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두 번째 추천작 투척합니다.
작년 말부터 <파고>와 <실리콘밸리>를 번갈아가면서 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제목에 스토리가 들어있습니다.
실리콘밸리를 배경으로 IT 너드 청년들이 벤처기업을 창업해서 성장시켜나가는 이야기입니다.
https://youtu.be/-hteD4OrSf4
개인적으로 작품을 선택할 때 크리에이터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작품의 제작자는 <비비스와 벗헤드>를 만든 마이크 저지입니다.
(실제로 80년대에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
잠시 삼천포로 빠져서, <비비스와 벗헤드>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면.
두 막장 고등학생 캐릭터가 온갖 기행을 벌이는 애니메이션입니다.
고등학교 때 MTV에서 처음 이 작품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당대의 록밴들이 참여한 OST를 사서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듣기도 했습니다.
각설하고,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개성 강한 캐릭터 + 현실적인 스토리 + 노필터 유머입니다.
먼저 이 작품의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는 전형적이면서도 입체적(엽기적)입니다.
주인공이자 '피리부는 사나이'를 창업한 리차드 헨드릭스는 허당끼 있는 너드.
부사장이자 리차드를 키운 얼릭 바크만은 나르시스트 상남자/대인배.
(<데드풀>에서 친구 역할을 했던 배우입니다.)
재무담당자인 재라드(본명은 도널드) 던은 순수하고 열정적인 관리자.
시스템 엔지니어 버트람 길포일은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는 사타니스트.
프로그래머인 디네쉬 척테이(파키스탄인)는 번번이 여자에게 차이는 자칭 매력남.
https://youtu.be/Vm4tx1O9GAc
이 다채로운 너드 캐릭터들이 주고 받는 대화는 노필터 유머로 가득합니다.
'PC 따윈 X까라'는 식이죠.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시즌 1-5>에서 얼릭은 회사 로고에 집착합니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우범지대에 사는 유명한 그래피티 아티스트 추이에게 의뢰합니다.
추이는 로고의 대가로 스톡옵션을 요구합니다. 얼릭은 당황합니다. 현금으로 때울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때 디네쉬를 라틴계로 착각한 추이는, 만 달러만 받고 그려주는 걸로 합의합니다.
집으로 돌아온 얼릭에게 이 사실을 들은 재라드는 너무 큰 돈을 낭비했다며 잔소리를 합니다.
얼릭 : 낭비라니? 좋은 조건이었어. 디네쉬를 보기 전까진 스톡옵션을 요구했다고.
디네쉬 : 잠깐, 뭐라고요?
얼릭 : 기분 나쁘게 듣지 마. 이유는 모르겠지만, 추이가 널 보더니 멕시코 사람인 줄 알더라고.
길포일 : (비웃는다)
디네쉬 : 그게 왜 기분 나쁜데요?
얼릭 : 뭐라고?
디네쉬 : 멕시코인으로 착각한 게 왜 기분 나쁜 일인데요? 추이가 멕시코인이잖아요.
얼릭 : 맞아. 추이는 멕시칸이지. 근데 넌 파키스탄인이잖아.
디네쉬 : 그래서요? 가만 보니까 내가 기분 나쁠 거라고 생각한 게 더 기분 나쁜데요. 그게 바로 인종차별이예요.
얼릭 : 아니. 널 멕시코인이라고 한 건 내가 아니거든.
디네쉬 : 날 멕시코인이라고 했어요? 또 그러네요.
얼릭 : 내가 인종차별 안 하려고 얼마나 조심하는데.
디네쉬 : 좋아요. 그럼 내가 멕시코인이 아니라고 하니까 추이가 뭐래요?
얼릭 : (찔린다) 말 안 했어.
디네쉬 : 왜요?
얼릭 : 로고를 싸게 그려주길 바랐거든.
디네쉬 : (어이없다) 진짜 말이 안 나오네요.
얼릭 : 난 네 미끼에 넘어가지 않을 거야. 난 인종차별 같은 거 안 해. 흑인이 나오는 포르노도 많이 본단 말야. 정말 많이 본다고.
디네쉬 : 하나만 물어볼게요. 그 포르노에선 남자가 흑인이예요? 여자가 흑인이에요? 아님 둘 다 인가?
얼릭 : (혼란스럽다) 그 중에 하나는 인종차별이야?
길포일 : 인터넷 검색 기록을 해킹해서 알아내자.
요즘엔 이런 조크를 볼 수 있는 코미디가 멸종되다시피 했기에 그 시절이 그리울 따름입니다.
(<시즌 1>의 피날레 에피소드에선 '사정'를 신기술로 승화시키는 놀라운 빌드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즌 1>은 리차드가 '피리 부는 사나이'를 창업하고, 투자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초짜 창업주가 겪는 온갖 문제들(지분 분배, 투자자 설득, 저작권 등록, 인간관계...)에 직면합니다.
(창업을 해보셨던 분이라면 공감가는 부분이 많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거울을 보는 것 같은 장면이 많았습니다. ㅠㅠ)
https://youtu.be/qCj9Lm4fRQY
<시즌2>는 리차드와 전 직장(거대 IT기업 '훌리')과의 소송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훌리의 대표 개빈 밸슨은 리차드가 개발한 신기술을 훔치는 것도 모자라 아예 출시 자체를 막으려고 합니다.
(중소기업의 기술을 약탈하는 대기업은 미국에도 많은 모양입니다.)
리차드는 조금씩 성장하면서 경영자로서의 자격을 갖추게 되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선한 인간이기에 결정적인 순간에 이기적인 선택을 못합니다.
그래서 본인은 물론이고, 팀원들까지 힘들게 만들죠. 하지만 그는 절대 무너지지 않습니다.
팀원들도 그를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여기에 약간의 행운(?)과 개빈의 불법이 더해져 극적으로 승소합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소송비를 마련하기 위해 탐욕스러운 투자자의 돈을 받은 것이 리차드의 발목을 잡고 맙니다.
피날레 에피소드에서, 리차드는 자신이 창업한 '피리 부는 사나이'의 CEO에서 해고됩니다.
그럼 앞으로 리차드와 친구들이 겪게 될 엽기적인 스토리를 기대하며....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나 이재익 크리에이터가 문득 생각나는..ㅎㅎ
HBO를 볼 데가 없어서 (웨이브를 안봐서요) 아직이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믄 언차티드님이 추천해주신 작품들 먼저 봐볼게요~^^
추천한 보람이 있네요. HBO 드라마만 보셔도 충분할 겁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