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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화를 통한 세상 읽기!’라는 방향을 정하고, 저자가 평소에 만나는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싶은 영화들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청소년을 위한 영화 인문학'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데, 제목처럼 영화를 통해서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안내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아마도 저자는 한국의 청소년들이 입시공부에 시달리며 ‘행복한 삶’보다는 입시 결과에 매달리며 살아가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을 것이다. ‘행복한 삶’이란 자신의 의지로 생각하고, 스스로 주체적인 선택을 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하겠다. 그래서 그 소재를 영화로 선정하고, 영화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주는 저자의 위로와 조언이라고 이해된다.
저자는 ‘영화 인문학’을 표방하고 있는데, 인문학이란 결국 텍스트를 해석하는 것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영화를 예로 들자면,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고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와 주제만을 논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영화의 주제와 내용 혹은 등장인물들의 행위가 보는 사람마다 동일하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본 영화에 대해서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어떤 방식으로든 토로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일한 영화라도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기에, 영화에 대한 해석은 관람자의 수만큼이나 다양할 뿐 단 하나의 정답이 있을 수가 없다.
만약 단 하나의 정답만을 찾는 것이라면, 그것은 결코 인문학이라고 할 수 없다. 물론 사람마다의 다양한 해석들에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설득력이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다루는 영화에 대한 해석도 온전히 저자만의 것이고, 다만 독자들이 그것에 얼마나 공감하느냐의 여부가 문제가 될 뿐이다. 저자가 선택한 영화들은 철저히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에게 보여주고, 저자의 시각으로 그것을 해석하는 과정을 취하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 가운데 내가 이미 본 영화도 있고 생소한 작품들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저자의 입장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행복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라는 희망을 담아 이 책을 집필햇다고 한다. 그래서 모두 5장으로 구성되어, 각각의 주제에 맞는 영화들을 저자의 관점에서 분석하여 소개하고 있다. '인생의 주인공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1장에서는 모두 3편의 영화를 통해서, 자기 삶의 주체로 살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수동적으로 사는 것이 아닌, 스스로 주인공으로 서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를 영화를 통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광해, 왕이 된 남자>와 <스텐바이 웬디> 그리고 <4등>이라는 세 작품을 통해, 우리의 삶을 얽매고 있는 '규범'에 맞서 자신의 생각을 중심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예컨대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는 왕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광대 하선'이 우연한 기회에 왕 노릇을 하면서, '광대'가 아닌 진정한 '왕'으로서의 행동을 하게 되는 과정에 저자는 주목한다. <스텐바이 웬디>라는 작품을 통해서는 자폐 소녀인 웬디는 반복되는 일상이 가장 안전하다는 주변의 '권고'를 무시하고, 공모전에 응모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단행한다. 모든 것을 ‘등수’로 치환하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비판하듯, 엄마의 권유로 수영을 시작한 준호가 <4등>에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코치의 폭력적인 지도를 견뎌내야만 한다. 이 세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을 억누르는 '규범'은 단지 '주어진 환경'일 뿐이고, 그 속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가 위해서는 각 인물들이 스스로의 생각에 의한 선택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연결되는가’라는 제목의 2장에서는, <히든 피겨스>와 <서프리제트> 그리고 <그린 북>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을 조망하고 그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3장의 ‘가족이라는 언어가 빚어내는 풍경’에서는, 역시 <코코>와 <미라클 벨리에> 그리고 <나의 특별한 형제> 등을 통해 가족의 ‘전정한 의미’를 되새기도록 하고 있다. 나 역시 예전에 <나의 특별한 형제>라는 영화를 보고, ‘형식적인 관계’가 아닌 서로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 때 진정한 가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었다.
<김씨표류기>와 <보헤미안 랩소디> 그리고 <바이센테니얼 맨>을 대상으로 다루고 있는 4장에서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인생철학’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가’라는 제목의 5장에서도 <증인>과 <라따뚜이> 그리고 <세 얼간이> 등의 영화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대상이 되는 작품의 줄거리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점도 주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단지 영화만이 아니라,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도 결국 자신의 주체적인 의지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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