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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사피엔스’란 전화기를 뜻하는 ‘폰(phone)’과 인간이란 의미의 ‘사피엔스(sapience)라는 말의 합성어일 것이다. 왜 저자가 그런 제목을 붙였는지에 대해서는, '스마트폰 종족을 위한 새로운 학교가 온다'란 부제가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책의 제목과 부제 만으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교육부 공무원으로 지내면서 현재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으며, 대학 현장에서의 강의 경력도 소유하고 있는 저자의 교육의 문제와 미래에 대한 진단이 담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에 접어든 지금의 시점에서 전통적인 지식 위주의 암기 교육이 더이상 통용되기 힘든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를 이끄는 것은 바로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문화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저자의 진단이다. 이러한 세대를 일컬어 '포노사피엔스'라 명명하고,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우리의 교육 현실도 바뀌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적어도 30년 후를 내다보고 현재의 교육 문제를 풀어가야한다는 것에도 우리의 교육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교육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가는데 가장 큰 장애 요인은 바로 대학입시로 귀결되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 있다고 할 것이다.
저자 역시 교육 문제를 고민하던 공무원으로서 현재 한국 교육 현장이 지닌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새로운 환경에 맞춰 우리의 교육 제도와 교육 방식도 바뀌어 하며, 지금 세대에게 익숙한 디지털 기기를 통해 획득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크게 2부로 구성된 목차에서 1부는 '학교의 종말'이라는 제목으로, 그 내용은 근대국가가 형성되면서 정착된 기존의 학교 교육은 더 이상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진단이 전제되어 있다. 그래서 근대 학교의 탄생이야말로 '비극의 탄생'(1장)이라고 할 수 있으며, 특히 대학입시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한국 교육의 현실은 더욱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2장에서는 '인쇄-지식과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이라는 제목으로, 문자와 책으로 상징되는 전통적인 지식 습득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로 접속하는 양상과 그 의미에 대해서 상세히 고찰하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지식, 포노 사피엔스의 학습법'(3장)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인쇄-지식의 시대에서 디지털 -정보의 세계로!' 저자가 주장하는 포노사피엔스 세대에게 적합한 교육 방식을 이렇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화와 함께 출발한 '근대 학교'의 수업 방식은 디지털 정보가 넘쳐나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에는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이며, 그러한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래서 저자는 4장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근대 학교를 거부한다'라는 제목으로 그 이유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상의 내용들은 결국 기성세대와는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른바 '포노 사피엔스'들이 지닌 특징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진단은 명료하지만, 과연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이 지배하는 현실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점이 먼저 풀려야만 할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교육 방식은 과연 어떤 방식이어야 하는가? 포노사피엔스 학교의 탄생'이라는 2부에서, 저자가 생각하는 교육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개별화된 학습자 중심 학교'(5장), '지식 주입 교육에서 실천 역량 학습으로'(7장), 그리고 '디지털 네트워크 학습 플랫폼'(7장)을 활용하는 교육이 바로 그것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지금부터 30년 앞을 내다보고 이러한 방향으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상 이러한 형식의 교육은 부분적으로나마 학교 현장에서 조금씩 시행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순간 모든 관심이 대학입시에 맞춰지는 우리의 교육 현실이 가장 큰 장애 요인이라고 하겠다.
한국에서는 '전국민이 교육전문가'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학부모들의 대학입시에 대한 관심이 높다. 모든 것이 대학입시에 초점이 맞춰져있기에 학원과 개인교습이 성행하는 거대한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고, 아이들에게 하고싶은 것은 대학 진학 이후에 실천할 수 있다고 독려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이 책에서 주장하는 교육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하지만, 고동학교 교육 현장에서 시도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이 가로막혀 있다. 그럼에도 지금부터라도 우리 교육 현실을 바꾸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며, 저자와 같은 교육을 전담하는 공무원들과 현장의 교사들이 서로 협력하여 그 방안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공감하고 그에 발을 맞추는 학부모들이 더욱 많아질 때, 그러한 방향으로의 변화가 조금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론상으로는 완벽한 것처럼 보이는 진단과 처방이 실제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접목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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