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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서시) 살고자 했던 시인이었다. 그리하여 그가 남긴 명편들은 수많은 독자들에 의해 애송되고, 여전히 좋아하는 시 작품으로 전해지고 있다. 불행하게도 해방을 앞두고 일본의 감옥에서 죽음을 맞았지만, 그의 작품만은 불후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유독 ‘부끄러움’이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하는데, 역설적으로 이는 자신이 처했던 당시의 현실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며, 주위를 둘러보며 살았던 시인의 자각의 결과물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강고한 탄압이 지속되던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면서, 윤동주는 유학생의 신분으로서 징용이나 징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쉽게 씌어진 시), 자신만 편하게 살고 있는 현실에 괴로워했던 성정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시인이란 슬픈 천명’을 되뇌이며, 시를 쓰면서 그 속에 자신의 고뇌를 담아낼 수 있었다고 하겠다. 그의 사후에 출간된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은 그의 문학적 재질을 안타까워하던 지인들이 윤동주의 작품을 모아 엮어낸 것이다.
윤동주는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자신의 시 19편을 모아 시집을 펴내려고 했지만, ‘일제의 검열을 걱정한 주변의 만류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대신 그 원고를 자신과 이양하 교수 그리고 후배 정병욱에게 각각 1부씩 맡기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일제의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한 후, 해방이 되지 지인들이 나서서 처음의 19편에 유고와 습작 등의 작품 등을 수습해 새로운 체제로 편집을 하여 출간했다고 한다. 전남 광양의 정병욱 생가에서 보존되고 있던 원본으로 인해 유고집 성격의 시집 출간이 가능했으며, 이 책은 당시에 출간되었던 시집을 참고하여 재구성한 체제라고 밝히고 있다.
윤동주가 평소 존경했던 정지용의 ‘서문’을 수록하고 있는데, 그는 “아직 무릎을 꿇을 만한 기력이 남았기에 나는 이 붓을 들어 시인 윤동주의 유고에 분향하‘는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당시 경향신문 기자로 재직하다가, 이후 좌익이라는 이유로 복간된 시집에서는 삭제되었던 강처중의 ’발문‘까지도 수록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1부에는 애초 윤동주가 출간하고자 했던 19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으며, ’습유 작품‘이라는 2부의 항목에서는 주로 일본 유학 시절에 창작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 ’습작기의 시‘(3부)와 ’동시.동요‘(4부)로 분류될 수 있는 작품들, 그리고 시인의 산문 5편을 모아 ’산문집‘(5부)이라는 항목으로 배치하였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윤동주의 문학 세계를 충분히 음미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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