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121) 언어의 집 만들기 - ④ 공감각 연습 3-3/ 문학박사 전기철
언어의 집 만들기
네이버 - 웹/ 음에서 나타나는 고유의 색, 색청(色聽)을 들어보셨나요?
④ 공감각 연습 3-3
색청(色聽)이라는 말이 있다. 색청은 소리에서 색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는 영화는 각 음에 따라 느껴지는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도는 사슴, 암사슴 ; 레는 금빛, 태양빛 ; 미는 나 자신을 부르는 이름 ; 파는 멀리 달려갈 곳 ; 솔은 실을 당기는 바늘 ; 라는 솔 다음이구요 ; 티는 잼 바른 빵과 마시는 차.” 구체적인 삶을 중심으로 감각들이 자유롭게 섞이고 있다. 위 노래가사는 소리를 중심으로 다른 감각이나 사물과 연결해놓았다. 하나의 감각에서 울리는 느낌을 다른 감각이나 사태로 확장해서 표현한 것이다.
위와 같이 하려면 자신의 삶에서 겪은 구체적 감각을 자유롭게 끌어오면 된다. 예를 들어본다면, 도는 딸기를 먹은 혀의 빨강 ; 파는 이상의 소설 속 금홍이의 분홍치마 ; 솔은 비둘기가 사랑한 하늘색 등 연상과 자신의 경험, 소망, 정서, 기분을 그 음에서 느껴지는 다른 감각이나 생활 속에서 얻어온 사태로 적어낸다. 첸카이거의 영화 〈현 위의 인생〉에서, 현이 일천 번째 끊어지는 날에 눈을 뜰 수 있다는 눈먼 노인의 말을 젊은 제자는 믿지 않는다. 스승은 현의 소리가 곧 눈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젊은 제자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예술의 높은 경지에 이르면 모든 감각은 섞이고 같아진다. 참된 감각은 감각과 감각 사이의 틈새에 있기 때문이다. 현에 모든 인생을 담아 온 스승은 그것을 알았지만 세상의 굴레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젊은 제자는 너무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었던 것이다.
어떤 맹인은 손으로 만져보고 색깔을 안다고 한다. 그는 빨강을 보지 못하지만 손을 갖다 대보고 그 색깔을 맞춘다. 그에게 물었더니 빨강의 온도와 파랑의 온도가 다르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색깔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잘 안다. 노랑의 이야기와 보라의 이야기, 혹은 초록의 삶, 주홍의 음악이 다르고 빛에도 그 나름의 삶이 있고 감각이 있다. 하나의 색이 꿈꾸는 소리가 있고, 맛이 있다. 색을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몸으로 느끼고, 들을 수 있다면 색청(色聽)이 가능한 예술가이다. 그러므로 시를 쓰기 위해 이제 색을 듣고 맛보며 냄새를 맡자!
[연습 16] 각자 자신의 상상력으로 여러 감각이 섞이도록 7음의 색깔을 표현해보시오. 삶이 풍성하게 느껴지도록 공감각으로 표현해보시오.
[과제 4] 다음 단어만 있는 것들은 합성이나 공감으로 시적 문장으로 만들어보시오. 그런 다음에 그것들을 구체적인 사실성이 느껴지도록 연결해보시오, 산문적 설명이나 중복된 말들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시오.
① 어둠과 말다툼하다
② 감기 걸린 손수건
③ 삼나무는 공동묘지의 철학이다
④거들먹거리는 불빛
⑤ 프리지아
⑥ 숲에 짓는 꿩
⑦ 머릿속에 스프링을 넣고 걷는다
⑧ 머쓱, 헝클다
⑨ 인형( )
⑩ ( ) 모눈종이
⑪ 부루퉁하다
⑫ 창문
⑬ 그림자가 강으로 뛰어들다
⑭ 떠도는 흉터
⑮ 골목에 그림자를 남긴 개
⑯ 이파리가 달린 달(유모차에 싣고 다니는 달)
⑰ 가로등이 밤을 불태우다
⑱ 거울 속의 비명
⑲ 난파선
⑳ 백지에서 너를 읽는다
< ‘언어적 상상력으로 쓰는 시 창작의 실제(전기철, 푸른사상, 2020)’에서 옮겨 적음. (2020.10.17.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121) 언어의 집 만들기 - ④ 공감각 연습 3-3/ 문학박사 전기철|작성자 화룡이의 행복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