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와 할머니
살구꽃 필 때 자주 찾아간 아파트 뒷마당에서 맨발걷기를 하다가
할머니 한 분을 만났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느린 걸음으로 걸어오시는
주황색 웃옷 차림의 할머니에게 가볍게 목례를 해드렸습니다.
할머니는 수줍어서 그러셨는지 별 반응이 없으시더니
저만치 서 있는 살구나무 앞에서 허리를 깊이 숙여 절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혹시 저에게 받은 절을 나무에게 돌려준 것일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왼쪽에 있던 작은 돌멩이를 오른쪽으로 옮겨놓은 것이었습니다.
할머니가 한 바퀴를 더 돌고 오시자 왼쪽에 두 개 오른쪽에 세 개였던 돌멩이는
왼 쪽에 하나 오른쪽에 네 개가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서야 할머니가 아파트 뒷마당을 한 바퀴 돌 때마다
왼쪽에 둔 돌을 오른쪽으로 옮겨 놓으신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할머니는 살구나무가 서 있는 아파트 뒷마당을 다섯 바퀴 돌고 난 뒤에야
제 시야에서 멀어지셨습니다. 살구나무 아래 나란히 놓인 돌멩이 다섯 개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첫댓글 할머니 똑똑하세요.^^ 기억보다 메모가 최고라는 것을 터득하신것 같아요. 그걸 또 유심히 보시고 할머니의 큰 뜻을 파악하신 시인님은 더 대단하세요.
제가 시를 잘 쓰는 시인이라면 좀더 멋지게 그림을 그렸을 텐데 많이 아쉽습니다. 변변치 않은 시를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기억을 저장하는 할머니의 지혜로움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그린 시 감상 잘했습니다.
할머니 다시 뵙고 싶어서 나가봐야겠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