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배를 찾아서/문정임 시창고
돛배를 찾아서 / 문정임
[1994년 부산일보]
돛배를 아십니까. 돛대에 넓은 천을 달고서 바람을 받아 가는 배. 내겐 휘고 오래된 배가 한 척 있습니다. 눈에 담아 두고 가끔 거풍하듯 꺼내어 보는 , 언젠가 풍석(風席)배라 이름하던 작은 배. 그래요 정작 선주는 제 아버지입니다. 명지 끝물 일웅도 모래톱까지 데려다 주곤 하던, 지금은 동력선이 된 그 배가 예전엔 돛단배였습니다
일웅도 모래밭 그 하이얀 파꽃 너머 눈물로 얼룩진 물새알. 물새의 연한 발자국 돛폭 가득 풀어도 진정 못한 울렁임 실어주던 배. 잠자는 바람 탓 없이 조용한 노를 저어 돌아오려면 바람 없인 어쩔 수 없는 무능을 무안해하던 돛대. 물살, 그 깊이는 몰라도 강물에 제 모습을 비춰보던 아버지의 돛대. 돛대의 무안을 그때 보았지요
일웅도 물새떼 울음소리도 새의 연한 발자국도 밀려드는 강물자락에 지워지고 없습니다. 돛배를 보셨습니까. 돛배에 황포를 달고 바람을 받아 가던 배. 그러나 지금은 풍석에 누우신 제 아버지를 닮은 배. 내 넓은 무안을 달고서 흘러가는 작은 배를 누가 보셨습니까. 내 선창에 닿지 않은 그 배, 오늘은 어디로 회항한답디까
[출처] 돛배를 찾아서/문정임|작성자 마경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