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풍
단양의 느림보길을 가려고
집을 나섰다ㆍ생각 같아서는 마음 맞는 지인들과 멀리 광양의 매화 축제를 보러 가거나, 남도로 봄을 맞이하러 가고 싶었다ㆍ그러나 큰일을 앞두고 매사에 조심조심 하는 마음에서 자중을 하고있는 중이었다ㆍ
중앙경찰학교를 지나면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ㆍ 수안보나 들러 뜨거운 탕에 들어가 온천욕을 할까
하다가 문득 연풍성지가 생각났다ㆍ
영화속의 평화로운 그리운 시골 같은
곳, 마음이 설레는 고향 같은 곳.
연풍은 평화로운 작은읍이었다
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을 연풍매표소가 비스듬이 열린 채 우리를
맞이한다ㆍ
100년이 넘은 느티나무!
나무를 좋아하는 내게 있어 느티나무는 바라보는 자체만으로도 감동이다
읍내의 작고 나즈막한 집들ㆍㆍㆍㆍ골목을 다 돌아도 5천보가 안된다ㆍ
고층 아파트에 살다보니 대지와 나무
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주택이 좋았다ㆍ연풍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읍의 초입에 차를 세워두고 연풍중학교, 향교, 연풍초등학교와 읍내를 걸었다ㆍ역사가 흙냄새가 고스란이
느껴진다ㆍ아이들이 없어서 중학교도 초등학교도 없어질 지경이라는데 안타깝다ㆍ이 아름다운 곳에서 학교에 다닐 감성 가득한 아이들이 없다는 일은 슬픈 일이다ㆍ
걷는 길을 만들어 놓지 않아도
이렇게 걸으면 길이 되는 것이다
200여 년 전, 단원 김홍도가 현감이 되어 3년을 근무하면서 수많은 풍속도를 그렸던 곳이 이곳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ㆍ현군였던 정조대왕이 있어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단원읍에는 이를 기념해서 김홍도 씨름관. 그림 등등을 연풍성지의 울타리를 따라 감상할 수 있었다
교과서에서 볼 수 없었던 작품이 꽤많았다ㆍ그 시절에도 우리의 지금 얼굴과 비슷했을 터인데, 사실적으로 그렸다면 좋았을 거 같다
그리고
연풍성당!
아들의 혼인, 언니의 수술에 대한
회복을 위해 성체조배를 하고 싶어서
들어갔더니, 순례객들이 십자가의 길을 하고 있었다ㆍ
그이와 함께 참여를 했고, 미사까지
할 수 있었다ㆍ벅찬 감동이었다
신부님은 강론중에
"'비가 오는 중에도 여러분이 이곳 성지에 오신 것은 여러분의
뜻이 아닙니다ㆍ그분의 뜻입니다ㆍ"
계획에 없이 이쪽으로 우리를 이끈 힘은 정말 그분의 뜻이었으리라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다ㆍ
설명할 수 없는 벅찬 감동에 전율한다ㆍ
신부님께서 '대부분이 가톨릭신자들이 성당을 찾아 신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변의 영향이거나 종교를 찾아보고 자신들의 판단으로 오게
되지요ㆍ'
난 아니었다ㆍ중학교 시절부터 서양문학을 읽고 접하면서 가톨릭의 영향아래 신부님. 수녀님들의 선한 행위들을 알게 되었고,이후 동경하게 되었다ㆍ언젠가는 종소리가 울리는
붉은 벽돌의 아름다운 성당에 꼭 가리라는 마음을 쟁여놓았다ㆍ
결혼 후에 여유로운 시간을 갖게 되면서 자발적으로 다니기를 원했다ㆍ물론 같은 아파트의 이웃 언니들이 신자였기에 더 빠르게 성당을 나갔다
책 속과 현실은 많은 괴리가 있었지만, 콜린 맥글로우 작품의 '가시나무새'의 랠프 신부님, 그를 좋아했던
메기처럼 본연으로 그저 경건함이
좋았다ㆍ
결혼 2개월 후부터 교리를 받았고,
큰애를 낳기 1주일 전 부활절 즈음에 세례를 받았다ㆍ신부님과 사진촬영을 할 때 큰수녀님께서 '아이가 나온다고, 먼저 사진을 찍으라'고 소리치시던 모습을 또렷히 기억한다ㆍ
아!
오늘 작고 아름다운 괴산 연풍읍에서
은혜로운 마음을 가득 담았다ㆍ
단원의 운치
느티나무의 거대함
연풍성지의 경건함ㆍㆍ
선한 하루였다
시 같은 날~♡
2023. 3.12. 일요일
'네 뜻이 아니라
그분의 뜻이었다'
연풍성지가 그림같다. 비가 와서 그런지 더욱 선명한 나무. 돌...주변의 풍경들
단원 김홍도가 현감으로 근무했단다. 3년 동안. 그의 그림들이 성지의 벽을 따라 멋지게 전시되어 있었다.
자연 미술관이었다.
초등학교에 있는 거목의 느티나무와 풍락헌이 멋스럽다
풍락헌에서 김홍도 현감은 시를 읊고 그림을 그렸을테지...싶다.
초등학교의 수호신...거목의 느티나무!!!
나즈막한 읍의 골목들
연풍가는 길목의 벽화...보살님의 미소가 부드럽다.
첫댓글 연풍...연풍성지. 향교. 김홍도. 씨름....참 착한 시골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