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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반도의 근해에서 서식하면서 우리네 밥상에서 한 부분을 차지했던 바닷물고기에 관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동해와 서해, 그리고 남해와 제주도에서 주로 잡혔던 물고기의 생태와 서식 환경은 물론 그것들을 어떻게 먹고 활용했는지에 대해서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오랫동안 어촌사회학을 전공했던 저자가 직접 답사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모았던 정보들과 물고기에 관한 다양한 문헌들을 섭렵하여 서술하고 있는 만큼, 그 내용이 충실하고 매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최근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 바닷물의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우리의 연근해에서 서식하는 물고기들도 과거에 비해 달라져가고 있다고 한다. 어업 기술의 발달과 눈앞의 경제적 이익을 탐하는 사람들로 인한 어류와 수산물의 남획으로 바다 생태계도 점차 황폐해져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하겠다. 여기에 해양 쓰레기의 증가로 인해 근해에서 물고기들의 서식처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도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벌거벗은 산을 숲으로 가꾸기 위해 온 국민이 삽과 호미를 들고 나무를 심었’듯이, ‘이제 바다가 사막으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아울러 오랫동안 건강하고 싱싱한 생선을 즐기기 위해서는 ‘바다 환경과 생물종 다양성’을 지켜야 하며, 앞으로도 ‘산업화된 폭력적인 어업 방식이 아닌 전통 어업 방식과 소규모 어업 생산자들을 존종하고 응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 소개된 물고기들은 우리의 먹거리로 익숙한 것들이며, 저자는 그에 기반해 그것들이 과거와 현재 우리의 음식 문화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리하여 ‘동해에서 인문학을 만나다’라는 1장에서는, 명태와 가지미 등 6종의 물고기에 대해 과거부터 동해에서 주로 잡히던 생선들의 종류와 잡는 방법 그리고 그것들을 활용한 음식 문화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동해를 대표하는 어종이었던 명태는 이제 근해에서는 잡히지 않으며, 원양에서 잡은 것들을 가져와 가공해서 팔리게 된 현실을 지적하기도 한다. 또한 겨울철 미식을 대표하는 과메기가 청어에서 고등어로 주종이 바뀌었다가, 최근 다시 많이 잡히는 청어로 변해가는 현상에 대해서도 동해의 수온 상승과 어획량에 영향 때문이라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겨울철 동해에서 만날 수 있는 도루묵에 얽힌 이야기를 서술하기도 하고, 이제는 동해뿐만 아니라 우리의 해역 가운데 삼면 어디서나 잡히는 아귀를 과거의 기록에 의거해서 여기에서 소개하고 있다.
2장에서는 ‘서해에서 인문학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조기와 웅어 등 6종의 물고기들이 소개되어 있으며, 민어와 홍어 그리고 숭어와 병어 등에 대해서도 그 생태와 음식 문화로 활용하는 방식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어지는 3장에서는 대구와 멸치 등 남해안을 대표하는 6종의 물고기들을 소개하고, 마지막 4장에서는 방어와 갈치 그리고 자리돔과 옥돔 등 모두 4종의 물고기들이 제주도를 대표하는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분명 한반도 근해의 수온 상승으로 인해서 다양한 물고기들은 이제 특정 해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잡히고 있기에, 저자 자신도 전제하고 있듯이 여기에 소개된 어종이 지금도 그 지역의 대표적인 산물이 아닌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 예견되지만, 저자는 <자산어보> 등 과거의 문헌과 자신이 답사하면서 조사했던 내용을 토대로 각 지역을 대표하는 어종들을 배치하고 있다. 물론 이제는 변해버린 어업 환경과 어획되는 어종의 변화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눈으로는 어느덧 만개한 봄꽃들을 즐기면서, 오늘 점심에는 봄을 대표하는 도다리 쑥국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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