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갈대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 강 강 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정호승의 '겨울 강에서' 전문)
*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없겠지만, 시인은 '겨울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 눈보라에 내 몸이 쓰러져도 /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계다고 다짐한다.
그렇다면 화자가 말하는 '갈대'에 이를 뒤흔드는 '눈보라'는 글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닌, 자신의 주체와 이를 뒤흔드는 외부적 요인을 비유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겨울이 가까워 지난 봄에 찾아왔던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달대가 되'겠다는 화자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
아마도 '새들'과 '강물'은 화자로 비유된 갈대의 곁에서 오랫동안 함께 해온 존재들이라고 여겨진다.
설사 강한 바람에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겠다고 다짐을 한다.
끝내 흔들리지 않겠다는 화자가 '청산의 소리'를 듣고 이에 호응해 '소리쳐 울'겠다고 하는 것은 그것이 자신의 마음에 공명하는 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청산'의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흔히 '자연'을 상징하는 청산은 화자에게 있어 중요한 가치를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고, 또는 화자가 그동안 기다려온 '이상적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