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해 보이는 햇볕만 보고 집을 나섰더니
웬걸 옷속으로 스며드는 한기가 피부를 찌른다
아직도 앙심을 풀지 못한 겨울이 냇가에 살얼음을 얼려 놓았고
논 가운데 서있는 백로를 잔뜩 웅크리게 만들었다
한시간여를 달려 강청골에 다다라서
도로옆 진청암에 문안을 드리고 마을 안길로 들어섰다
산행들머리로 잡은 강청동문(江淸洞門) 정자에 자전거를 맡기고
막 출발하려는 찰라 샛노란 산수유꽃이 반갑게 아는체를 한다
뜻하지 않은 횡재에 산행길을 멈추고 몇번이고 들여다 보며 희희낙낙이다
"그래도 갈길은 가야지~!"
동토(凍土)에서 풀련 난 개울물이 졸졸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곡을 따라 상투봉을 오르려 한다
쌍소나무에 빗장을 지른 벚나무
사방댐으로 올라서서 본격적인 산행길에 접어들자
어제 내렸던 잔설(棧雪)이 겨울 흉내를 내고 있다
<구부러진 소나무>
상투봉 계단 직전에서 옆길로 파고들어 전망바위로 치켜 올라간다
상투봉 아래 전망 바위에서의 조망
<광덕산 방향>
<도고산 방향>
<삽교호 방향>
내가 굳이 이 곳을 찾는 이유 중의 하나는 조망의 즐거움도 있지만
바위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형제소나무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저들도 자라면 이런 명품 소나무가 될 수 있으려나?
상투봉의 전위봉(前圍峰)으로
탁 트인 조망과 명품 소나무 그리고 기암까지 갖춘 이 곳은
영인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뷰포인트 중의 한 곳이다
영인산의 전경(全景)도 훌륭하고 상투봉의 모습도 온전히 담을 수 있다
계단을 밟고 올라온 상투봉 정상에서는
잔디광장 너머 영인 들판을 바라볼 수 있는 멋진 뷰가 펼쳐진다
영인산의 삼각봉(신선봉, 깃대봉, 연화봉)과
산림박물관 일원도 소상히 들여다 볼 수 있고!
정상을 내려 오면서는 바윗속에서 거북이가 기어 나오는 모습도 만난다
습지원으로 내려오다 보니
복숭아 나무들을 무참히 베어 쓰러뜨린 현장을 보며 의아심을 갖게도 한다
"뭘 또 하려고 멀쩡한 나무들을 제거 했찌~?"
'히어리'는 드디어 노란꽃을 초롱초롱 매달기 시작했건만...!
갯버들도...!
매화나무가 심어졌던 이 곳도 일대 변신을 하는 중이다
잔디광장에서는 야외 학습을 나온 어린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시비(詩碑)를 보면서 관리공단의 시설 변경에 시비(是批)를 걸고 싶다
"왜 엄청난 돈을 들여 잘 가꿔진 나무들을 자르고
인공적인 시설물을 여기저기 꾸겨 넣는 것이냐?"
마치 산림청이 강원도 험산의 몇십~백년된 소나무를 자르고
다시 그 자리에 어린 소나무를 심어 가꾸는 것을 산림정책이라며 산림청을 유지하는 것처럼
공단도 공단을 위한 사업을 억지로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희양목 꽃>
온실에 들려 선인장 등 식물 구경도 빼놓지 않는 일과!
산림관리소 앞의 연못을 지나며
비어있는 연못 대신 하늘을 담았다
<이끼>
"추운 날씨를 어떻게 견디고 있나~"
얼마전에 다녀간 노루귀의 안부도 궁금했었지!
<바라봄 언덕>
혹시 산림박물관 주변에서 들꽃을 만날 수 있으까 하여 둘러보던 중
엉뚱하게 동물 조각품들만 담고 말았네!
헬기장을 지나 연화봉 입구에서 왼쪽의 강청골로 내려선다
아무래도 깃대봉을 거쳐 신선봉까지 돌아 강청골로 내려서려면
거리가 너무 길어져 점심을 거르기 십상이라
빠른 원점회귀를 위해서는 이 코스가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물오리 나무>
하산 종료 지점
강청골 가든 뒷쪽으로 들어와 장독대 옆에서 오늘 산수유를 두번째 조우 했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강청골 가든의 정원
오리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인데
주인의 전지(栓枝) 솜씨가 탁월하여 곳곳에 예쁘게 자란 나무들을 많이 갖고 있다
<영춘화>
<샤프란>
<돌단풍>
<산수유>
밭둑에서 만난 광대나물도 진보라색의 꽃망울을 열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회수하여 진청암 앞의 식당에 들어갔더니 퉁명스러운 주인이
"재료가 떨어져서 식사를 할 수 없습니다"
곡교천 둑방길의 들꽃(개불알꽃, 광대나물, 꽃잔디)들을 섭렵해 가며
해암(蟹巖)을 거쳐 인주면 중방리의 식당을 찾아갔는데
여기서는 주인장이 마침 볼 일이 있어 외출을 하려는 중이었다
"에구 오늘 점심은 굶었네"
새로 생긴 평택 부여간 고속도로에 차들이 빈번하게 지나 다니는 곡교천 다리밑을 지나
낚시꾼들이 몰려 있는 해암리에서 유장하게 흐르는 곡교천과 이별한다
이후 삽교호 제방길(3.6km)에 들어서서는 강한 맞바람과 씨름을 한다
물이 빠지며 여지없이 갯벌에 드러난 정치망도 들여다 보고
마지막 관문인 배수 갑문을 통과하려니
갑문 교체공사가 며칠째 진행중이라 한동안 발이 묶여 있어야만 했다
라이딩과 산행을 함께 묶어 진행한 앱이
전체 시간 여섯 시간을 넘겼고 주행거리는 48.5km를 기록했다
아마 산행 거리 6km쯤을 감안하면 라이딩거리는 왕복 42km 가량 될 것이다
점심도 굶어 가며 궁금하여 찾아갔었던 영인산을 온전하게 일주를 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 궁금했던 꽃소식과 봄이 가져온 변화를 살펴 봤다
허나 아직은 내일이 춘분인데도 봄은 쉬이 몸체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으며
남아 있는 겨울 바람은 차고 매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