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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이 머나먼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점차 변화해 온 과정을 조망하는 것이 바로 진화론에서 다루는 내용이라 할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인류의 진화 과정이 연구의 대상으로 주로 거론되었던 것이다. 인류의 시원을 찾는 과정은 우주의 기원을 찾는 것만큼 상상력을 동원해서 추론해야만 하는 것이다.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합리적이라고 여겨지는 학설도 다른 이들에게는 황당한 주장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도 간혹 언급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조작이 가해져 대중들로부터 불신을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이른바 실험 과정을 조작하여 지탄의 대상이 되었던 ‘황우석 사태’는 그러한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던 사건이었다.
이 책은 ‘진화’를 주제로 하여, 지금까지의 연구 과정을 집약적으로 개관하여 정리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과학 과목을 배운 이래, 나로서는 이 주제에 대해서 그동안 상식적인 내용만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은 더 이상 ‘상식’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90년대 이후 각종 첨단 기계와 검사법이 비약적으로 발전되어, 진화의 과정을 밝히는 기술이 한층 업그레이드되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도 다양한 화석이 발견되어, 인류의 진화 과정을 보다 촘촘하게 재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는 전혀 새로운 내용들이 많아서, 다른 이유로 ‘밤새 읽는’ 책이었다고 생각된다.
크게 세 항목으로 구분된 이 책의 목차는, 진화의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뒤에서부터 읽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즉 ‘신비로운 생명 탄생의 이야기’라는 세 번째 항목이 그 과정으로 보아, 진화의 단계에서 가장 앞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라 여겨진다. 지구의 탄생으로부터 처음 탄생한 생물의 정체를 추적하고, 다양한 생명체로부터 어떻게 고등생물체가 탄생하여 마침내 인간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그동안의 과학 지식을 함축하는 방대한 과정을 포괄하고 있다고 이해되었다.
그 다음에는 ‘놀라운 인류 진화의 여정’이란 제목의 두 번째 항목의 내용이 이어진다고 하겠는데, 원시양서류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의 진화 과정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이 부분에서는 현쟈까지 개발된 첨단 기법이라 할 수 있는 ‘DNA 검사’와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는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서, 다른 종의 동물들과도 염색체를 비교하여 그 성격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과학적 탐색의 결과 ‘침팬지와 인간 게놈의 차이’는 불과 ‘1%’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이 항목의 마지막에서는 ‘털 없는 원숭이’로서의 인간의 면모를 설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 차이는 미미하게 생각되지만, 그 1%로 인해서 인간과 침팬지로 나뉘어졌다는 사실이 경이롭게 생각되기도 했다.
그동안 발견된 화석을 통한 인류의 진화 과정은 첫 번째 항목인 ‘흥미진진한 인류 진화 시나리오’에서 주로 다루고 있다. 실상 진화의 과정에서는 가장 나중에 다루어지는게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인류의 진화 과정이 중심이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장 먼저 다루어졌을 것이라 짐작된다. 흥미로웠던 것은 21세기 들어 다양한 장소에서 화석들이 발견되어, 그것을 통해 인류의 진화 과정을 보다 상세하게 논할 수 있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수와 네안데르탈인, 그리고 호모에렉투스와 호모사피엔스 등만을 알고 있었던 나에게는 전혀 새로운 지식으로 다가왔던 내용들이었다. 아마도 인류의 진화 과정에 대한 것이 중심이라고 생각해서, 진화론에서 가장 뒤늦은 내용이 목차의 앞부분을 차지한 것이라고 이해되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인류의 진화에 대한 나의 관점은 과거의 그것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내용면에서도 유익했지만, 새로운 지식을 획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 실상 문학을 전공하는 나로서는, 자연과학 분야의 책들은 일부러 찾아 읽지 않는 한 좀처럼 접하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의 내용과 서술은 아마도 학생들을 위해 쉽게 정리되어 있다고 여겨지는데, 정작 자연과학에 어두운 일반 독자들에게도 유익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인류 화석의 발견으로 인해, 진화 과정의 공백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들이 나에게는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던 내용들이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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