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7월, 남북은 정전협정을 맺었다.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총성이 멈추면서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시작했다.
1954년 발표된 노래 「이별의 부산정거장」에는
그렇게 피란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아침에 출근한 사람도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일했던 자리를 정리한다.
내일 다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으로 고향을 떠나 부산까지 내려온 사람들에게
이별의 정거장은
단순히 하루의 일을 마무리하는 장소가 아니었다.
삶의 터전을 떠나 새
로운 환경으로 향하는 갈림길이었다.
노랫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보슬비가 소리도 없이 이별 슬픈 부산정거장”
보슬비는 오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스며든다.
전쟁의 상처도 그렇게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있었을 것이다.
고향을 떠나면서 흘린 눈물,
부산에서 견뎌낸 피란살이,
그곳에서 맺은 인연까지
무엇 하나 쉽게 잊을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한다.
피눈물을 흘리며 내려온 부산을 떠나는 사람들은 무엇을 깨닫고 돌아갔을까?
누구를 원망하며 떠났을까,
아니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며 새로운 삶을 준비했을까?
물론 사람마다 사정과 마음은 달랐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참혹했던 현실을 겪은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후손들에게
같은 아픔을 물려주지 않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아침이면 사람들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어디론가 가야 하기 때문이다.
폐허가 된 나라에서도 사람들은 선택해야 했다.
떠날 것인가,
머물 것인가.
떠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곳에서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남아 있는 사람에게는
무너진 삶의 터전을 다시 일으켜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가는 사람도 공부해야 했고,
머무는 사람도 공부해야 했다.
그렇다면 부산을 떠나는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공부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 질문을 오늘의 우리에게 가져와 본다.
전쟁의 폐허에서 벗어나
다시 일어선 대한민국의 역사를 돌아보면,
살아남는 것만으로 공부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겪은 일을 바르게 살펴
그 속에서 원리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다음 세대에는 더 나은 환경을 물려줄 수 있다.
부산은 누군가에게 눈물의 이별을 안겨준 곳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은 곳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언젠가 부산을 떠나는 사람에게
남아야 할 것은 원망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얻은 경험과 감사함이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무엇을 하면서 이 사회를 이롭게 할 것인가?
1954년, 부산을 떠나는 사람들에게도
각자의 삶을 향한 선택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어떤 생각과 이념을 가지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느냐에 따라
이후의 삶도 달라졌을 것이다.
오늘 우리는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들의 노력 위에서 살아간다.
그러므로 역사를 단순히 지나간 이야기로 배워서는 부족하다.
그때의 사람들이 무엇을 겪었고,
무엇을 배웠으며,
우리는 그 경험에서 무엇을 이어받아야 하는지 연구해야 한다.
이제 「이별의 부산정거장」을 들으며 다시 질문해 본다.
우리는 과거의 눈물을 되풀이할 것인가,
아니면 그 눈물에서 배워
후손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
이 질문을 품고 1954년 부산을 다시 바라본다.
이별의 부산정거장이 언젠가는 감사와 배움의 부산정거장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오늘을 사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함께 연구해 보자.
2026년 10월 22일
사회연구원 김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