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바지 음식
신혼여행을 끝마치고
서울 처가에 들러
온 둘째부부는 이바지 음식을
엘리베이터가 가득 차도록 바리바리 참 많이도 들고 왔다
고운 보자기에 쌓인 상자만
여섯개나 된다
흙임자 인절미의 명인 떡집의
간소하면서도 맛있는 떡.
과일도 세 상자나 되었다ㆍ
참외
천혜향
망고
달콤한 과일향이 온집안에 가득했다
삶은 숙회의 거대함은 또 어떤가?
입이 떡 벌어지게 했다
등심ㆍ살코기ㆍ양지머리 등이
골고루 푸짐하게 들은 한우상자ㆍㆍ
예쁜 천주머니에 담긴 청주까지ㆍ
사돈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었다ㆍ
마음이 풍성해지면서 예식 후에
이바지 음식을 구비하시느라
애썼을 소희어머님의 마음이 보여
죄만스러워졓다
"요즘은 다함께 모여 음식도 먹지
않으니, 약소하게 하세요ㆍ"
부탁까지 드렸는데도 너무 골고루 보내셨다ㆍ아이들이 정성을 다해 절을 올린다ㆍ
예쁘고 사랑스럽다ㆍ
뿌듯하고 흐믓해서 그이도 나도
눈이 끔벅끔벅 ㆍㆍㆍㆍㆍㆍ
둘째의 손을 잡아주며, '이제 정말
우리 소희가 우리 둘째 며느리가 되었다"고 다독였더니, 활짝 웃는다
내가 오늘 스케줄이 많은 날이어서
아이들 저녁을 차려주기에 고달플
것 같아서 미리 예약한 식당에서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ㆍ
집에 와서 이바지 음식을 조금씩
맛을 보고, 새며느리가 공손히 따라주는 맑은 술을 마시니, 아들을 결혼시켰구나 실감이 났다ㆍ
밝고 인정이 넘치는 둘째가 선물처럼 우리 집안에 들어왔다ㆍ
긴 연애를 하는 동안도 즐거웠지만, 이제 식구가 되니 흐믓하고 고맙다
이런 기쁨이 고맙고 좋아서, 주변을 돌아보며 베풀며 살아야지 싶다ㆍ
내가 겪어온 시댁에서의 난감하고,
고달픈 역사를 우리 며느리에게는
겪지 않게 하려고 노력해야지ㆍ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바라보고 격려하며 물들어 가야지ㆍ
그냥 아무런 설명도 없이 무우 한 개만 툭 던지며 제사 음식을 하라고 하셨던 시어머님이 이해가 안갔다
줄줄이 삼촌들 결혼 시키고, 일년에 6번이나 올리는 등집안 대소사를 맡기고, 거기에 삼촌들까지 맡기면서도
'수고했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으셨던 어머님처럼 되지 말아야지
결심한다ㆍ
그런 시절도 아니니 말이다
따뜻한 집안에서 귀여움 받은 아이에게 좋은 선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살아야지ㆍ
무조건적인 퍼주기도 수직적인 관계의 강요도 아닌, 결혼하니, 사랑받으며 사니 좋구나' 하는 마음였으면 바람이다ㆍ
나 또한 마찬가지고ㆍ
오후에 들린 시립도서관 정원의
목련이 어찌나 청초하고 예쁘던지!
좋은 인연으로 내집에 들어온 우리
소희의 얼굴 같다
아들의 축의봉투, 대규가 좋아하는
음식의 레시피, 엄마 아빠의 축사,
결혼 사진 등을 넣은 파일을 주었더니 감동한다ㆍ
"유투브나 인테넷에 요리 레시피가
가득하지만, 이것은 아들이 좋아하
는 요리만으로 정리해봤만으니, 참고 하렴ㆍㆍㆍㆍㆍㆍ"
이바지 음식을 골고루 덜어서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이웃 언니들에게 떡.과일을 돌렸다ㆍ떡이 굳기 전에 돌려야 맛이 있는 법이니 서둘렀다ㆍ12층 언니는 잠옷바람으로 나와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기뻐한다ㆍ
삼촌집에도 골고루 한 상자 넣어
보냈더니, 입이 벌어진다ㆍ
큰애 때는 불러서 저녁을 함께 먹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이바지 음식만을 챙겨보냈다ㆍ
목련꽃이 피는 봄 밤.
내게도 그이에게도
또 새아이에게도
봄ᆢ 봄 🌸 이다
2023.3.24
일본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신랑ㆍ각시의 선물🎁
*정승집 이바지 음식이 부럽지
않을 만큼 푸짐했다
사돈댁에 답례를 뭘로 할지
즐거운 고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