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어머니 외 1편
이민숙
그녀의 생은 어림짐작이다
어림짐작의 손맛 속에
한 생이 깃든다
한 움큼의 소금
한 움큼의 고춧가루
한 움큼의 마늘
한 눈짓의 말
한 손짓의 통돌이
한 몸짓의 허허 하하
김칫국물이 흐른다 눈물처럼
하늘땅이 섞인다 소낙비처럼
너도 김치
나도 김치
섞여 섞여서 한 생을 건넌다
온몸들이 뒤섞여 만든 한 동네 당산나무 아래
김치굿판이 펼쳐진다
그녀의 굿이 맵차다 어머니 당골네
흰 버선발이 김치에 젖는다 희고도 붉은 그녀
허랑한 바닷길 너머 명징 소금이 된 그녀의 생
고향 한 포기를 끌어안으면서 원형의 바다를 갈아엎는다
김치 2
-고추
통증을 온몸에 발랐어라
시뻘겋게 날리는 가루의 손톱
눈 코 가까이 다가선다
아리고 매워 바라보기 힘들다
고통끼리 붉게 부딪치는 미세의 춤
고추가 갈갈 갈려 날린다
찹쌀풀이 안겨든다
멸치젓이 비벼든다
무채 청각 당근채
온갖 잡것, 잡놈 잡년들이
배추의 잎 속으로 문드러져 촉각을 호린다
맵짠 고통이 오르락내리락한다
밤, 눈물 되어 흐르고
새벽, 숨차게 닫았다 열었다한다
마침내, 얼얼하게 박혔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발설할 테면
똥이나 확, 뒤집어써라!
살살 몸을 부린다
훨훨 발효하는 밤나밤나의 비밀
열려라 참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