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演技 및 일기日記
강희근
1
부드런 내의 속에, 꿰맨 내의의
벌름한 구멍 속에,
갖다 놓을 기쁨의, 내 힘대로의 기쁨의
내음새.
풀어놓은 물감에 떠밀린 발치의 소리,
소리의 서너 겹 언저리.
「스콜」이라도 남국南國의,
일년수一年樹 겨드랑이에 부딪는 「스콜」의
촉수.
2
살아내는 나날의 자미滋味.
수초水草 잠긴 바다의
물유리에 비치인 내 헤푼
시력視力 안,
엉뎅인 굽이로 들앉아 아물댄다
찔리는 눈까풀의 자미 滋味, 질근질근한
자미 滋味여.
가수나의 배꼽 잘 만진 손톱의
기럭지,
들이민 온갖 먼지의 표피表皮안
붉은 핏발의 살이여.
3
헝클어진 머리에 쏟히는,
섬칫 내리 앉는 내 일상의 사랑.
들 밭 간으로 도는 나무의 풀이
아침의,
흥건히 빨아내는 이슬의 성욕 속에서
무참히 학대해 가는 아침의
풀이여, 또 연기演技여.
4
징검다리인 채 별은, 서러움인 채 별은
은하銀河의 물굽이에 자물리고,
또박 또박 허공虛空의,
내 떠거눈 볼의 깊이로 자물리고,
별은 떠내려간다.
내 손 밖에서 때론
둥실거릴 뿐이다.
참 찰지기는, 가수나 또래의 별이
밤을 넘어 내 시정市井의
또 전문電文을 전해주는 일이다.
5
돌 밑의 깔리인
물에, 마알간 물에 접힌 얼굴이여.
내 건져내는 얼굴 반생半生의,
사둔 부인婦人으로 치면 살아낸 반생의
정조貞조 한아름.
6
요일의 한나절, 굼벵이 기듯
한나절,
냉수 기침의 할아범의
나이 짧은 할아범.
슬하엔 나타나라.
손자의, 꿰임을 내의內衣의 손자孫子여.
그러나 얻다 놓을 기쁨의 내의인가?
손자여.
-1966년 제5회 공보부 신인예술상 시부 수석.
전 장르 특상 수상작.
강희근 (경상대 명예교수)
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저서 『우리 시 짓는 법』
시집 『파주기행』 외 다수.
김삿갓문학상 수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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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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