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라는 부제의 이 책은 종교인이 쓰고, 명상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베스트셀러로 자리를 잡기도 했다. 하지만 TV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저자가 건물주라는 것이 알려지고, 그러한 생활이 과연 종교인으로서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TV는 물론 저술 활동도 뜸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왜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기술문명이 발달하고 주어진 일상을 바쁘게 소화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춤’이란 분명 필요한 일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타인은 멈추지 않고 무언가를 성취하고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품고 있기에, ‘잠시 멈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 저자는 종교인이기에 수행을 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할 수 있고, 그리하여 ‘잠시 멈춤’이라는 것도 하나의 수행 과정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수행의 궁극적 목표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으나, 저자에게 목표지향적인 일상의 압박은 분명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적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 여겨진다.
직장인으로서 혹은 자영업자로서 매일의 목표와 주어진 일을 완수했는지를 신경써야 하고, 취직을 위해 노심초사해야 하는 이들에게 ‘잠시 멈춤’은 필요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으로라도 명쾌하게 그 방법을 제시하는 내용을 읽으면서, 마음속으로 위안을 받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체 8개의 항목으로 이뤄져 있는 목차들은 각각 ‘휴식의 장’과 ‘관계의 장’, ‘미래의 장’과 ‘인생의 장’, ‘사랑의 장’과 ‘수행의 장’, 그리고 ‘열정의 장’과 ‘종교의 장’ 등으로 이뤄져 있다. 각각의 항목들은 대체로 아포리즘처럼 간결하고 단순한 내용들을 나열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저자는 이 책의 내용들이 외국 생활을 하는 동안에 떠오른 생각들을 트위터에 기록했던 것을 갈무리하고, 거기에 법회에서 대중들에게 했던 설법의 내용들을 덧붙여 구성했음을 밝히고 있다. 책에 수록된 내용들이 하나의 경구처럼 짧은 글들이지만, 내용이 일견 명쾌하고 쉽게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독자들이 그 내용을 알고 있고 이해할 수 있으나, 생활인으로서 지속적으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내용들이라고 하겠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더욱 절실하게 다가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말들이 쉽게 실천하기는 힘들지라도, 간혹 꺼내들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수단으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겠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