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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의 근대적 변개와 콘텐츠’라는 부제의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고전소설이 근대 이후 변개 혹은 활용된 사례들을 ‘문화 콘텐츠’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내용이다. 원작에 해당하는 고전소설이 ‘헌 집’이라면, 그것을 활용하여 새롭게 꾸민 신소설과 영화 등의 작품은 ‘새 집’에 비유할 수가 있다고 하겠다.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이 ‘고전소설이 활자본으로 새롭게 변모한 개작과 신작을 검토’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이 책의 주제는 그러한 관심의 연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다만 저자의 관심이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연극 등으로 확대되어 있으며, 그것을 새로운 환경에서 ‘문화 콘텐츠’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춘향전>이나 <홍길동전> 등의 고전소설 작품은 그동안 적지 않게 영화나 드라마로 활용되어 방영되기도 했음은 잘 알려져 있다. 원작 그대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특정 인물의 성격을 유지한 채 원작과는 다른 이야기로 변개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혹은 현대의 작가들이 원작을 활용하여 시대 상황에 맞게 내용이나 결말을 변개시켜 재창작한 작품도 확인할 수 있다. 저자 역시 ‘개작이나 신작 고전소설과 근대소설을 비롯한 전래동화와 숱한 공연물,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의 영상물을 찾아서 고전소설의 이야기들이 어떻게 변개됐는가를 검토하면서 연구를 이어왔’음을 피력하고 있다. 그 결과 <춘향전>이나 <심청전> 등 소수의 작품들만이 집중적으로 활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원작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야기를 매체의 특성에 맞게 표현하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고전소설이 근대 이후에 다양한 방식으로 개작되거나 변개되었다면, 그것을 활용한 이들은 각자의 관점에서 스토리텔링을 진행했다는 말에 다름 아닐 것이다. 등장인물들이 펼쳐나가는 일련의 사건이 소설의 중심이라면, 고전소설은 원작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스토리로 구성할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그간의 진부한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 상품’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선, 변화된 매체 환경과 독자(혹은 관객)들의 욕구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고전소설을 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한 선행 작업으로서, 기존의 활용 양상을 점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고전소설이 근대 이후 신소설 혹은 신작소설로 변개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예컨대 <춘향전>과 <심청전>이 옥에 갇힌 꽃이란 뜻의 <옥중화>나 강 위의 연꽃이란 의미의 <강상연>과 같은 제목으로 신소설로 개작되었다. 아울러 다양한 고전소설 작품들이 어린이의 시각에 맞춰 ‘전래동화’로 개작되었으며, 연극과 영화 등으로 활용된 구체적인 성과들을 제시하고 있다. 각 항목의 부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고전소설 원작이 ‘근대소설’과 ‘전래동화’ 그리고 ‘공연콘텐츠’와 ‘영화콘텐츠’ 등 다양한 방식으로 로 변개되거나 재생산되었다. 특히 마지막 항목에서는 ‘고전소설 변개와 콘텐츠의 문화사적 의미와 활용’이라는 제목으로, 기존의 성과를 개관하면서 새로운 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한 저자의 제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원작 자체로만 이해하고 있던 고전소설 작품들이 근대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변개 또는 활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나름의 성과라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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