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2년도 전력산업기반기금 운용계획 변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10월16일. 전력부하관리 항목에서 1,110억4천만원을 추가로 편성해달라는 요구였다. 이미 정부에서 자체적으로 880억원 증액하고, 항목 변경하여 1천억원으로 돌려막기 하고서도 모자라서였다.
그런데 5월24일과 6월15일 두 차례 정부 자체 조정은 이미 초과 지출한 것을 메우기 위한 거였다. 즉, 6월15일 이후에는 수요조정을 위한 사업비는 없었던 것. 이제 사업비를 확보하려면 굯회에 변경안을 제출하여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회에 일언반구 말도 없이 8월말까지 사업비도 없는 상태에서 수요조정 지원금으로 823억원, 비상시주요조정사업으로 111억원 모두 934억원을 써버렸다. 기업에게 일시 빚을 지게 된 상황.
정부는 예산이 없으면 돈을 쓸 수 없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쓰는 것이기에 사전에 국회의 승인을 받은 예산에 근거하여 지출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국회의 승인도 없이 934억원을 써놓고 세달이 지나서여 국회에 승인해주십사 들고 온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국회를 핫바지로 본 것이다. ‘대정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데 지들이 별 수 있겠어. 좀 때리는 척하다가 결국은 들어줄 거야.’ 이런 속셈이었다. 그리고 실제 10월30일 열린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솜방망이도 이런 솜방망이가 없었다.
김상훈(새누리․대구서) 의원은 “사전 지출은 ‘좀’ 유감...”이라는 말로 불법행위를 퉁치고 지나갔다. 조경태(민주.부산사하을) 의원만이 변경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은 문제점을 지적하되 수요 예측 기법을 향상과 수요조정 단가 인하 등 기존 제도 개선 대책만을 요구한 반면,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들고 나왔다.
윤영석(새누리.양산) 의원은 “5월 기준 전기요금보다 지원금 많은 업체 30개.. 전기요금은 217억원 내고 지원금은 367억원을 받았다”며 대기업 특혜를 질타했지만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정수성(새누리.경주) 의원은 “(수요조정 시행) 74일 중 수요 예측을 잘못한 날이 23일.. 수요 예측 기법을 향상시켜야..”한다고 제안하였다.
반면 김제남(정의.비례) 의원은 “대기업은 스스로 수요조정 가능하다... 수요관리대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였고, 홍의락(민주.비례) 의원은 “에너지이용효율을 높이는 개선안 필요”하다고 요구하였다. 김동철(민주.광주광산갑) 의원은 “지난 5년간 5억2천만kWh 지원에 4,200억원, 1kWh당 807원을 썼다. 미국은 1kWh당 110원, 일본은 요금할인 통해 기업 참여 유도”한다며 “전력난의 원인이 소비의 55.3%를 쓰는 산업용, 그 중에서도 산업용의 73.5%를 쓰는 산업용(병)”에 있으니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하였다.
이어서 열린 지식경제위 예산결산소위원회(위원장 김동철, 김한표, 부좌현, 이강후, 이진복, 정수성, 전순옥 참석, 권은희 청가)에서도 국회의 솜방망이는 여전하였다. 이강후(새누리.원주을)은 “내년에는 예산 잘 세우고 미리 변경안 올려라”라며 자리를 폈고 정수성 의원은 “이런 심의 많이 보면, 나중에 결론 낼 때 보면 사람마다 끝에 가면 아무 것도 아니더라고, 결론 빨리 내도록...”하며 힘을 보탰다. 김동철 소위 위원장은 “위원님들 생각은 어떤지 모르는데 이왕 해 주는 거... 1100억 하나 1500억 하나 똑 같은데 그걸...”라며 정부 요구액에 400억 추가로 분위기를 몰았다.
이진복(새누리.부산동래) 의원이 “관공서 지급 10월부터 중지하고 서비스업체 보상은 안 된다. 전면 검토하라. 시행지침 지경부 권한 아니냐, 중복 신청은 걸러내고...” 등 부분적인 제도 개선책을 내고, 전순옥(민주.비례) 의원이 “지경부가 구체적인 계획서를 내고, 이를 다시 검토하고 이게 통과되는 게 맞지 않은가”라고 결정을 미룰 것을 요구했지만 결론은 “증액 부분은 수석 전문위원이 보고한 대로 조정하고 기타 부분은 정부 원안대로 의결(김동철 위원장)”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11월2일 지식경제위는 2013년도 예산안에 앞서 이 건을 상정하였다. 김동철 예결소위 위원장은 400억원을 증액한 수정안이 소위를 통과하였음을 보고하였다. 전순옥 의원이 “정부의 개선방안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었다”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소위 의결 시에 이의가 없이 가결되었음이 속기록을 통해 확인되었다. 여당 의원들이 소위의 결정을 존중하는 관례를 주장하며 통과를 요구하는 가운데 조경태 의원이 고군분투하였다. “일본은 원전 50개 스톱시키고도 블랙아웃 오지 않았다.. 일본 절전보조금 주나?.. 기업은 생존을 위해 스스로 조정하는 능력 있다. 기업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절전보조금을 지급하는 수요관리 방식의 문제점을 따지고 들었다. 전정희(민주.익산) 의원은 “전력계통운용시스템(EMS), 경제급전, 안전도급전에 기반한 수요관리, 수요예측을 강조해 왔으나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통과 쪽으로 기울어 조경태, 김제남, 전정희 세 의원만이 이의를 표명한 가운데 ‘2012년 전력산업기반기금 운용계획 변경안’은 수요조정 지원금 1100억원의 증액을 요구한 정부안에 국회에서 400억원을 추가한 수정안이 통과되었다.
찬성 의원 : 강창일, 권은회, 김동완, 김동철, 김상훈, 김한표, 노영민, 부좌현, 심학봉, 여상규, 오영식, 우윤근, 윤영석, 이강후, 이원욱, 이진복, 이채익, 이현재, 전순옥, 전하진, 정수성, 정우택, 홍일표. 청가 의원 : 박완주, 홍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