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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고 나서 두툼한 부피감으로 기대하면서 펼쳐보았지만, 기발하고 엉뚱한 생각들이 그림으로 그려져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반쯤 읽었을 때, ‘상상 다이어리’라는 제목과 함께 이후에는 페이지마다 네모 칸만 보이고 나머지는 여백으로 남아있었다. 여기에는 ‘‘만약에’라는 안테나를 세우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요? 당신의 상상 다이어리를 채워보세요.’라는 문구가 제시되어 있었다. 즉 100페이지가 넘는 지면은 고스란히 독자들에게 실습의 공간으로 남겨둔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책의 체제를 두고 독자의 입장에서는 누군가는 공감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불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세상을 보는 것이 즐겁다! 기발한 상상력의 세상이 열린다!’라는 부제가 달려 있어, 내 경우에는 저자의 기발한 상상력이 발휘된 그림들이 더 많이 소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만약 독자들의 실습을 고려했다면, 부록 형식으로 별도의 노트를 제공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230페이지를 상회하는 책의 부피 가운데 절반 가까이 실습을 위한 여백으로 남겨진 것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평소 생활하며 생각했던 상상’들을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체로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들이 제시될 때는 절로 웃음이 지어지기도 했다. 예컨대 ‘시대별 마녀의 탈것’이라는 제목에서는, 중세의 빗자루를 타는 마녀와 함께 현대의 청소기라 할 수 있는 전기청소기와 로봇청소기를 탄 마녀들을 나란히 배치해 놓고 있다. 구덩이에 빠진 여자아이를 구하기 위해 피노키오가 ‘나는 네가 제일 싫어!’라고 말하니, 코가 길어져 그 코를 잡고 빠져나온다는 상상력의 ‘상냥한 거짓말’이라는 제목도 보인다. 이밖에도 다양한 내용들은 대체로 독자들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지금의 학교 교육에서는 모든 생각을 모범적인 ‘정답’을 추구하는 것이 제일이라고 가르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너무도 많고, 오히려 다양한 ‘모범답안’들은 어쩌면 엉뚱한 상상력을 통해서 제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안내하는 ‘엉뚱한 상상력’을 따라하려고 노력한다면, 아마도 독자들의 ‘눈에 비친 세상이 평소보다 조금이라도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저자가 꾸민 분량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대학생이 된 아들에게 읽혀보고, 책의 뒷부분에 있는 여백들을 채워보도록 해야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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