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의 잔액
최희강
눈을 떠보니 통기타는 날아가고
끊어진 스프링에서 마네킹은 목이 없고 뻐꾸기 한마리 날아드네
키스마크 꿈 사냥꾼이 쫓아 피를 토하는 꽃사슴 눈물방울 흐르네
키스
키스
스프링에서
나팔꽃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게 피어나네
아침의 새가 지저귀는 비밀을 알 수는 없을까
그 깊이에서 토끼도 뱀도 여름날의 풀밭을 기억할까
좁은 길을 찾아 꿈을 찾는 오늘의 마른 눈
두 시간 전에 그곳에서
다른 키스를 하는 흥미로운 남자
내 거울에는 조심스러운 속도로 발걸음을 옮기며 그럴 수 있다고
나를 바라보았네 나의 사랑과 너의 사랑은 네 개의 바퀴
산의 허벅지를 뚫고 구름의 깊은 내장을 꺼내어 기쁨의 솜털로
잠을 청하며 안경을 벗어 너의 사랑 비명소리를 즐기네
또 사랑은 얼마든지 쏟아져 나올 것이고 개 한마리 어슬렁거리며
두 발로 지구가 흔들리고 전쟁이 난다해도 네 개의 발가락은 움직이네
세 시간 전에 그곳에서
키스하는 다른 네 개의 바퀴
거울들은 각도를 틀어 무서운 속도로 너를 잃어버리는 속도로 질주하네
다시 피어나는 나팔꽃
최희강 시인
2006년《시사사》시 등단
2022년《한국디카시학》디카시 등단
시집『키스의 잔액』
이형기시인기념사업회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