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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펴낸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의 두 번째 시리즈로, 이탈리아 베네치아 지역에 대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여행 기록이 아닌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과 문학 작품들을 통해, 보다 상세히 베네치아의 면모를 소개하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베네치아라는 도시를 떠올리면 누구나 금방 수로를 따라 노를 저어 다니는 곤돌라가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다. 베네치아에서는 '원래 차가 없기도 하고, 차가 다닐 수 있는 길도 없기 때문'에 배를 타지 않으면 그냥 걸어다닐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베네치아를 비롯한 모두 3개의 섬으로 이뤄진 베네치아 지역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와 관련된 다양한 인물과 관광지도 알 수 있는 기회였다. 1부는 세 개의 섬 가운데 '리도와 무라노에서 본 베네치아, 세상의 다른 곳'이라는 제목으로, 토마스 만의 <베네치아에서의 죽음>과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인물인 '카사노바의 <나의 편력>'을 다루고 있다. 세 개의 섬 가운데 1부에서는 리도와 무라노에 대해서, 토마스만의 작품과 카사노바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2부에서는 '베네치아의 중심, 산 마르코 광장과 그 주변'을 3개의 항목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건축물인 '두칼레 궁전'의 구조와 용도, 그리고 그곳에 소재한 다양한 예술작품을 통해서 베네치아의 역사와 문화를 접맥시키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기반이 되는 것은 존 러스킨의 <베네치아의 돌>이라는 문헌이다. 지정학적으로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결합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에,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건축물인 '두칼레 궁전' 역시 이러한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베니치아를 다스리던 도제(Doge)의 초상화를 비롯해서, 궁전에 소재한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통해 그 의미와 특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책에 소개된 것들이 사진으로 함께 수록되어 있어, 저자의 설명을 읽으면서 문득 그곳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두칼레 성당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 2부에서는, '산마르코 광장과 산 마르코 대성당'과 '카페 플로라인'에 대한 내용이 이어진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안치되어 있던 산 마르코 성인의 유해를 베네치아로 옮겨온 이후부터, 산 마르코는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성자의 위치를 확보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 바로 산마르코 대성당인 것이다. 18세기 후반 나폴레옹의 정복으로 인해 베네치아의 통치자인 도제라는 직위는 사라지고, 일종의 식민 지배 상태에 놓여 있게 된다. 이 당시 베네치아인들이 모이던 장소가 산 마르코 광장의 한쪽에 있는 카페 플로리안이다. 카페의 원래 이름은 '승리자 베네치아'였지만, 그 이름이 나폴레옹의 심기를 건드릴까 우려하여 창업자의 이름을 따서 '카페 플로리안'으로 바꾸어 지금까지도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3부에서는 '베네치아 건축의 3대 거장'이라는 제목으로 모두 3명의 인물들이 소개된다. 첫 번째는 피렌체 출신으로 이곳에 정착한 산소비노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 마르코 광장과 이어지는 작은 광장을 뜻하는 '피아제타'가 그의 작품이며, 그밖에도 다양한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을 베네치아에 남긴 인물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저자는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을 건축한 팔라디오와 살루테 성당을 지은 롱게나를 앞서 소개한 산소비노와 함께 '베네치아 건축의 3대 거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풍부한 자료와 상세한 설명, 그리고 그와 관련된 사진들을 통해 이 책을 읽으면서 베네치아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어지는 4부에서는 베네치아에 소재한 건물들과 그와 연관된 인물들을 엮어 소개하는 내용으로, '베네치아, 가장 평온한 공화국의 골목길'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있다. 문인인 단테와 페트라르카가 베네치아와 어떤 인연이 있는지를 설명하고, 세익스피어의 작품인 <베니스의 상인>의 줄거리를 소개하면서 그것을 유대인들의 집단 거주지인 게토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소개하고 있다. 베니스의 명물인 리알토 다리와 성 루치아 성당이 있던 자리에 들어선 산타루치아 역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기도 한다. 특히 주요 건물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수로를 따라 곤돌라에서 보는 풍경과 그곳에 얽힌 내용들을 전달하기도 한다.
마지막 5부는 '넘실대는 예술의 도시, 베네치아'라는 제목을 통해, 베네치아가 품은 예술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전해주고 있다. 주로 건축물과 그곳에 소재한 미술 작품을 소개하고 있지만, 마지막 부분에서는 베네치아 비엔날레와 베네치아 카니발을 소개하면서 그곳 사람들의 예술적 품성을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 해당하는 '들어가며'에서 코로나19가 막 창궐하기 시작한 금년 초에 베네치아를 서둘러 떠나오던 광경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마도 베네치아에 대한 책을 쓸 정도로 그곳을 좋아했기에, 현재의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기까지 다시 그곳에 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던 것이다.
저자가 생각하기에 베네치아의 삶과 풍경은 우리네 일상과는 다르고, 아마도 '삶이 축제가 되는' 그러한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을 해서 책의 제목을 정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후기에 해당되는 '베네치아를 떠나며'에 붙인 표현도 그래서 '인생은 다르게 살 수 없는 것일까?'라고 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베네치아의 풍경이 머릿속에서 그려질 듯했다. 마치 곤돌라를 타고 베네치아의 수로를 통해서 곳곳을 돌아본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마도 책의 내용과 함께 제시된 사진들을 통해서 그곳의 풍경이 보다 생생하게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를 다스릴 수 있는 시기가 좀더 빨리 와서 베네치아를 비롯한 다양한 장소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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