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가까워진 시간, 바람은 쌀쌀해졌다.
알게 모르게 미주와 나는 바닷바람에 저항하기 위해 더욱 밀착했다.
내가 묻는다.
"그 복안이란 게 뭐야?"
"응 그니까... 일단 연간 15~30조가 필요해."
'내 통장에 15만 원 정도는 있다만....'
"2018년 대비 2019년 대한민국 정부 재정의 총 수입 증가액 '29조 원'의 대부분을 월급 100만 원 이하로 받는 병역 이행 중인 자들의 월급 예산으로 쓰자는 거지. 한 명당 월 200만 원 정도, 연봉은 3000만 원 정도."
미주가 어디선가 구해온 작대기로 백사장에 숫자를 열심히 써넣는다.
"18년 전체 군 현역병 수 40만 명 +사회복무요원(공익)+의무경찰등등 =현재 월급 100만 원 이하로 받는 병역 이행 중인 자 수는 50만 명."
"50만 명 x 연봉 3000만 원 = 연간 15조 원."
"너도 군대 가면 제일 확실하게 받고 싶은 보상은 돈이지? 아마도 병역 이행 중인 사람들은 21~23살이 많고, 그들이 월급을 모아서 제대 후에 대학 등록금, 자기개발, 취업 준비 등으로 쓸 거고, 젊은 나이라서 쉽게 쓸 돈이니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겠지."
미주가 자정이라 쌀쌀해진 주문진 해수욕장 백사장에 침 튀기며 열띤 연설을 한다.
모래 위 크게 튀긴 침에 푸른 달빛이 묻어 반짝인다.
"일단 남성들이 병역을 이행하며 월 200 정도 번다면 여성들도 '군대 보내주세요!' 하고 헌법소원 청구를 할 거야. 여자나, 남자나 군대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상이잖아? 여성 군 간부 모집에 경쟁률이 그리 높은 이유도 돈이지. 월급쟁이 수준으로 돈을 준다면 현재 병역 이행 중인 자들도 만족할 테고, 여성들도 몸은 힘들겠지만 병역을 이행하길 원하겠지. 돈도 벌고, 국민의 4대 의무중 하나인 병역의 의무를 치르고 권리도 누리고."
"미주야 숨셔. 숨 쉬면서 말해."
이렇게 열정적으로 정치 얘기하는 여성은 처음 봤다.
보수를 지지하는 우리 엄마 빼고.
"만약 여성들까지 복무한다면 100만 명 x 3000만 원 = 30조 원. 한해 30조 원이면 월급 100만 원 이하로 병역 이행 중인 자들에게 200만 원씩, 최저시급 정도 줄 수 있다는 거야."
"현재 여성들이 얻어낸 권리는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경제력으로 얻은 것들이거든.
납세의 의무를 치르고 권리를 얻은 거지. 남은 건 병역의 의무. 병역의 의무만 깨끗이 해결하면 여성인권은 자연스레 높아질 거야. 가장 좋은 당근은 '돈'이란 거지."
내가 반문한다.
"근데, 전년도 대비 정부 재정 총 수입 증가액을 전부 한 정책, 특정 세대에 쏟아부으려면 각 행정부처 간 갈등이 심하겠다. 그 혜택을 직접적으로 못 받는 국민들도 그렇고. 19년 올해 정부 예산이 490조. 국방 예산 47조, 보건-복지-고용 예산 162조, 그중에 복지 예산 72조.. 이거 완전 4 대 강 급인데?"
나도 고2 때 논설 공부를 한 적이 있어서 정부 예산쯤은 항상 관심 두고 있었다.
"그래, 30조 원이면 적은 금액이 아니지. 스케일이 큰 정책이야. 다음 대선 후보 공략으로나 써볼 만하겠지. 어쨌든 과제 발표용으로 계속 자료 수집 중이야.
아직은 어설퍼도 10~20년 후에 두고 보면 어찌 될지 모르니까."
"너도 10년 전 학급회의 시간에 장난스레 '인조 잔디 깔아 주세요'라며 건의했더니 3년 전 운동장에 인조잔디가 깔렸잖아."
"어, 그래. 그거 신기하더라.
반 장난이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될지 예상 못 했지."
"그래, 미래는 그런 게 아닐까?"
"사회적 합의 형성을 위해 많은 토론이 필요하겠지.
어쨌거나 화두를 던지고 싶어."
미주가 백사장 위 숫자들을 보며 상념에 잠겼다.
미주의 한숨을 보니 그 끝에 은하수를 그려 주고 싶다.
'미주야 적당히 고민해. 탈모 생길라....'
달이 뒤통수로 넘어가니 바닷바람이 많이 매서워졌다.
파도도 더 거칠게 철썩인다.
"미주야. 집에 가자. 내일 서울행 KTX 타려면 이제 자야지."
"그래. 영민이 너 내일 배웅해줄 거지?"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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