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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에 사용된 ‘화인(畵人)’이란 화가와 서예가를 지칭하며, ‘열전(列傳)’은 한 사람의 일대기를 주요 업적과 함께 기록하는 것을 일컫는다. 곧 조선시대 미술가들의 일대기를 열전 형식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라고 하겠는데, 2권에서는 1권에 이어 모두 4명의 화가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기획 의도를 ‘인간학으로서 미술사를 위하여’라는 표현으로 서문의 제목에서 분명히 하고 있다. 조선시대 화가들은 천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여겼기에, 그들의 예술적 업적을 따져 그들 역시 인격과 재능을 갖춘 인간이었음을 드러내려고 한 것이라고 이해된다. 그렇기에 화가들에 대한 소략한 기록을 오랫동안 모아서, 각각의 화가들의 일생을 재구하여 널리 알릴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하겠다.
가장 먼저 ‘현재 심사정’에 대한 항목의 제목으로 ‘고독의 나날 속에도 붓을 놓지 않고’라는 표현으로 소개하였다. 흔히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3원 3재’ 가운데 ‘3재’의 한 사람으로 현재(玄齋) 심사정을 꼽는다. 저자는 과거시험 부정에 연루되었던 그의 조부로 인해 집안이 몰락하면서, 심사정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쳐 평생을 불우하게 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비록 뛰어난 그림 솜씨에도 후원자가 나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심사정은 그림을 통해서 자신의 재능과 존재를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뚜렷하게 각인시켰다고 한다. 어쩌면 집안에 닥친 불우했던 상황이 그를 화가로서 그림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하겠다.
‘오직 아는 자만은 알리라’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능호관 이인상은 흔히 ‘신이 내린 화가’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저자 역시 조선시대 문인화 분야에서는 이인상을 최고로 꼽을 수 있으며, ‘당대의 평가도 그렇고 오늘날 미술사가 대부분의 견해’도 그럴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에게 그의 명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를 ‘문인화의 높은 격조라는 것이 보통 사람으로서는 쉽게 이해하거나 감동을 받기 어렵다는 사실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비교적 그의 삶을 재구할 수 있는 기록들이 적지 않기에, 저자는 ‘출신과 초년’에서부터 관직 생활을 순서대로 추적하여 생애를 재구성하고 그의 작품 세계를 논하고 있다.
앞의 두 사람이 문인화가로서 활동했던 인물들이라면, ‘호생관 최북’은 천민 신분으로 천재적인 능력을 지닌 화가라고 평가되고 있다. ‘붓으로 먹고살다 간 칠칠이의 이야기’라는 제목에서분명히 드러나듯, 저자는 최북이 자신의 호를 붓으로 먹고산다는 뜻의 ‘호생관(毫生館)’으로 지은 이야기로부터 논의를 이끌고 있다. 또다른 호라고 할 수 있는 ‘칠칠(七七)이’ 역시 그의 이름인 최북(崔北)의 ‘북(北)’자를 파자해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당대 사람들이 천민이었던 그를 ‘칠칠이’라고 칭했던 것이다. 그에 관한 다양한 일화가 전해지고 있지만, 그저 흥미 위주의 단편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그의 생애를 재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최북의 기이한 일화와 함께 화가로서 뛰어난 능력으로 인해 ‘수수께끼 같은 행적’을 어느 정도 추적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풍속화의 대가로 평가되고 있는 단원 김홍도의 삶과 예술 세계를, ‘조선적인, 가장 조선적인 불세출의 화가’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다. 궁중에 속했던 도화서(圖?署)의 화원으로 활동하면서 화가로서의 명성을 얻고, 그로 인해 다양한 관직을 역임했던 그의 행적은 조선시대 화원으로서 가장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그가 전하는 풍속화를 비롯한 그림을 통해서, ‘가장 조선적인’ 화풍의 의미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부록’으로 18세기의 인물로 화가들의 삶을 간략하게 정리한 이규상의 <하주록>과 <서가록>의 해제와 번역문을 수록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저자의 친절한 안내로 엮어진 이 책을 읽음으로써 조선시대 미술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음은 물론, 뛰어난 화가들의 생애와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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