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구수영/시인
디카시_손설강/시인
사월의 꽃처럼 스러지다
벚꽃 잎 떨어져 제 어미 위에 누웠다
이승을 떠나지 못한 한(恨)이 피었다
_손설강
<해설>
2014년 내 딸아이는 중학생이었다. 그해 여름 성당 캠프에서 단원고 학생을 만났다고 했다.
“언니가 너무 슬퍼 보여서 내내 눈물이 났어요. 저녁에 ‘별이 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는데 우리 모두 엉엉 소리 내어 울었어요.
수녀님이 언니를 꼭 안아주었는데 한참 흐느껴 울었어요”
딸이 9년 전 만났다는 학생을 떠올린다.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흐느껴
울기만 했다는, 이제 이십 대 후반이 되었을 그가 견뎌냈을 4월의 무게를 생각한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가슴앓이.
우리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일주일 앞둔 지난 9일 전남 진도의 사고 해역 부근에서는 선상 추모식이 열렸다.
사고 지점을 알려주는 부표 앞에서 헌화를 하며 눈물을 터트리는 유가족의 모습을 보며 나도 함께 운다.
그들의 깊은 슬픔과 그리움이 오롯하게 스며든다.
그것은 내년에도 후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절대 잊지 말자고 달았던 노란 리본,
약속처럼 개나리꽃이 올해도 온 나라에 흐드러지게 피었다.
이정록 시인의 시중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이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산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운다
우리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당신과 나를 숨 쉬게 하고 울고 웃게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오늘은 아직도 진행 중인 슬픈 사월이 디카시로 왔다.
나는 포착시에서 한(恨)으로 피어난 자식을 꼭 잡은 아버지의 손과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자식을 품에 안고 사는 어머니의 절절한 가슴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애틋한 눈빛을 읽는다.
그리고 어떤 긴 글로도, 무엇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사랑과 고통을 두 줄의 언술에서 읽는다..
손설강(본명 손귀례) 시인 이력
* 시사모·한국디카시인모임 동인
* 2001년 ‘한맥문학’ 수필
* 2002년 ‘문학공간’ 시 등단
* 수필집 ‘물음’, 시집 ‘뚜껑’
* 디카시집 ‘오늘은 디카시 한잔’
구수영 시인 이력
* 2018년 계간 ‘시와편견’에 신달자 시인 추천 등단
* 시집 ‘나무는 하느님이다’, ‘흙의 연대기’
* 동인지 ‘베라, 나는 아직도 울지 않네’ 외 다수
* 시사모, 한국디카시인모임 운영위원
* 시편 작가회 회원
* 제1회‘한국자유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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