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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동물이 등장하여 진행되는 소설로, 출판사에서 개최한 어린이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인간이 등장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사람들은 동물들을 괴롭히거나 돕는 부수적인 역할만을 담당한다. 작품의 화자는 알에서 갓 태어나 이름조차 없는 어린 펭귄이며, 그와 함께 동행하게 된 코뿔소 노든의 이야기를 듣고 전해주는 형식이라고 하겠다. 화자인 어린 펭귄이 들려주는 코뿔소 노든의 사연은 이러하다.
어렸을 때부터 코끼리 고아원에서 지냈던 코뿔소 노든은 자신을 코끼리라고 여겼지만, 코끼리들은 그가 코끼리이자 코뿔소이기도 하다고 말해준다. 그곳에서는 마지막에 테스트를 통해 고아원에 남을 것인가, 아니면 떠날 것인가를 결정한다. “더 넓은 세상으로 가. 네가 떠나는 건 슬픈 일이지만 우리는 괜찮을 거야. 너를 만나서 다행이었던 것처럼, 바깥 세상에 있을 또 다른 누군가도 너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여기게 될 거야.” 그 과정을 앞두고 노든은 갈등을 하지만, 할머니 코끼리가 해주는 말을 듣고 마침내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고아원에서 떠나기 전날 다른 코끼리들이 해준 이런 말도 음미할 필요가 있다. “여기, 우리 앞에 훌륭한 한 마리의 코끼리가 있네. 하지만 그는 코뿔소이기도 하지. 훌륭한 코끼리가 되었으니, 이제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일만 남았군그래.” 고아원을 벗어난 노든은 이제 코끼리가 아닌, 코뿔소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다른 코뿔소들을 찾아 나선다. ‘후회를 해야만 다음 날엔 전날보다 더 나은 코끼리가 될 수 있다’는 노든의 말은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의미라고 여겨진다. 과거의 실패에 좌절하기보다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하겠다.
마침내 ‘하얗게 빛나는 아름다운 뿔을 가진 코뿔소’를 만나 가족을 이루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딸과 함께 잠시나마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생활도 잠시, 코뿔소의 뿔을 탐내는 밀렵꾼들에게 아내와 딸이 무참하게 살해되면서 부상당한 노든 역시 동물원으로 옮겨지게 된다. 그곳에서 앙가부라는 코뿔소를 만나 동물원을 탈출할 기회를 노리고, 아내와 딸을 죽인 인간들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을 드러낸다. 동물원의 철조망을 조금씩 느슨하게 만들어 탈출을 꿈꾸었지만, 실행 전날 총상을 입은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노든은 잠시 치료실로 옮겨진다. 하필 그날 밤에 뿔 사냥꾼들이 동물원까지 침입해서, 그들에게 뿔이 잘린 앙가부는 죽음을 맞이한다.
결국 노든을 보호하기 위해 동물원에서는 그의 뿔을 잘라버리고, 다시 인간에게 상처를 받은 노든의 복수심은 더욱 깊어만 간다. 한편 버려진 알을 품어 부화시키려는 펭귄 치쿠와 윔보가 등장하고, 땨마침 벌어진 전쟁으로 인해 동물들은 동물원에서 탈출하게 된다. 인간에게 복수심을 품은 노든과 혼자서라도 알을 품어 부화시키려는 펭귄 치쿠와의 동행이 시작된다. 바다를 향해서 가려는 치쿠와 동행을 하면서, 노든은 그에게 친밀함을 느끼게 된다. 결국 지쳐 쓰러진 치쿠 대신에 알을 품으면서, 새로 태어난 펭귄이 바로 이 작품은 화자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코뿔소 노든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새로 태어난 펭귄의 입장에서 서술하는 형식이라고 하겠다. 이제 노든은 치쿠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로 태어난 펭귄을 바다로 데려가는 것이 급선무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지쳐 쓰러진 코뿔소를 치료해주려는 인간들을 만나고, 그들의 배려로 인해 노든은 다시 트럭에 실려 초원으로 옮겨진다. 노든은 끝내 어린 펭귄이 바다로 도착하는 것을 보지 못하게 되었지만, 다른 동물들과의 교감을 통해서 비로소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을 것이다.
노든은 처음 코끼리 무리를 떠나 세상에 나가 다른 코뿔소를 만나 가족을 이루고, 그 가족들이 밀렵꾼들에게 죽음을 맞자 인간에 대해 복수심을 키운다. 하지만 동물원에서 만난 다른 동물들과 우정을 쌓고, 원치 않는 이별을 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자신의 역정을 어린 펭귄에게 들려주는 <긴긴 밤>을 통해서, 노든은 자신의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았을 것이라 여겨진다. 어쩌면 이러한 과정은 사람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일과 감정들을 비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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