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묵돌입니다.
어제 저는 오랜만에 고향친구를 만나서
고량주를 마구 섞어마셨더니 머리가 아파 죽겠습니다.
여러분은 부디 고량주를 마실 때에는
미리미리 숙취해소제를 드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 모임 공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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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주의 묵픽 (Muk's pick) ::
「색, 계」 (이안, 홍콩-미국)
:: Comment ::
<색, 계>는 2007년에 개봉한 양조위, 탕웨이 주연 영화입니다.
내 나이대의 많은 남성들이 그렇듯 저 역시
이 영화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엑기스'였는데요. (조금 부끄러운 얘기지만)
영화에서 나온 장면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만큼 파격적이고 선정적인 베드신 때문에
영화를 제대로 보지 않은 사람들은 '탕웨이가 나온 엄청 야한 영화'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고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어딘지 야릇한 느낌이 드는 제목도 한 몫 했겠지만..
<색, 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보게 된 건 몇 년 전이었는데,
'그러고보니 이거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본 적이 없네' 라는 느낌으로
별생각없이 보기 시작했다가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로서는 상상했던 것보다 너무 좋은 영화여서요.
적어도 파격적인 '엑기스' 만으로 요약되거나 기억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묵클럽에서 함께 볼 영화를 고민했을 때 불현듯
이 작품이 떠오른 건 바로 그런 아쉬움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 TIP ::
- 영화의 제목인 <색, 계>는 언뜻 들었을 때 '미인계'라는 말을 그럴듯하게 써놓은 말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색'은 확실히 그 색이긴 한데요. '계'가 다릅니다. '미인계'에서는 셀 계計를 쓰는 반면, 여기서의 계는 '경계하다'할 때의 계戒 입니다. 한국적인 느낌으로 바꿔보자면 '유혹과 경계' 정도가 되겠는데. 확실히 이것보다는 <색, 계>가 더 멋있고 좋네요.
- 중국이 일본제국에게 점령당하고 괴뢰국 신세가 된 시기. 영화는 넘치는 혈기로 항일운동을 펼치던 홍콩 대학생들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상황이 달랐던만큼 일대일 비교가 정확하진 않겠지만... 일제강점기 당시 경성의 한 대학에서 대학생들이 '항일운동 동아리'를 만들고 거기서 '예쁜 여학생 한 명을 총독부 관계자한테 붙여서 암살하자'고 모의하는 얘기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작품 배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 잠입 스파이 장르인 동시에 꽤 진지한 시대극이기도 한데요. 시대극답게 러닝타임도 두시간 반(157분)에 달할 정도로 깁니다. 이렇게 영화가 길다보니까, 개봉할 당시 단순히 야한 장면을 기대하고 간 사람들에게는 너무 길고 지루한 영화였다는 평이 나오곤 했습니다.
- 하지만 저는 어렸을 때 엑기스를 보았기 때문에(웃음) 오히려 영화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소재 따위에 더 초점을 맞춰 봤던 것 같습니다. 또 그시절 홍콩의 분위기가 얼마나 위태롭고 매혹적이던지. 단순한 이미지로서도 홍콩영화 특유의 낭만적인 색감이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화제가 됐던 베드신은 이 영화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었어요.
- 오히려 그 엑기스라는 부분도 영화 전체의 맥락에서 보면 그저 야하기보다는(확실히 야하긴하지만) 슬프고 애처롭고... 아무튼 정말 만감이 교차하는 복잡한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색, 계>는 제가 영화를 볼 때, '어떤 작품이 화제성을 띄는 방식'과 '실제로 그 작품에서 발견되는 훌륭한 점'이 엄청나게 다를 수 있음을 알려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 <색, 계>는 2007년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받았던 바로 그 상입니다.
- 긴 영화이니만큼 끊어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스파이라는 주제 특성상 내용보다는 '극중의 긴장감'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니 웬만하면, 하루 저녁을 텅 비워놓고 한큐에 보는 것을 추천해요. 초반은 좀 지루할지 모르지만, 끈질기게 따라붙다보면 나도 모르게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릅니다.
:: 모임장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23길 40 지하 카페 <공상온도>
- 홍대입구역 1,2 번 출구 6분 거리
:: 일시 ::
2023년 1월 13일 금요일. 오후 8시 ~ 오후 11시
* 3시간 진행, 도중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모임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 가급적 첫 모임에는 시간에 맞춰 참석해주세요.
* 카페 <공상온도>의 방침상, 기존 고객 퇴장 및 대관 준비 시간으로 인해 오후 7시 20~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하오니 이용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 13일의 금요일입니다. 오다가 넘어지지 마세요.
:: 숙제 ::
「색, 계」 (이안) 감상
- 넷플릭스 및 IPTV 서비스 등에서 시청가능
:: 기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