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들의 사랑
김현(1980~ )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죽은 생선을 구워 먹고 살아남기도 하는 사이니까요
허나 형들의 사랑을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아요
그들의 인생이 또한 겨울이 오면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는 것이며
그들의 인생이 또한 영혼의 궁둥이에 붙은 낙엽을 떼어주는 것이며
그들의 인생이 또한 자식새끼 키워봤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속 깊은 것이기 때문이지요
하느님 형들의 사랑을 보세요
―김현(1980~ ) ('문학3' 2017년 1호)
긴 시의 앞부분이다. 슬픔에 '배가 나오고' 기쁨에 '머리가 빠지'는 형들의 '나와봐리'는 넓고 깊다. 죽은 고기를 찾아 헤매는 수컷 같고, 눈 내리는 걸 좋아하는 천진한 사내 같고, 여자를 배려하는 섬세한 오빠 같다. '자식새끼 키워봤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진리(!)를 깨달은 '속 깊은' 아저씨 같고, 21세기까지 살아남은 전근대적 꼰대나 마초 같다. 고기를 굽는 숯불과, 아무도 모를 이불과, 광화문의 촛불 사이를 오가는 우정이었다가 연대였다가 야합이었다가 거래였던 형들의 사랑이란 '서로를 사회화'하는 과정이자 생존 투쟁사다. 아비 되어 늙어가는 인생 이야기다. 그런 사랑을 사랑이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 사랑을 '두려움' 없이 '성실'히 살아내고 있다면 더더욱!
(정끝별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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