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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상생, 전환,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하여’라는 부제의 이 책은 ‘로컬 활동가’들의 경험과 성과 그리고 전망을 다룬 내용이라고 이해된다. 여전히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의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는 한국에서, 지역을 의미하는 ‘로컬(locsl)’이라는 단어는 ‘서울 같은 대도시가 아닌 곳’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곤 한다. 일단 서울에서 생활해 본 사람들은 지방에서 ‘문화적인 삶’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문화적 환경이 잘 갖춰진 서울에서 살면서 그 문화를 얼마나 즐기며 살고 았는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환경’이 좋다는 것과 내가 그것을 충분히 누리고 산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라고 하겠다. 환경이 잘 갖춰진 문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대학에 진학한 후 20년 가까이 서울에서 살면서, 나 역시 서울을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서울을 떠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 25년 가량 두 곳의 소도시에 살면서, 이제는 오히려 다시 서울 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고 여기게 되었다. 물론 서울을 떠난 초기에는 기회가 주어지면 수시로 서울을 찾았다. 서울을 오가며 소비된 시간과 비용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여겼었다. 하지만 이제는 은퇴 후에도 현재 살고 있는 소도시에서 계속 지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로컬’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 책의 기획 의도에 공감할 수 있었다. 아울러 지역에 살고 있는 이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이 책에서는 로컬을 ‘삶의 대안적 장소’라고 규정하면서, ‘자신의 일상을 지킬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로컬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선 가장 먼저 ‘기존의 사회 체제나 관습에서 벗어나 스스로 삶의 방정식을 풀어 나갈 수 있어야’ 하며, ‘단순히 도시를 떠나는 일이 아니라 성장주의 모델에서 멈춤 모델을 받아들이는 일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렇지만 ‘다양한 가치관이나 개성을 존중하기 위해 대안적으로 발굴한 로컬의 삶이 다시 자본 증식을 향해 달려간다면 로컬 지향의 의미가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울과 수도권에서의 삶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사고의 전환과 함께 ‘삶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함을 힘주어 말하고 있다. 지금도 간혹 서울에 살고 있는 지인들을 만나면, 서울을 떠나 사는 것에 대한 '낭만적인 생각'과 더불어 잘 갖춰진 서울의 문화적 환경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토로하는 말을 들을 수가 있다. 그럴 때마다 경험자로서 상대에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이 아닌 두려움을 먼저 떠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라고 말해주곤 한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필자들이 참여하여 ‘로컬*가치’와 ‘로컬*비즈니스’, ‘로컬*콘텐츠’와 ‘로컬*브랜딩’, 그리고 ‘로컬*매거진’ 등의 항목으로, 자신이 경험했던 ‘로컬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대부분 현재 진행형의 과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에, 필자들이 진행하고 있는 ‘로컬의 삶’의 결과가 어떻게 귀결될 것인가는 미지수라고 하겠다. 그러나 현재 자신이 선택한 ‘로컬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그 결과에 상관없이 충분한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만족할 정도의 성과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의 필자들이 안내하는 ‘로컬의 삶’에 대해 귀를 기울여 스스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싶다. 주위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는 나에게도, 이 책이 ‘로컬의 삶’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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