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이란
-시바견 사랑이에게 산책 아빠가
동네산이라도 오르막은 있기 마련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계절의 오르막에서
두 오르막이 겹치는 곳에서
사랑이도 나도 갑자기 말이 없어진다
아, 사랑이는 원래 말이 없었지!
땀구멍이 없어 혀를 길게 빼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사랑이에게
나는 묻곤 한다
힘들면 산에 가지 말고
그냥 천변이나 걸을까?
언제든지 힘들면 말해줄래?
하지만 들을 수 없는 짐승에게는
물을 수 없는 물음들
말이 없는 것들의 간절함
털갈이까지 하고 있는 너에게
지금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주는 것이 사랑일 테지만
들을 수 없으면 물을 수도 없다
하지만 간절함이란
이때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지
언제든지 힘들면 말해주겠니?
첫댓글 말을 하지 않아도 온몸으로 표현한 작은감정이 전달되지요. 오래전이지만 우리집 막내 '사랑이'를 데리고 봉화산 둘레길을 오른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여름날, 혀를 길게 빼고 헉헉대던 그 광경이 이 시를 읽으니 오버랩 됩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제 오래된 기억을 소환하게 되는 즐거움을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