선물 하셨습니다 .
그것은 아마도 사랑의 배려와
다른 사람을 섬기는 마음 이였습니다
그대와 늘 함께 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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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함께 흐르고 싶다
강은혜
당신과 나는
강과 강으로 만나
이룬 하나의 강
당신의 손엔 노가
내 손엔 삿대가 들려 있어
격랑도
노도도
마다 않는
당신과 나는 뱃사공
어찌 사공이
바다를 마다하랴
그것이
세상이 말하는
고해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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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해당화에게
강은혜
슬퍼도 울지 마라. 해당화야
인생 모두 다 슬프다
앞산에 뻐꾸기도 슬퍼서 울고
윤중로 벗 꽃도 슬퍼서 낙화한다
세상이 싫여 울면서 오고
사랑이 없어 울면서 간다.
시집갈 제 울 누나
뒤뜰에 봉숭아 붉다고 울고
철없는 코흘리개 따라서 운다.
울지 마라. 해당화야
슬퍼서 인생이고
고독해서 땅도 돌고 또 돈다.
저 광야의 키 큰 사슴
자작나무에 걸린 초승달 보고 울면
슬픔은
눈물 꽃을 피우기도 하고
갯바위가 되기도 하며
부평초가 되기도 한다.
해님도 때론 슬퍼서
구름의 옷자락으로
눈물을 닦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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