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돌아온지 며칠만에 형님이 심정지로 용인 세브란스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전화를 받으며 심정지라면 돌아가셨을거라는 생각에 끔찍한 기분이었습니다. 언젠가 형님이 정신병에서 놓여날거라고 믿었기에 유산문제도 굳이 형님 몫을 같이 나누도록 강권하였고 그런 희망을 버린 적이 없었기에 온갖 번민과 자책감이 들었습니다. 싸늘한 시신의 형님을 대할 생각에 온 몸이 굳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병원에 도착하여 심약한 누님 대신 내가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형님의 심장이 미약하지만 다시 뛰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목사님 아들이요 안수집사님인 담당의사의 말에 의하면 한 시간여만에 심장이 다시 돌아온 것은 기적인데 주님께서 동생목사님을 위해 은혜를 베푸신 것같다는 말을 들으며 얼마나 더 감사하였는지 모릅니다. 싸늘한 시신의 형님을 만나는 것과 그래도 살아계신 형님을 대하며 간절히 주님께 형님을 부탁드리는 기도를 할 수 있음이 하늘과 땅만큼 다르기 때문입니다. 의사로부터 형님의 몸은 다시 원상태로 소생할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떻게 주님께 기도해야 할지도 모를 때에 기도해 주는 지체들이 이구동성으로 형님의 영이 외로왔던 이 땅의 삶을 마무리하고 주님과 기쁘게 만나시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야 스스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인생의 절박한 때에 주님 없는 사람이 느낄 절망과 고통이 끔찍하였고 반대로 주님과 몸이 함께함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정신병원의 고통스러운 삶을 정리하시고 하늘나라에서 부모님과 다시 행복하게 사시기를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불쌍한 우리 형님을 보내드리며 이 땅에서의 죄와 저주의 댓가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온 몸으로 느껴졌습니다.
저희 가정은 장남과 장녀가 침을 당하여 두 분 다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였습니다. 사실 가족들 중에 두 분이 다 더 선하고 어진 분들이었는데 삶은 참 어렵고 힘드셨습니다. 누님은 태어날 때부터 뇌생소아마비 환자로 태어나시고 형님은 초등학교 내내 반장을 하던 덕이 있는 분이었는데 고등학교 부터 정신병 증세에 시달렸습니다. 우리가 다 알 수없는 가문의 저주에 걸려 평생을 사신 착한 분들을 보며 하나님의 엄위하심과 죄의 댓가가 무섭게 다가왔습니다. 죄는 반드시 사람이 쉽게 옮길 수없는 이런 고통과 저주를 불러온다는 사실과 인간은 결국 하늘이 정한 길을 걸어가는 존재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