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밀레 종
- 하느님이 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단죄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시켜 구원하시려는 것이다.
경북 경주시 국립박물관 앞마당에는 동종(銅鐘)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최고, 최대의 종으로, 통일신라시대 성덕왕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그의 아들 경덕왕이 만들기 시작하여 손자인 혜공왕이 완성한 국보 제29호입니다. 따라서 이 종의 공식 이름은 ‘성덕대왕 신종’이지만 흔히 ‘에밀레종’이라고 불립니다.
이 종이 그렇게 불리게 된 데는 유명한 전설이 있습니다. 그 무렵 도둑이 들끓고 흉년이 드는 난세가 되자 경덕왕은 선왕의 명복을 비는 종을 만들면 악귀들이 물러가고 태평성대가 오리라는 염원으로 구리 20여만 근을 들여 종을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작업은 그의 아들인 혜공와 때까지 이어졌는데, 종을 만드는 재료가 부족하여 스님들은 집집마다 시주를 받으러 다녔습니다. 한 스님이 쓰러져가는 집을 방문했을 때 한 아기의 어머니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 집에는 아무것도 시주할 것이 없습니다. 이 아이라도 괜찮으시다면 받아주십시오.”
드디어 종이 완성되어 타종하여 보았으나 이상하게도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스님의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말했습니다. “산 아기를 넣어 종을 만들어야 소리가 난다.” 꿈에서 깬 스님은 그 여인을 찾아갔습니다. 그러자 여인이 말하였습니다. “부처님과의 약속이니 기꺼이 아이를 드리겠습니다.” 아이는 곧 뜨거운 쇳물에 넣어졌고, 마침내 종이 완성되었습니다. 타종을 하자 종에서는 이제껏 들을 수 없었던 웅장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백성들에게는 그 종소리가 마치 아기가 어머니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 “에밀레~ 에밀레~”로 들렸던 것입니다. 이로부터 그 종은 ‘에밀레종’으로 널리 불리게 되었습니다.
생전에 주님은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마태 21,33-46)를 통해서 자신을 다음과 같이 비유하셨습니다. “하느님이 포도원을 만드셨다(이 세상을 만드셨음을 비유). 그리고 철이 되면 종(예언자)을 보내어 말을 전하게 하셨다. 그러나 사람들은 종들을 때리고 돌로 쳐 죽였다. 하는 수 없이 하느님은 ‘내 아들이야 알아보겠지’ 하고 자신의 외아들을 보내셨다. 그러나 사람들은 ‘저자야말로 상속자다. 저자를 죽이면 이 포도원은 우리 것이 될 것이다’ 하고 끌어내어 죽여버렸다(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심의 예언).”
주님의 비유처럼 하느님은 자신이 만든 포도원인 이 세상에 여러 사람을 보내어 말씀을 전하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포도원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마치 소리가 울리지 않던 종처럼 포도원 사람들에게는 그 말씀의 종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셨으므로 마침내 외아들인 주님을 보내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외아들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여버린 것입니다. 이 엄청난 비극이 이 세상에 영원한 생명의 구원을 가져올 것을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기를 넣어 죽임으로써 그 종이 “에밀레~ 에밀레~” 하고 울며 이 세상의 어둠을 물리치듯이 외아들 주님을 끓는 쇳물 속에 넣어 완성한 그리스도 왕국의 신종이야말로 우리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우리 아버지~” 하고 울려 퍼질 것입니다.
첫댓글 아멘.
아~~멘.