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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구입을 해놓고 서가에 방치되다시피 했던 윤동주의 평전에 이어, 소설로 형상화한 작품을 연달아 읽었다. 시인의 생애와 작품 세계 등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소설로 읽으니 각별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주로 일대기를 다룬 평전의 형식이 대상자의 생애를 시간적 순서에 따라 기술하면서, 그와 관련된 객관적인 자료와 그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 위주가 된다. 하지만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에 따라 등장인물들의 형상과 감정 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때문에 소설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의 삶에 좀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소설의 제목은 <시인/동주>인데, 그 명명법에서 아마도 작가는 시인으로서의 윤동주의 삶을 좀더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느껴졌다. 작품은 윤동주가 고향을 떠나 경성의 연희전문에 입학할 무렵으로부터 시작된다. 사촌으로서 서로 다른 성격의 소유자였던 송몽규와 함께, 대학에 입학해 일제 강점기의 엄혹한 현실을 겪게 되었던 것이다. 학교의 기숙사와 하숙 생활을 하면서 부딪힌 조선의 상황, 그리고 전쟁으로 치달아가는 시대적 상황 등이 작가의 필치 속에서 잘 그려지고 있었다.
국문학을 전공하는 나로서는 책으로 접했던 선학들의 이름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공감되는 바가 적지 않았다. 김삼불과 장덕순 그리고 정병욱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저작은 대학 시절 고전문학을 배우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했던 텍스트였다. 물론 작품의 초점이 윤동주에 맞춰져 있다 보니 그들은 단지 주변적 인물로 형상화되고 있을 뿐이지만, 작품을 통해 그려진 그들의 성격을 조금은 음미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이미 세상을 떠나, 다시는 현실에서 마주칠 수 없는 존재들이다.
윤동주에 관한 자료는 이미 충분히 공개되어 있었기에, 소설을 통해서 뭔가 새롭게 그려낼 수 있는 여지는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때문에 직전에 읽었던 평전의 내용과 상당히 겹칠 수밖에 없었고, 창작 일자가 표기된 시 작품과의 연관도 낯익은 내용들이었다. 일제의 징병을 피하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지만, 윤동주는 사상범으로 투옥되어 끝내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되었다. 그리고 해방 이후 지인들에 의해 그의 시집이 출간되는 과정이 그려지면서 작품은 종결된다. 어쩌면 이 작품은 소설로 쓴 윤동주의 평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윤동주와 동시대를 살았던 어머니의 유품 속에서, 그의 시가 적힌 메모들을 발견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갈래머리 소녀였던 어머니‘에게 바치는 심정으로, 오랜 기간 자료조사를 하고 소설로 창작했다고 한다.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 <동주>의 바탕이 되었던 것이 바로 이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미 자료가 충분히 공개되어 있기에, 윤동주의 삶을 소설로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 작가의 역량이 십분 발휘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평전과는 또다른 읽는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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