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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학교 시스템으로 규정되는 이른바 '공교육'이란 것이 최선일까? 사람에 따라서는 그렇다고, 또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교육이란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야지, 지금 우리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성적이나 결과에 치중하는 '제도'가 강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를 특히 중시하는 한국의 교육제도 하에서 자신의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려는 부모들의 욕망이 어쩌면 교육의 본질로 되돌리려는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진단에 공감할 수 있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무관심 그리고 할아버지의 경제력이라는 3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 널리 통용되고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이른바 '명문 학군'을 찾아다니고, 그것도 모자라 거대한 사교육 시장에 자식들을 밀어넣고 자신의 경제력으로 모든 것을 감당하는 것이 최선의 부모노릇이라는 생각에 다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 개개인의 개성은 고려치 않고 사교육을 해서라도 이른바 'SKY'로 상징되는 일류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이 이 시대 대부분의 부모들이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와중에,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의 자녀와 소통하면서 공감하는 내용의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부모의 입장에서 차츰 아이와 공감하면서 친구와 같은 위치에 서게 된 저자의 경험을 통해서, 어쩌면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얻어진 생각이야말로 몸으로 체득한 교육의 본질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느리지만 단단한 성장 기록'이라는 책의 부제는 '학교 밖'을 선택한 자녀를 지켜보면서 느꼈던 저자의 입장을 정확히 대변하고 있다.
처음에는 성적을 중시했던 여느 부모들과 다르지 않았던 저자가 아이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자녀들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성적이나 등수가 조금만 떨어져도 도태된다고 믿는 많은 부모들과 달리, '스카이 캐슬'의 세계와는 다른 자신만의 견고한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저자의 교육관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누구나 다 실수를 할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고,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는 것이다. 이 책은 ‘학교 밖’을 선책한 자녀를 키우는 과정에서 느낀 부모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실은 자녀와 공감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부모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을 저자의 입장에서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다고 여겨졌다.
진심으로 아이를 믿고 응원한다면, 어느새 아이도 부모와 나란히 서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항목의 제목처럼 “내 인생 내가 살게, 네 인생 네가 살아!”라는 말을 건넬 수가 있게 될 것이다. 아이를 돌봐줘야만 하는 존재로 여기면서 조바심을 달고 사는 이 땅의 많은 학부모들이, 진심으로 이 책을 읽고 자녀 교육의 길잡이로 삼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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