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天地玄黃(천지현황)하고 [2]宇宙洪荒(우주홍황)이라(한자한문글방)
[1] 天地玄黃(천지현황)하고 : 하늘과 땅은 검고 누르며
[2] 宇宙洪荒(우주홍황)이라 : 우주는 넓고 거칠다.
天(하늘 천) 地(따 지) 玄(가물 현) 黃(누루 황)
宇(집 우) 宙(집 주) 洪(넓을 홍) 荒(거칠 황)
[1] 天地玄黃(천지현황)하고 : 하늘과 땅은 검고 누르며
此는 言天地之始也라 易曰 天玄而地黃이라하니 天覆於上而其色玄하고 地載於下而其色黃也라.
이는 하늘과 땅의 시초를 말한 것이다. [주역]<곤괘 문언전>에 이르기를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하였으니, 하늘은 위에서 덮고 있는데 그 색깔이 검고, 땅은 아래에서 싣고 있는데 그 색깔이 누렇다.
[2] 宇宙洪荒(우주홍황)이라 : 우주는 넓고 거칠다.
天地之內를 橫說則爲上下四方이요 豎說則爲往古來今이니 洪廣而荒遠하여 無涯涘하고 無終極也라.
천지의 안을 횡(橫:공간)으로 말하면 上下,四方인 우(宇)가 되고, 종(縱:시간)으로 말하면 왕고내금(往古來今:옛날과 지금)인 주(宙)가 되는데, 넓고 멀어서 가없이 너르고 끝없이 길다.
[해설]
하늘은 알 길 없이 가물가물하고 땅은 누런 빛깔이며, 우주는 한도 끝도 없이 거칠고 무성하다는 말이다. 하늘이 가물가물하다는 것은 하늘이 현묘하다는 말이다. 천지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을 생성하는 근본으로서 만물의 부모(父母)에 해당하고 우주는 모든 만물의 생활무대인 무궁광대(無窮廣大)한 시공(時空)을 가리키므로, 천자문의 제일 첫머리에 두었다.
'천지현황'의 출전(出典)은 본래 천지의 음양 교합을 '천현이지황(天玄而地黃)'이라고 설명한 『周易』의 곤괘 문언전(坤卦 文言傳)에서 따온 것이다.
여기서 하늘의 빛을 검다는 현색(玄色)으로 표현한 것은 하늘이 끝이 없고 아득하여 가물가물하기 때문인데, '玄'의 원뜻 또한 보이지 않는 '가물거리다'는 뜻이다. 땅의 빛을 누런 황색(黃色)으로 표현한 것은 오곡백과(五穀百果)가 무르익는 가을철이 되면 땅(벌판)에 벼가 누렇게 익어 물결치기 때문인데, 모체인 땅이 결실화육(結實化育)한다는 뜻이다.
저 위의 하늘에 대해서는 높고 멀다는 고원(高遠)함을 강조하고 아래의 땅에 대해서는 넓고 두텁게 감싸는 광후(廣厚)함을 강조한 것이다. (한자가 동양 문화권에서 나왔음을 볼 때) 사람의 신체에 있어서도 상부의 머리는 검은 색이고 하부의 몸은 누런색으로서, 스스로 생각하고 사물을 판단하는 머리는 형이상적(形而上的)인 하늘에 짝하고, 오장육부(五臟六腑)가 활동하고 사지육신(四肢肉身)이 움직이는 몸은 형이하적(形而下的)인 땅에 짝한다.
대개 천지의 현황을 서로 섞으면 푸른색이 나오므로 천지에 의해 창조된 만물을 '억조창생(億兆蒼生)'이라 일컫고, 처음 시작하는 때를 '초창기(草創期)라고 부른다.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이 움터 나오는 봄은 방위상 동(東)에 해당하고 오행상으로는 목(木)으로 보는데, 그 색을 또한 푸른 싹의 빛인 청색(靑色)으로 대표한다.
주역의 '천현이지황'을 따다가 '천지현황'으로 천자의 맨 처음에 놓았으므로 한문 공부 시작부터 벌써 주역을 공부하는 셈이다. 역경은 사서삼경 가운데 최고의 경전으로 손꼽히고 천자문은 맨 처음 공부하는 기초 입문서에 불과하지만, 동양은 형이상적이자 근원의 학문이기 때문에 하늘과 땅 등 심원한 이치에서부터 공부를 가르친다. 물질적인 형이하적인 데서부터 시작하는 서양 학문과는 근본적인 차이를 갖고 있다.
이 천지와 상대되는 것이 무한대의 시공간으로 펼쳐지는 우주이다. 우주는 넓고 거칠지만 모든 존재하는 사물의 시간(時間)과 공간(空間)의 집이다. 보통 우주라고 하면 끝없는 공간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본래 의미는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공간(宇)과 시간(宙)을 아울러 말하는 것에 유의하여야 한다.
태극(太極)의 무한 광대함을 끝이 없다는 무극(无極)으로써 표현하여 '무극이태극(无極而太極)'이라고 한다. 이같이 무한대로 펼쳐지는 우주는 실제 홍황하여 삼라만상을 담지 않음이 없다.
제1구의 天地玄黃은 안짝이 되고 제2구의 宇宙洪荒은 바깥짝이 되며, 제3구의 日月盈昃이 안짝이 되고 제4구의 辰宿列張이 바깥짝이 된다. 제3구의 끝자인 昃을 제외한 나머지 각 구절의 마지막 글자인 '黃荒張'이 모두 이응받침(ㅇ)의 운(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